[알림] LearUS 전문과정: <철학의 길> 강좌 소개

철학의길

연세대학교 온라인 교육 플랫폼 LearnUS에 이승종 교수님과 제가 공동으로 진행한 전문강좌 <철학의 길>이 등록되었습니다. 제가 질문을 던지고 교수님께서 대답을 제시하는 대담 형식의 강좌입니다. LearnUS에 회원가입을 하시면 무료로 강좌를 수강하실 수 있습니다. 연세대 재학생분들은 연세포탈 아이디로 로그인하시면 됩니다.

이 강좌는 영미철학, 대륙철학, 비교철학, 한국철학, 역사철학 등을 주제로 한 9번의 강의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특별히, 이승종 교수님께서 그동안 출판하신 저서들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진행되는 데다, 제가 교수님의 입장에 대해 종종 비판적 의문을 제기하는 만큼, 단순한 정보 전달 위주의 강의가 아니라 분명한 철학적 관점과 입장을 전제로 하는 토론이 이루어진다는 점이 이 강좌의 특징입니다. 이승종 교수님께서 이 강좌를 처음 계획하실 때부터 저에게 도전적인 질문들을 던져 달라고 당부하셨다 보니, 저도 자유분방하게 질문들을 준비할 수 있었습니다. ​

저는 이 강좌에서 이루어진 대화들이 상당히 솔직하면서도 격식을 갖추고 있다고 자평합니다. 제가 던지는 질문들 중에는 “인공지능이 철학을 하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요?”처럼 최근의 이슈와 긴밀하게 연관된 고민도 있고,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오늘날 철학계에서는 낡은 것으로 치부되지 않나요?”나 “하이데거는 ‘비열한 인간’이 아닌가요?”처럼 교수님께서 지지하시는 철학자들에 대한 비판도 있고, “이승종 교수님과 김형효 교수님 사이의 논쟁은 서로 헛돌다가 끝난 것 아닌가요?”처럼 교수님의 입장에 대한 직접적인 문제제기도 있습니다. 이승종 교수님께서도 다소 난처하고 까다로울 수 있는 제 질문에 매우 수준 높은 답변들을 주셨습니다.​

이 대화들은 결코 사전에 짜맞춘 것이 아닙니다. 물론, 기본적인 질문지는 이승종 교수님께 촬영 며칠 전에 미리 보내드렸지만, 교수님의 대답은 저도 현장에서 처음 듣는 것들이었기 때문에 때로는 당황하기도 하고, 때로는 놀라기도 하고, 때로는 즉석 추가 질문을 던지기도 하면서 대화를 진행하였습니다. 대학원의 위계적인 구조상 지도 교수와 학생 사이에 이렇게 허물없이 대화가 오고 가는 것은 결코 일반적이지 않습니다. 이승종 교수님께서 이 강좌를 준비하는 내내 저를 굉장히 배려해주셨기 때문에 솔직한 대화가 가능했다고 생각합니다.

이 강좌에 대해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사실, 처음 이 강좌를 준비할 때 이승종 교수님과 제가 모델로 삼았던 것은 유튜브에 흔히 업로드되는 더욱 편안한 분위기의 대화였습니다. 대화 중간에 말이 꼬이기도 하고, 실수도 하고, 흥분도 하고, 생각을 정리하기 위해 대화를 잠시 중단하기도 하면서, 시간이나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진행되는 대화 말입니다. 그렇지만 LearnUS의 기본 교육용 영상 포맷에 대화를 맞추다 보니, 자유분방한 질문과 대답의 내용과는 달리, 어투나 자세는 다소 경직되어 있습니다. 촬영하는 동안 허리를 세우고, 시선은 카메라를 향하면서, 말을 버벅거림 없이 내뱉어야 했다 보니, 매번 온 몸에 힘이 들어가 있었습니다. 촬영이 끝나고 나면 교수님이나 저나 등이 땀으로 젖을 정도였습니다. 촬영을 지켜보던 다른 대학원생 조교님은 “어둠 속에서 공부만 하던 사람들이 밝은 빛에서 촬영을 하려니 어렵죠.”라고 말하기도 하였을 정도로 말입니다. 특별히, 가장 처음 촬영된 2강에서 이런 부자연스러움이 뚜렷하게 드러납니다. 촬영 형식 및 장소 변경 문제로 인해 처음 찍었던 1강 영상을 폐기하였다 보니, 2강을 제일 먼저 촬영하고 1강을 가장 마지막에 재촬영하였습니다. 그래서 2강의 어투와 자세가 가장 경직되어 있고, 이후에 점점 분위기가 누그러지다가, 1강이 형식 면에서는 제일 자연스럽게 찍혔습니다. (제 머리카락 길이의 변화가 이 점을 잘 보여줍니다.)

그렇지만 저는 여전히 이 강좌가 다른 어떤 철학 대담에서도 찾기 힘든 내용상의 자유로움과 개성을 지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특별히, 저로서는 평소의 관심사와 문제의식들에 대해 지도 교수님께 한 학기 내내 질문하고 대답을 들을 수 있어서 정말 유익하였습니다. 이 대화를 통해 제가 그동안 가지고 있었던 생각들 중 몇몇을 교정하게 되면서 확실히 철학적 지평이 넓어지는 경험도 하였고 말입니다. 강좌를 들으시는 다른 분들도 저와 유사한 경험을 하실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강좌 소개

우리는 어떻게 철학의 길에 접어들 수 있는가? 우리 시대에 철학은 어떠한 길들로 갈라지는가? 그 각각의 길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고 배우며 어떠한 피드백을 줄 수 있는가? 그 길들은 우리를 어디로 이끄는가?

본 강좌에서는 이러한 물음에 대한 답을 찾고자 철학의 길로 나선 우리 시대의 한 철학자가 젊은 후학과의 대화를 통해 자신이 배우고 응답한 철학의 지식과 지혜를 나누고, 후학은 그 철학자에게 자신의 질문을 던지고 선배 철학자를 넘어서 자신의 길을 찾아 나갑니다.

공자의 논어나 플라톤의 대화록이 예증하듯이 동서를 막론하고 철학은 대화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이 강좌는 시중에 차고 넘치는 일방적 해설 강좌를 지양하고, 한 철학자가 어떻게 철학과 만나서 거기서 무엇을 배우고 그것에 어떻게 응답했는지를 젊은 후학에게 생생히 들려주는 대화의 형태로 진행됩니다. 후학이 그 나름의 고민과 질문을 철학자에게 던지고 토론하며 자신의 길을 찾게 되는 과정은 인문학이 일방이 아닌 쌍방의 2인칭적 대화임을 예증합니다.

콘텐츠

1. 철학에 이르는 길

  • 교수님께서 생각하는 철학이란 무엇인가요?
  • 하이데거와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에 대해 간략히 소개해주실 수 있나요?
  • 철학이 과연 인생의 실존적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는 과정에서 도움을 줄 수 있을까요?
  • 학술적 철학의 성과중심주의가 반드시 잘못된 것일까요?
  • 인공지능이 철학을 하는 날이 언젠가는 오지 않을까요?

2. 현대철학의 지형

  • 대륙철학과 영미철학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자연주의와 해체주의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자연사의 사실이 과연 존재할까요?
  • 비트겐슈타인의 ‘보여주기’보다는 데리다의 ‘해체하기’가 더 효과적인 비판의 전략이 아닐까요?
  • 공동 연구를 어떻게 수행하셨나요?

3. 영미철학

  • 비트겐슈타인-튜링 논쟁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비트겐슈타인-괴델 논쟁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비트겐슈타인의 모순론은 규약주의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나요?
  • 모순은 철학에서 어떠한 의의를 지닐 수 있을까요?
  • 왜 오늘날 영미철학자들은 비트겐슈타인을 잘 읽지 않을까요?

4. 대륙철학

  • 후설과 하이데거 사이의 철학적 관계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하이데거의 ‘고고학적 언어철학’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분석적 해석학’이란 무엇인가요?
  • 하이데거의 기술철학은 현실과 너무 괴리되어 있지 않나요?
  • 철학과 삶은 어떤 연관을 맺고 있을까요?

5. 비교철학

  • ‘2인칭 사유’를 중심으로 유가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해체’를 중심으로 불교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데리다, 장자, 들뢰즈가 만나면 서로 싸우지 않을까요?
  • 동양철학은 어떻게 해야 구태의연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 동양철학 연구와 수행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요?

6. 한국철학

  • 국내 철학계를 관통하는 공통의 화제가 과연 존재할까요?
  • 고유섭과 서영은에 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 김형효 교수님과의 논쟁은 다소 아쉽게 끝난 것이 아닌가요?
  • 박이문 교수님의 철학이 지닌 어떤 점들에 주목하셨나요?
  • ‘한국’이라는 정체성이 반드시 필요할까요?

7. 역사철학

  • 철학은 역사 연구에 어떤 도움을 줄 수 있나요?
  • 이분법적 역사관은 어떻게 극복되어야 할까요?
  • ‘민족’ 개념에 대한 본질주의와 회의주의를 어떻게 모두 극복할 수 있을까요?
  • 역사의 진리화는 어떻게 이루어질 수 있을까요?
  • 이념 갈등에 휘말리신 적은 없으셨나요?

8. 자연주의

  • 콰인의 자연주의와 비트겐슈타인의 자연주의는 어떻게 다른가요?
  • 삶의 형식이란 무엇인가요?
  • 의미의 문제와 진리의 문제가 서로 구분될 필요가 있을까요?
  • 비트겐슈타인의 철학은 과연 자기 지시적일까요?
  • 논리와 언어에 대한 성찰이 어떻게 영성에 대한 성찰과 결부되나요?

9. 앞으로의 길

  • 2인칭 철학에 대해 설명해 주실 수 있나요?
  • 2인칭 철학은 어떻게 확장될 수 있나요?
  • 비트겐슈타인의 철학과 관련된 어떤 후속작들을 준비하시고 계신가요?
  • 철학적 동역학에 대해 소개해 주실 수 있으신가요?
  • 지금까지의 길에 대한 평가와 앞으로의 길에 대한 조언을 부탁드려도 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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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과 제자가 가깝게 지내면서도 학문적 논의를 주고 받는 것이 세상의 아름다운 장면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지금 대학에 소속되어 있질 않으니 그것을 경험하지 못하는데, Youn님의 몇몇 글을 보며 그것을 간접적으로 느낄 수 있어 좋습니다.

아마 Youn님의 선생님도 Youn님을 상당히 신뢰하고 있는거겠죠

3개의 좋아요

글이 올라오자 아주 흥미로워서 바로 수강을 신청했습니다. 관심이 있는 '한국철학'부터 들었는데 마지막 부분에서 교수님이 "공시적 본질주의를 경계해야 한다"는 말씀이 참 인상깊네요. '통시적 계보학'이라는 개념을 명확하게 이해하진 못했지만, 저 개인적으로도 과거부터 '역사'와 '철학'의 시선을 하나의 글쓰기 안에 녹여낼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는데요. 더 공부를 해야겠지만 지금 가고 있는 길이 잘못되지 않았다는 어떤 확신이 들어서 좋았습니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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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sophistenwooya0902님, 모두 감사드립니다.

(2) 사실, 이 강좌에는 서강올빼미에서 화제가 되었던 내용들이 다수 포함되어 있습니다. 제가 서강올빼미에서 재미있게 본 내용들을 물어다가 교수님께 질문드렸거든요. 또, 이 강좌를 준비하면서 찾은 내용이나 이 강좌를 진행하면서 생각했던 내용을 올빼미에 올리기도 했고요. 가령,

1강

2강

3강

4강

6강

7강

8강

9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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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학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많이 신경 안 쓰지 않을까요? 철학은 형식보다는 내용에 훨씬 더 신경을 많이 쓰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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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산책하면서 1강 재밌게 들었습니다 :D 말씀하셨듯이 보다 편한 분위기에서 촬영되었다면 더욱 생동감과 차별성 있는 프로그램이 되었겠다는 아쉬움은 있지만 그보다는 youn님과 교수님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을지 기대감이 더 크네요. 어서 youn님이 교수님에게 난처한 질문을 던지는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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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을 보고 싶군요 4강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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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종 교수님 팬입니다. 부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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