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포럼의 목적 : 철학 토론의 표준화
안녕하세요. 관리자 wittgenstein입니다. 오늘은 사이트 오픈 첫날인 만큼, 본 사이트를 개설한 이유와 목적에 대해 밝히는 글을 쓰고자 합니다.본 사이트의 개설 이유는 장기간 철학 공부를 했던 사람으로서 포럼형 철학 토론 공간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꼈기 때문이었습니다. 또한, 저와 같은 필요성을 느끼는 후배들이 있었기 때문에 이 사이트를 개설하게 되었습니다. 저희는 스스로가 공부한 내용을 최대한 엄밀하게 전달하고, 그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여러 전공자들에게 공유하고, 상호 비판 및 의견을 교환하는 공간이 필요했습니다.
본 사이트의 개설 목적은 <철학 토론의 표준화>입니다. 대학에서 10년간 철학을 공부하면서, 수업 시간을 비롯하여 스터디를 개최하거나, 수많은 발제를 진행하면서 항상 토론이 불충분하다고 느껴왔습니다. 한국 대학의 제도적 문제 때문인지 한국어의 언어적 특성 때문인지 한국인의 유전적 기질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상황에서 철학 토론은 시작과 동시에 멈추거나 용어 사용의 불일치로 논점을 이탈하곤 했습니다. 게다가 '상대방이 제시한 논증에 대한 비판'은 곧 '상대방의 인격'에 대한 비판으로 쉽게 오도되었기에 진정으로 사고의 틀을 부수는 토론을하기 어려웠습니다.
저는 이러한 문제가 표준화되지 않은 토론 방식에서 기인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물론, 권위주의적인 교육 환경이나 왜곡된 엘리트주의적 분위기도 중요한 이유겠지만 적어도 저는 그런 모든 환경적 한계가 해결된 상황에서도 철학 토론이 '제대로' 이루어지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에 우리의 토론 방식 자체에서 문제를 찾아야 한다고 보았습니다. 이에 따라 <철학 토론의 표준화>를 본 사이트의 개설 목적으로 삼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철학 토론의 표준화>는 어떻게 가능할까요? 토론이라는 말로 표현했지만, 결국 의사소통의 표준화입니다. 저는 이러한 표준화가 가장 잘 이루어진 컴퓨터 프로그래밍 분야에서 힌트를 얻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분들은 지금 여러분이 사용하고 있는 훌륭한 포럼조차 협업으로 구축하고, 오픈소스로 공유하며, 이렇게 완벽하게 작동하게 만드는 분들이니까요.) 제 얄팍한 지식으로 볼 때 컴퓨터 프로그래머들은 다음과 같은 의사소통 성공요인을 공유합니다.
- 표준화된 내용들을 공유하고 부지런히 업데이트합니다.
- 자신의 작업물을 오픈소스로 공유합니다.
- 명확한 "오류" 기준이 존재합니다.
1)을 철학에서 흉내내보자면, 아마 교과서를 활용한 공부가 아닐까 싶습니다. 영미권에서는 철학 교과서가 다수 출판되어 있습니다. 언어철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Miller나 Lycan, Morris의 저서로 출발하며, 심리철학을 공부하려는 사람은 Churchland, 김재권, Searle 등의 해당분야 탑 철학자들이 쓴 교과서를 읽게 됩니다. 그러나 이런 책들의 경우 수업시간에 배우는 일이 매우 드뭅니다. 성공적인 철학 토론 표준화가 가능하기 위해서는 이러한 교과서적 개념정립이 필요해 보입니다. OWLS에서는 영미권 교과서들에 관련된 요약본들을 한글로 공유하는 것을 권장합니다. 그리고 이런 프로젝트를 담당해주실 유능한 분을 항시 모집하고자 합니다. Oxford Bibliography 를 비롯하여 영미권 표준 리딩리스트들 또한 항상 공유하고자 합니다.
2)를 철학에서 생각해보면, 아마 논문 / 소논문 / 논평 공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포럼의 시스템과 최소한의 글쓰기 양식을 충족하여 공부 자료를 공유해주시면 유용한 오픈소스 커뮤니티를 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입니다. 어느날 갑자기 "브랜덤이 말하는 regularism과 regulism의 차이" 같은 내용을 공부하는 사람이 검색을 통해 간단하게 이해를 확장할 수 있다면, 그리고 해당 개념을 둘러싼 해석 논쟁 혹은 관련 주제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철학도 컴퓨터 공학처럼 빠르게 발전할 수 있을 것입니다.
3)이 아마 철학 토론 활동의 가장 큰 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철학 이론의 다양성과 탐구방식의 특징으로 인해 철학 영역에서는 '정합적인 복수의 믿음체계'가 가능합니다. 그리고 컴퓨터가 컴파일 에러를 출력해주는 프로그래밍 분야와 달리 철학 영역에서는 누구도 타인이 완벽하게 틀렸다고 확정할 수 있는 인식적 특권을 가지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렇다 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우리가 속한 학문 공동체와 여러 합의들을 통해 철학 논증에서의 오류를 판별할 수 있습니다. 그것이 객관적 오류 선언이 아니라 할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공동체 차원에서 혹은 자신의 배경을 바탕으로 타인에게 오류를 선언할 수 있습니다. OWLS는 이러한 비판을 하고, 받는 공간입니다. OWLER들은 OWLS를 통해 무지를 부끄러워 하지 않고, 오류를 인정하고, 자신의 작업물에 대한 평가에 대해 다시 평가하는 활동을 하실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철학은 망했습니다. 컴퓨터 공학이 거대 e커머스 시장을 움직이고, 교육 환경을 바꾸고, 우주왕복선을 쏘아댈 때 철학과 대학원생들은 기초 개념이 안 잡힌 상태로 플라톤 강독 수업에서 졸고 있었습니다.(농담입니다.) 춘곤증은 고치기 어렵더라도 기초개념을 서로 공유하고, 서로의 견해에 대해 비판적으로 검토하는 커뮤니티는 일궈나갈 수 있어 보입니다. 우리 모두가 서로의 영역에 대해 그리고 자신의 영역에 대해 더 잘 알아갈 수 있도록 관리자는 서버비를 열심히 충당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OWLS의 다른 모든 글처럼 이 글 역시 비판의 대상이 됩니다. 주장과 근거를 제시해주시면 논의가 가능하며 다른 모든 토론이 그렇듯이 토론의 목표는 상호 간의 의견교환을 통한 주장의 객관화/명료화이지 양자가 동일한 입장으로 귀결되는 의견 합치가 아니라는 사실만 분명히 인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 포럼의 규칙 : 글 작성 방식과 토론 중단 기준
본 포럼은 철학 학술 연구를 위한 포럼으로, 철학에 대한 학술적 관심사를 공유하는 회원들간의 교류와 상호 검증을 목표로 합니다. 인식론, 형이상학, 언어철학, 미학, 윤리학을 비롯한 모든 철학 분과의 논의들이 허용됩니다. 회원 간 상호 비판 역시 허용되며, 비판 과정에서 ad hominem은 금지됩니다.1. OWLS의 모든 글은 1포스트 당 3,000자 이내를 목표로 합니다. 이를 위해 기술적으로 3,000자 제한을 두었습니다. 제한의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 단순히 지식을 자랑하고자 하는 목적의 글을 막기 위함입니다.
: OWLS는 철학 토론을 하기 위한 공간이며, 철학 강의를 위한 공간이 아닙니다. "초월적 통각"에 대한 논의를 하기 위해 플라톤부터 읊을 필요는 없습니다. - 토론이 불가능한 방식의 글을 막기 위함입니다.
: 본인이 어떤 전공 영역에 속해있든지 간에, 타인과 토론을 위해 쓰는 글은 간명할수록 좋습니다. 또한 일정 길이를 넘어가면 대가의 글이 아닌 이상 누구도 읽지 않기 때문에 3,000자를 기준으로 정했습니다. - 사고를 압축적으로 전개하는 연습을 하기 위함입니다.
: 게티어는 3장짜리 논문으로 인식론의 역사를 바꿨습니다. 훈련된 철학자는 추상적 사유를 압축적으로 서술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사람입니다. 3,000자라는 기준은 이러한 압축적 서술 훈련의 기능을 할 것이라 보았습니다.
- 3,000자 제한은 2020년 6월 18일부로 폐지되었습니다. 그러나 압축적인 서술은 여전히 저희 커뮤니티에서 추구하는 미덕입니다.
2. OWLS에서 일어나는 모든 종류의 토론은 운영진에 의해 중재(혹은 중지)될 수 있습니다. 운영진 개입의 근거는 다음과 같습니다.
- OWLS에서 추구하는 토론의 목표는 앞선 글에서도 언급했듯이 상호 간의 의견교환을 통한 주장의 객관화/명료화입니다. 이 목표를 가장 이상적으로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토론 상황에서 양자간의 입장 차이가 분명해진 시점에서 논의가 자연히 중단될 수 있어야 합니다. OWLS에서는 운영진이 이러한 역할을 담당합니다.
- 철학 토론은 ad hominem으로 이어지기 쉽습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포럼의 장점인 자유로운 소통을 방해합니다. 이에 따라 운영진의 중재가 필요하다고 판단했습니다. ad hominem 및 개인에 대한 비난을 담은 포스트는 ‘신고하기’ 기능을 통해 제보를 받으며 아주 예외적인 경우(어뷰징성 신고)가 아닌 이상 블라인드 처리 됩니다.
3. 주장과 근거, 처음 해당 주제를 접하는 사람들을 위한 적절한 배경이 포함되어 있으면 논의 활성화에 도움이 됩니다.
4. 회원분들끼리 상호 소통시에는 경어를 사용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5. 분위기를 잘 모르시겠으면 그냥 쓰고 싶으신 글을 써주시면 됩니다. OWLS는 초심자에게 항상 열려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