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자들은 결코 민주적이지 않다: 김경만, 『진리와 문화변동의 정치학』 제5장

처음에 제가 @TheNewHegel 님께 쓴 제언들로 돌아가 봅시다. 님은 두가지 권고를 제시했다고 주장합니다 :

(1) 표준적인 자료를 참조하기를 권한다.
(2) 논증하기를 권한다.

그리고 제가 물은건 두종류의 정보입니다.

(1) 각각의 단어들이 가진 내용
(2) 저러한 주장들의 정당성 자체

그리고 님은 여기에서도 (1)을 Ad Nauseam 하고, (2)에 대해서는 답을 거부하고 계시죠.

이 글을 쓰기 전, 저는 커뮤니티의 목적과 이용규칙에 대해 읽었고, 그럼에도 님은 커뮤니티의 목적을 들어 @chanchu1352 님께 규범적 진술을 하셨습니다. 그러니 저는 의문이 들죠. @TheNewHegel 님은 이 사이트의 운영진인데, 작성자들의 구체적인 내용이 아니라, 커뮤니티의 목적과 이용규칙에 명시되어있지 않은 뭔가 암묵적 규범을 사유로 이용자들의 글을 비판합니다.

그러니 저는 그것들의 정당성, 글을 쓸때의 필요, 그것들 각각의 필요를 일반화했을때 도출되는 '표준화'라는 개념과 그것을 전제로한 논증방식에 대한 결함을 논증했습니다. 그리고 이러한 논증을 할때, 저의 원칙은 이랬습니다 :

(1) 논증은 구체화되며, 내용을 가진 명제 형식을 갖춰야하고, 그것들의 형식적 타당성과 의미적 건전성을 판정가능하다.
(2) 일관성 원칙 : 발화자는 내용이나 논리에 있어 비일관적이어서는 안된다.

그리고 여기에서 @TheNewHegel 님이 "논증하라"라는 주장에 대한 일관성 원칙을 요구했습니다. 논증하라는 주장 역시 논증의 일부이니, 그것의 근거, 즉 정당한 이유을 보이라구요. 저는 여기서 이러한 원칙들이 커뮤니티의 목적에 명시적으로 규정되어 있지는 않더라도, 상식적이고, 학술적인 엄밀함의 차원에서 준용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상식적인 차원에서 비일관적인 사람은 신뢰할 수 없고, 학술적인 차원에서 비일관성은 최훈 교수에 따르면 '악덕 중에 악덕'이니까요. 다만 자유 철학 포럼형 커뮤니티의 암묵적 규범을 듣기 전까지는 그랬습니다.

그러니 저는 추론을 하게 되죠.

(1) @TheNewHegel@YOUN 님이 커뮤니티를 앞세워 주장하는 논제들은 커뮤니티의 규칙의 일부이다.

그러면 저는 자비의 원칙을 전제해서 이 운영진분들의 발언들을 통해 암묵적 규범들을 유추해야 하는 상황에 이르렀죠. 그리고 몇개는 그것들의 필수성을 논리적 근거를 들어 의문을 표했구요. 그리고 그렇게 님들의 일관성을 검토했을때, @YOUN 님은 자유 철학 포럼형 커뮤니티의 암묵적 규범에는 해당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 논리적 타당성과 일관성을 검토하는 작업을 유료로 가르치고 계시고, @TheNewHegel 님은 앞서 반복적으로 지적했지만 본인이 하신 어떤 주장에도 일관성을 보이고 계시지 않네요. 아니면 검토할 상황 자체를 거부하시거나, (@YOUN 님은 답변을 아직 안하셨으니 판단을 유보하겠습니다.)

이제 결론을 쓰겠습니다.

1. 실용적 맥락과 표준화? 표준은 하나의 기준이고, 절차나 정의에서 구체적이고 규명되어야 합니다. 반면 실용적 맥락은 사람들의 일상적 필요 같은 상식적 차원에 머물러요. 둘을 섞는 건 상식적 규범이나 권위를 내세우는 꼴이고, 철학적으로 일반화된 테제 위에 개인적 선호를 취사선택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제가 여기서 실용성과 규범적 표준화를 구분하는 이유는, @chabulhwi 님도 몇번 지적하셨듯이 실용적 기준은 작성 목적에 따라 선택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반면 @TheNewHegel 님의 주장은 굉장히 규범적이었구요.

2. 개념의 모호성과 학문의 엄밀함: 학문적 엄밀함을 유지하려면 저처럼 개념 정의를 명확히 하고 논의의 일관성을 지켜야 합니다. 적어도 철학을 전공하고 학술적인 토론을 공개적으로 진행하는 곳에서는 당연한 것 아닌가요? 그러니 @TheNewHegel 님이 "실용적 맥락에서 충분하다"는 식으로 모호하게 남긴 건 그 의도와 어긋나죠.

3. 공공성과 규범의 문제: 다시 커뮤니티 목적을 살펴보죠.

직설적으로 제가 보기에 님들은 본인들 성향에 맞지 않는 글들을 폐쇄적인 토론 규범으로 단죄하고 있는 것에 불과합니다. 비유를 들자면, 교회는 모두에게 열려있다고 하면서 "모두"의 정의를 교회 운영자가 정한다고 하는거나 마찬가지죠. 누구를 위한 덫을 만드시나요? 차라리 건의를 하죠. 차라리 "일부 운영진에 의해 이유 없이 글이 삭제되거나 비판될 수 있다"는 규정을 명시하고 독단적 규범을 밀고 가시든가, 로그인 제한과 회원만 글 열람 가능 등 제한을 두고 단톡방 같은 폐쇄적 공간에서 운영하시면 됩니다. @YOUN 님이 즐겨 쓰는 전남철학회 비유처럼, 폐쇄적 공동체면 누가 신경을 쓰겠습니까? 아무도 밖에서 상식적으로 통용되는 기준이나 원칙을 이러한 공동체에 요구하지 않을겁니다.

근데 철학을 학부에서 배우거나, 고등교육기관에서 비판적 사고와 이성적 글쓰기를 배운 사람들도 이해 못 하는 님들 공동체의 규범을, 개방된 모든 사용자에게 무비판적으로 요구하려면 그냥 폐쇄적으로 운영하시길 바랍니다. 아니면 "모두를 위한 자유로운 포럼"을 표방하고, 개방적이고 누구나 접근하고 이해하며 상호 견제 가능한 규범을 제시하면 됩니다. 그렇게 어려운 문제도 아닌데요.

님들이 서강대학교 철학과를 대표하는 것도 아니고, 한국 철학계 전체를 대표하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저는 철학에 관심을 갖고 사유를 다듬으려는 초심자들에게 님들의 독단적 규범을 무비판적으로 요구하는 걸 더 이상 참을 수가 없네요. 근거 없는 비판에 "이유가 있겠거니" 하는 감수성과 수용력을 님들이 다른 의견 가진 분들에게도 좀 가지면 좋지 않을까요? "논증하라"는 규범적 주장에도 논증이 필요하다는 게, 거짓말쟁이 역설만큼 어려운 문제였는지 몰랐습니다. 여하튼 헤겔주의자들이 많으니, 서로 열심히 변증해서 절대정신이라도 튀어나오는지 알아보죠. (@TheNewHegel 님은 Ad Nauseam 반복만 했네요. 절대정신은 만트라에 있나보네요.)

그리고 부연하자면,

4. 담론의 투명성과 공공성: 누군가 앞에서 맥락 없는 용어나 도식을 대화 도구로 쓰는 건 무례한 행동입니다. 최소한 "당신은 우리 논의 맥락을 모르니 참여할 수 없다"고 말해야죠. 담론에 참여 못 하는 사람에게 호응만 유도할 순 없습니다. 그들은 당신 논의가 뭔지 모르니까요. 설명 없이 호응을 강요하면, 의도적으로 편협하고 맹목적인 군중을 만드는 겁니다. 모두가 이해 못 하는 말을 모두에게 하고 싶다면, 의미를 가르쳐주거나 님들끼리 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