능력의 관점

나는 무엇을 선택해서 어떤 행위를 했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포기하거나 다른 무엇을 선택했을 수도 있었다는 말은 초기에 선택한 것이 내게 유일한 것이 아니었음을 의미한다. 그러니까 여러 선택지가 내게 열려 있었다는 것이다. 이것은 자유의지의 의미에 대한 일차적 정의를 제공한다. 이 일차적 정의는 능력의 관점에서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내게 열려 있었다는 이 “가능성” 은 바로 능력의 “가능성”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런 능력의 가능성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가? 그것은 내적인 관점으로 한정해서 욕구들의 강도에서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치 않다. 왜냐하면 나의 초기 행위를 발생시켰던 그것이 행위의 이유가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즉 여러 욕구들이 존재하는 상황에서 각각의 욕구들은 나의 행위를 발생시킬 강도가 충분했더라도 어떤 특별한 이유로 인해 그것이 저지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가령 나는 술을 마시고 싶은 욕구가 강했지만 나의 건강 상태가 현재 좋지 않아서 그런 이유로 술을 마시기를 포기한 상황이 그것이다. 하지만 건강상의 이유가 없었더라면 나는 충분히 술을 마셨을 것이다. 이렇듯 능력이란 것은 첫째는 단순하게 내가 무엇을 원할 수 있어야 하고 둘째로는 내가 무엇을 강력하게 원하지만 그럼에도 그것을 어떤 이유를 근거로 원하지 않을 수도 있어야 한다. 즉 그것이 행위의 원인이 되지 않도록 할 수 있어야 한다. 나는 이것을 다른 개념으로 자기결정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자유의지의 완전한 정의에서 볼 때 이런 일차적 의미에서의 자기결정만으로는 부족하다는게 내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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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예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기존에 있는 연구에 대해서 글을 쓰는 것이 더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이 댓글은 구리님의 예전 포스팅에서도 인용한 적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 말고도 다른 분이 비슷한 말씀을 하셨습니다:

물론 어떤 작업물을 염두에 두고 쓰셨는지는 얼추 감이 오긴 합니다. 아마 비벨린이겠지요. 하지만 이렇게 글을 쓰는 것보다는, 앞서 말했듯이 "비벨린 요약 후에 비벨린에 대한 반박" 식으로 쓰시는 것이 소통에 원활해보일 것 같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세줄 요약도 포함이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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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핑계아닌 핑계를 대자면 저 자신에 대해 생각할 때 집중력 장애가 있습니다. 그래서 책이나 논문을 노력해서 본다고 해도 20분을 넘기지를 못합니다. 딱히 정서불안장애 같은 것이 있는 건 아닌데 왜 그런 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그렇다고 제가 생각이 남달리 유별나게 많은 것도 아니고 잘 하는 것도 아닙니다. 뭐 그렇습니다.

그리고 제가 워낙에 체계가 없고 엉성하고 어떤 면에서는 뒤죽박죽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님께서 추천해주신 그 방법대로 해보겠습니다. 뭐 하고는 있기는 하지만 잘 안되네요. 제가 게으른 탓도 어느정도 조금은 작용하는 것 같습니다. 죄송합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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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분야에 입문할 때 흔하게 나오는 증상입니다. 하다보면 시간이 늘고 몇 시간도 가능해집니다.

그렇다면 앞서 말씀드린 방법을 채택하시는 게 바람직해보입니다. 지금 글은 너무 broad한 것 같아요. 그러니깐 요약-반박을 해보시는 건 어떨까요? (네번째 말씀드리는 것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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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렇군요. 정말 중요한 것은 철학 학계의 맥락과 맞는 주장인 것 같습니다. 이것에 도달하는 것만으로도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 것 같습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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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hk님이 철학분야에 있어서 견식이 넓으시고 이것을 공부하는 방법에 있어서, 나름의 준칙이 있으시다는 부분은 잘 알겠습니다. 특히 yhk님이 남기신 글들을 잠시 읽어보면, 이 분야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여러 전문적인 지식들을 얕게라도 견식할 수 있어서 존경스럽습니다. 또한, 후배 철학도 들에게 좀더 정석적인 깊은 철학 입문을 위한 지침을 내려주시는 모습또한 정말 감사한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러한 지침이 4번이 되는 시점에서, 그것이 지침,조언에서 끝나는가 혹은 강요로 변질되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조금 고려할 부분인듯 합니다. 또한 그러한 요구가 본 포럼의 개설목적에 부합하는가? 에대한 부분도 솔직히 크게 납득이 가지 않는 부분입니다.

물론 yhk님이 역설하시는 그와같은 철학공부에 대한 방법론이, 이 포럼의 글들의 질을 높이는 굉장히 효과적이라는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습니다. 하지만, 공론장으로써의 역할을 하고자 하는 포럼에서, 누군가의 사유를 기존학자에대한 연구,비판이 선행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압박받을 이유가 있을까요?
오히려 그러한 압박이, 본 포럼에대한 사람들의 접근성을 떨어뜨리고, 활발한 토론의 장을 막는 엘리트주의적 역할을 갖게되는것 아닐까요?

제가 이 커뮤니티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은 까닭에, 제가 오기 이전에 생긴 명시,암묵적인 규칙에 대해 잘 알지 못해 이와같은 예민한 모습을 보인 점 사과드립니다. 혹시나 제가 놓친 기존의 이야기, 합의된 부분이 있다면 지적 부탁드립니다.

라는 문장의 의도가 분명하지 못해 전체 논증의 요지를 흐리고 있습니다. 어떤 욕구가 다른 욕구보다 더 강하다는 것은 ‘내가 그 행동을 한 이유’가 되기는 하지만, ‘능력의 가능성’(사실, 이 말은 보통 ‘잠재성’이라고 표현됩니다)을 드러내지는 못합니다. 가령, 제가 제 어깨에서 날개가 돋길 욕구한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이 욕구의 존재는 제 어깨로부터 날개가 돋아날 잠재성을 시사하지 않습니다.

한편, 이 문제되는 구절이 글의 후반부에서 제시되는 저자의 논지에 별 도움이 되는지도 분명하지 않습니다. 후반부에서 제시되는 논점은 다음으로 요약될 수 있겠는데,

S가 자유롭게 A했기 위해, S는 (i) 어떤 X에 대해 X하기를 원하고, (ii) 어떤 X에 대해서는 X하기를 원하지 않을 이유를 가져야 한다.

여기에서 잠재성 개념이 역할하는 바는 전혀 없다는 점에서 그렇습니다.

한편, 다음 구절,

에서는 저자의 글쓰기 능력 부족이 드러납니다. 급히 쓰신 글로 보이는데, 무엇을 의미하시는지를 명확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아마도 다음을 의미한 것이리라 생각됩니다:

나는 이 두 조건을 만족하는 경우를 ‘자기 결정’의 사례라고 부르겠다. 그러나 나는 자기 결정의 존재만으로 자유의지의 존재가 확립되지는 않는다고 생각한다.

언급된 부분들을 염두에 두시며 다시 자신의 논증을 구성해 보시면 관심 갖는 주제를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고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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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박받을 이유는 없지만, 기존 학자나 기존 연구를 참조하지 않은 상태에서 이루어지는 주장들은 소통에 커다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미 해당 주제와 관련해서 학계에서 정립된 용어나, 학파나, 논의를 고려하지 않는다면, 그 문제를 다루고 있는 전문가들과 논점이 엇나갈 가능성도 매우 높은 데다, 매번 불필요하게 해당 논의를 처음부터 다시 설명해야 하는 번거로움도 생기기 때문입니다.

인터넷에 "우리는 이것을 XXX이라 부르기로 했어요."라는 밈이 있습니다. (공교롭게도, 철학과 출신 유튜버인 선바가 만들어낸 밈이죠.) 학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논의들도 이 밈의 맥락에서 이해해 볼 수 있습니다. 철학을 전공하지 않은 분들은 종종 특정한 주제에 대한 논의가 기존 철학계에서 얼마나 오랜 세월동안, 얼마나 수많은 학자들에게 다루어졌는지를 잘 모르시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래서 자기 스스로 새로운 용어를 고안해내고, 자기 스스로 모든 것을 처음부터 정립하려 하죠. 그런데 전공자의 입장에서 보면, 이런 태도는 "얼음"이라는 기존 용어가 있는데도 굳이 "삼다수바"라는 새로운 용어를 만들어내서 소통의 혼란만을 가중시키는 태도와 비슷하죠.

https://namu.wiki/w/우린%20이것을%20얼음이라%20부르기로%20약속했어요

물론, 이미 있는 철학적 논의와 상관없이 자신만의 새로운 용어와 새로운 이론으로 생각을 펼쳐나가겠다는 태도가 반드시 잘못된 것만은 아닙니다. 하지만 그런 방식으로 철학적 논의에 접근하는 분들은, 언제나 (a) 자신들의 논의가 많은 사람들에게 소통되기는 어려울 수도 있다는 사실, (b) 기존 학계에 있는 전공자들에게는 그 논의가 매우 시대착오적이거나 어색하게 보일 수도 있다는 사실, (c) 자신이 참신하다고 생각했던 생각이 사실은 학계에 있는 수많은 전공자들에게는 전혀 참신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감안하셔야 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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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ri_42 님은 흥미롭게도

이 글을 인용한 후에, 표준화에 대한 언급을 한 번도 하지 않으셨습니다. 저는 제 의도가 이 사이트의 개설 목적에 들어맞는다는 주장을 제대로 한 것 같지만, 사리님 같은 경우는 제 주장을 언급을 하시고 그에 대한 답을 하나도 하지 않으셨죠. 다만, 압박을 준다는 것만 언급하고 넘어가셨습니다. (사실 사이트의 개설목적과 들어맞지 않는 글을 쓴다면 고쳐야한다는 압박을 준다는 것이 그렇게 잘못된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또, 전 구리님이 저를 어느 정도 의식하시고 글을 쓰신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특히 자유의지 페이퍼입니다 - yhk9297 님의 게시물 #10 를 보시면 알 수 있습니다. 또, 여러가지 다른 이유들도 있고, 올빼미에서 보이지 않는 이유들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구리님이 저와 소통을 하고 싶으시다는 가정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표준화가 되지 않은 글과 소통을 하고 싶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저는 표준화를 위한 방법을 제시할 수 밖에 없고, 그것이 다섯 번이 된다면 전 인내심을 잃을 수 밖에 없습니다.

표준화에 관한 논의는 예전에도 이뤄진 적이 있습니다. 신에 대한 본질론 - TheNewHegel 님의 게시물 #12 .이때에는 @TheNewHegel 님이 사람들에게 포럼의 규칙을 알리고 계셨죠. 하지만 (포럼의 목적과는 다르게) 표준화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많았고, 기나긴 논의가 진행됐고, 제 생각에는 @TheNewHegel 님이 성공적으로 표준화의 필요성을 보이셨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결국 이 사이트에 계시는 분들도 전부 인간입니다. 사이트의 목적을 따르고, 그에 따른 정당화를 하는 과정이 길어지고 반복될 경우 피로감을 느끼게 됩니다. 실제로 저 시점을 기점으로 @TheNewHegel 님의 활동은 찾아보기 굉장히 힘들어졌습니다. 간간히 하트를 누르시긴 하지만, 다른 활동은 찾아보기가 힘듭니다. 정말 필요할 때만 댓글을 다시거나, 농담조의 댓글 말고는 찾아보기가 힘들지요. 우연일 수는 있겠지만, 제 생각에는 이 사이트의 목적을 따르고 그에 대한 정당화를 하는 과정이 불필요하게 반복되고 길어지자 철학적인 활동을 멈추신 것으로 보입니다.

이 얘기를 하는 이유는 저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사이트의 개설 목적에 따라 표준화가 되지 않은 글들에 표준화를 요구하는 것까지는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이 무의미하게 반복되고, 또 그에 대한 불필요한 정당화가 반복적이고 길어질 경우 굉장한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특히 최근에 제 표준화에 대한 요구에 많은 불만이 들어왔고 그에 대한 변호를 해야하는 것이 굉장히 힘듭니다. 특히 이미 충분히 논의가 이뤄졌다고 생각하지만 @TheNewHegel 님이 이미 하셨던 논의를 제가 똑같이 다시 해야한다는 점, 그리고 그 결론이 포럼의 목적을 따르자라는 지루한 결론이라는 점이 피로감이 느껴집니다. 그렇기 때문에 저는 이 사이트 관리자님께 사이트 탈퇴 요청을 해놓은 상태고, 탈퇴 절차가 이뤄지면 제 글을 더 이상 안 보셔도 될 겁니다. 그러니 걱정 안 하셔도 될 것 같습니다.

+) 덧붙이자면, 제 요구들이 엘리트주의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요약-반박은 학부 교양수업에서 아주 흔하게 요구하는 과제입니다. 저 같은 경우도 타과생들도 많이 듣는 2학년 수업을 8개 정도 들었고 (제 학교에서 1학년 수업은 수업 취급을 받지 않습니다. 그러니깐 2학년 수업이면 가장 낮은 등급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제 기억으로는 8개 수업 전부 요약-반박 혹은 요약-변호의 형태를 띈 과제를 요구했었습니다. 다시 말하자면, 전 요약-반박 혹은 요약-변호의 형태가 철학 전공생만을 위한 것이 아닌, 대학교를 처음 들어오는 신입생, 비전공생들이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올빼미가 학술적인 커뮤니티라는 것을 감안하면, 대학교를 갓 입학한 신입생, 그리고 타과 전공생들에게 요구되는 과제 수준의 작업을 요구하는 것이 그렇게 엘리트주의적이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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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제가 단편적인 부분만 보고 톤론을 위한 목적성에만 집중하고, 표준화에대한 목적은 경시한 부분이 있는것 같습니다.
제가 이 커뮤니티에 들어온지 2개월도 안되는 까닭에 이전에 있었던 이와 같은 내용의 이야기는 잘 알지 못하는 점, 이와 같은 이유로 제가 단편적으로 yhk님이 올리셨던 글이 표준화와 관련된 글 뿐이었다는 점에서 저의 이와같은 오해가 있었던것 같습니다.
먼저 문제의식을 가지고 목적,규칙 글을 읽은 까닭에 편향적으로 글을 읽을 수 밖에 없었으며, 이에대한 부분적인 인용이 원문의 주제 의식을 흐렸음을 인정합니다.
그러니 이번 저의 이러한 이야기는 그냥 후배가 어린 혈기에 부린 오지랖정도로 생각해주시고 너무 스트레스 받지는 않으셨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저는 기본적으로 yhk님이 이곳에 남기신 많은 글들이 깊이가 있고 그 분야에 대한 넓은 지식들, 스스로 정해놓은 규칙에 따르는 글들이 후배로써 배울 부분이 많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탈퇴까지는 고려하지 않아주셨으면 합니다.
+
엘리트주의에 대한 이야기는 확실히 부적절한 워딩이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철학과를 진학하지 않은 학생,혹은 아직 그와 관련된 활동을 해 본적이 없는 사람들에게는 다소 낯선 개념일수 있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를 부탁드립니다.

다시 한번 죄송하다는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저의 글에 대한 조언과 지침 내려 주신것에 대해서 감사드립니다. 주제 넘는 말일 수도 있지만 탈퇴는 거두어 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여기에 글을 올리지 않겠습니다. 단, 완성된 형태의 글일 경우에는 글 올리는 것을 허락해 주시기 바랍니다.(충분히 철학적 소통이 가능한 그런 글입니다) 그러니까 이제는 저로 인한 스트레스와 어떤 불편함을 느끼지 않으셔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철학적 소통을 매우 원하는데 자유의지 문제에 관련해서는 특히 더욱 그러합니다. 시간이 몇달, 몇년이 걸릴수도 있습니다. 평범한 일반인이니 이 점 양해해 주셨으면 합니다.

저는 정말 자유의지와 결정론에 대한 저의 생각을 의미 있게 발전 시키고 싶습니다. 그러려면 표준화된 지침을 따라야겠지요. 말씀 감사드립니다.

뭐가 그렇게 낯선지도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그냥 요약하고 반박하면 되는 거 아닌가요? 하다못해 요약이더라도요. 그리고 요약은 저희 모두 초등학교 때부터 해오던 거 아닌가요? 물론 철학만의 기준이 있고 그걸 따르긴 어려워요. 저도 제 첫 요약 과제를 제출하고 75점을 받았어요. 하지만 중요한 건 전 요약-반박을 하라는 것이지 요약-반박을 하라는 것이 아닙니다. 일단 하시면 그 다음부터 천천히 해나가면 되는 거에요. 그러면서 자연스레 철학의 기준을 배우게 됩니다.

저도 첫 철학 수업을 들은 게 2021년이에요. 그렇게 오래 전이 아닙니다. 초심자로써 어떤 심정을 갖고 어떤 고난을 거쳤는지 다 알아요. 특히 전 이공계에서 왔어요. 인문학과 책과 담을 쌓고 살던 저로써는 더 큰 고난이었겠지요. 근데 요약/요약-반박을 하는 게 그렇게 어렵지 않아요. 물론 해서 점수를 잘 받는 건 별개의 문제지만요. 그래서 요약-반박, 하다못해 요약에 대해서 이렇게 말이 많이 나오는 게 저로써는 이해가 안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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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수업에서 요약-반박수업을 예시로 드시길래 대학에서는 뭔가 다른 양식이 있는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딱히 그런건 아니었군요?
제가 모르는게 많습니다ㅠ

사실 저도 yhk님과 비슷한 감정을 오래전부터 느끼고 있습니다. 얘기 나온 김에 사이트 분위기에 대해 언급하자면,

어느 순간부터 의미 있는 의견 교류나 건설적인 제안이 별로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제 생각엔 혼잣말하는 유형의 댓글, 조언에도 불구하고 받아들여지지 않고 반복되는 모습 등등이 사이트의 매력을 떨어트리고 유저의 피로감을 증대시키기 때문입니다. (또 한가지 이유에는 석사-박사 과정을 밟고 있으며 활발하게 글을 쓰는 멤버 충원은 별로 없고, 기존의 활발한 유저는 이제 박사 고년차를 달려간다는 점이 있겠습니다.)

그 결과, 정보, 잡념, 일상 글이 커뮤니티를 지배하게 됐고, 요약문이나 철학 글은 거의 업로드되지 않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리고 이로 인해 건설적인 철학적 담론이 형성되는 것을 막는 악순환이 형성되고요.

저도 피로감을 느끼고 있어서 옛날에 비해 요약문이나 철학 글을 올리는 빈도를 굉장히 줄였습니다. 사이트를 좋아하고, 여기서 많은 배움을 얻은 입장에선 굉장히 아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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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행 연구 정리(요약), 반박(nagative argument), 주장(postive argument)는 단순히 철학이 아닌 모든 연구에 있어서 최소한 아리스토텔레스 이후로는 표준화된 기준이라는 점에서, 그리고 그것이 단순히 아무 이유 없이 표준화된 것이 아닌 논리적으로 이와 같은 과정이 가장 명료하게 자신의 주장을 드러낼 수 있다는 점에서, 또한 이는 철학 고유의 형식이 아닌 최소한 아카데믹한 글을 쓰고자 한다면 반드시 지켜지는(굉장히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기준이라는 점에서 사람들이 이를 낮설게 여기는 것은 무언가 이상한 것 같기도 합니다. 제가 보는 모든 논문, 즉 철학이든 생물학 논문이든 모든 논문은 기본적으로 다음 구조를 가집니다.

아마 이에 대해 거북하게 생각하거나 이를 낫설게 여기는 것은 두가지 가능성에서 기인한다고 봅니다. 하나는 이곳이 인터넷 공간이라는 점에서 일반적인 인터넷 사이트는 아카데믹한 글을 쓰는 곳이 아니므로 그것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처럼 느껴질 수 있습니다. 이는 본 사이트의 특수성을 이해하지 못한 것이겠지요. 다음으로 철학이 어떤 잠언집과 같은 것이라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뿌리깊게 존재하는 편견 때문일 수도 있을 것입니다.

어찌 되었든 철학은 특히나 첫째도 논증 둘째도 논증인 학문입니다. 때때로 논증과는 거리가 멀 것으로 보이는 데리다나 들뢰즈 등의 프랑스 철학조차 실제로는 매우 논증적인 구조를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리고 제 생각에 이는 타 학문에서도 정확히 동일하게 적용됩니다. 물론 막 입학한 학부생이 이를 바로 체화하기는 어렵지만 그렇게 지나친 요구라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 더하여 요약에 대해 너무 어렵게 생각하시는 것 같기도 합니다. 아마 한국어 '요약'이 가지는 의미가 한국의 지옥 같은 고등학교 생활을 보낸(저를 포함한) 분들겐 마치 정리 노트, 혹은 교과서 요약 같이 느껴져서 그럴 것 같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약은 그렇게 어려운 것이 아닙니다. 단순히 내가 무엇을 공격하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밝히는 작업입니다. 예컨대,
  1. 지식은 확실해야 한다.
  2. a는 의심가능하다.
  3. a는 지식이 아니다
    (데카르트 논증 요약)
    이 논증을 잘못되었다. 왜냐하면~(건전성 혹은 타당성 비판)
    그리고 난 지식이 다음과 같이 이해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주장)
    와 같이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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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 lazy님 말씀대로, 인터넷 공간이라는 부분에서 사실 가볍게 철학과 관련된 이야기를 즐기는 곳으로 알고 이곳을 접하게 된 부분이 있는것 같습니다. 이부분은 포럼의 목적에 대해서 너무 저의 입맛대로 파악해서 읽은 점이 컸던것 같습니다. 괜히 미꾸라지가 물을 흐리고 간것같아 부끄러울 따름입니다.

저는 다른 분들 댓글 주제에는 크게 관심이 없고 선생님 글에 대해 논평한 것이어서요. 표준화된 지침에 관해 언급하실 건 아닌 것 같습니다. 잘 생각해 보시면 좋겠네요. 다른 선생님들 말씀처럼 고전적 저작들을 참고하시는 것도 좋은 노력 중 하나가 될 것 같습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저는 사실 철학 뿐만 아니라 공부 자체를 거의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가 여기서 말하는 공부는 고등학교 과정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저는 고졸입니다) 때문에 전반적으로 대학교에서 구체적으로 어떤 식의 공부가 진행되는지 잘 몰랐습니다. 따라서 저에게는 심리적인 이유가 조금은 있는 것 같습니다. 제가 현재 가지고 있는 여러 생각들을 제 나름의 방식대로 논리적이고 말이 되게끔 생각을 해보는 것은 재밌는 과정인데 반면에 어떤 논문을 바탕으로 주장-근거 형식으로 요약을 해보고 그 다음에 본인이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논증적으로 명확하게 표현하는 것이 제게는 어떤 의미에서는 조금은 딱딱하게 느껴졌던 것 같습니다.

보잘것 없는 글에 그래도 논평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