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가 썼던 짧은 잡념에 대한 보론이자, 내가 참고하기 위한 지도다.
(2)
지금(2020년대) 가장 흥미로운 현상은 형이상학의 귀환처럼 보인다. 이 귀환은 앞선 글에서 지적하듯, 더밋의 제자들과 (부분적으로) 루이스의 제자들이 주도하고 있다. (전자는 철학의 형식화보다는 수리철학/논리학적 아이디어들을 형이상학/인식론으로 적용하는 것이 더 관심이 있었고, 후자는 인간 자연 언어를 형식화 한 뒤, 그 형식적 도구를 통해 여러 분야의 문제를 명료화하고 해결해려 했던 듯하다.)
오늘날 형이상학이란, 더 이상 (i) 세상을 이루고 있는 가장 근원적인 존재에 관한 고찰이 아니다. 그보다는 (ii) 우리가 어쩔 수 없이 이 세상을 사유하는데 사용하는 여러 개념들에 관한 연구에 가까워 보인다. 예컨대, 속성/본질 등이 (전통적) 형이상학 용어들이 정말로 실제하는지와 같은 존재론적 문제보다는, 이들 용어가 "정확히" 어떠한 방식으로 사용되는지, 이것이 우리의 추론/지식/체계와 어떠한 관계를 맺는지가 이들의 주된 관심사처럼 보인다.
가능 세계(possible world), 명제(proposition), 초내포성(hyperintensionality), 참(truth), 지식(knowledge), 형이상학적 근거부여(metaphysical grounding) 등이 이들과 연관된 주제로 보인다.
대표적인 학자로 다음과 같이 있다.
크리스핀 라이트(Crispin Wright ; 1942-), 티모시 윌리엄슨(Timothy Williamson ; 1955-), 폴 보고시안(Paul Boghossian ; 1957-), 스테판 야블로(Stephen Yablo, 1957-), 킷 파인(Kit Fine, 1946-), 에드워드 잘타(Edward Zalta, 1952-).
좀 더 젊은 세대 학자로는 (생몰연도가 안 알려진) 조나단 이치카와(Jonathan Ichikawa), 던칸 프리차드(Duncan Pritchard), 테드 사이드(Ted Sider) 등이 보인다.
(3)
두번째 그룹은. 인간이 가진 심적 능력에 관한 연구를 주축으로 한다. 이들은 앞의 글에서, 가장 마지막에 언급한 인지과학과 어느정도 교류를 나눈 집단이다. (다만 이들은 자연주의로의 환원이라든가 그러한 거대 프로젝트에는 큰 관심이 없어 보인다.)(특히 의식 연구를 기점으로, 기존 신경과학/심리학 연구과는 결별된 철학-인지과학 집단이 주축을 이루는 듯하다.)
동시에 다른 뿌리를 제시하자면, 행위 철학이나 메타윤리학 중에서도 도덕적 동기를 연구하던 그룹에도 기원을 가진다 볼 수 있다.
이들은 변방에 있던 여러 분석 철학 분야들의 성과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주로 예술철학이 자주 소환되는 편이다.)
이들이 관심 있는 주제는 지각(perception), 상상력(imagination), 공감/마인드 리딩(empathy/mindreading - folk psychology), 사회적 인지(social cognition), 암묵적 인지(implicit cognition), 믿음(beleif), 행위(action), 동기(motivation), 실천적 이유/근거(pratical reason) 등이다.
학자 목록을 제시하는 것은 내가 이들 문헌을 자주 보지 않아서 무의미 해보이기도 한다. 하지만 대략을 적으면 다음과 같다.
에이미 카인드 (Amy Kind, 1969 -), 제이슨 스탠리(Jason Stanley, 1969-), L.A. 폴 (L.A. Paul, 1966-), 데이빗 벨레만(David Velleman, 1952-), 크리스틴 코스가르드(Christine Korsgaard, 1952-), 피터 골디(Peter Goldie, 1946-2011), 타마 겐들러(Tamar Szabo Gendler, 1965-).
약간 윗세대로, 의식과 지향성 연구를 했던 학자들로는 다음과 같이 있다.
데이빗 차머스(David Chalmers, 1966-), 네드 블록(Ned Block, 1942-), 팀 크레인(Tim Crane, 1962-), 프레드 드레스켈(Fred Dretske, 1932-2013), 크리스토퍼 피콕(Christopher Peacocke, 1950-), 마이클 테이(Michael Tye, 1950-)
(4)
위의 두 그룹은 서로 교류하는 경우도 있지만, 완전히 겹치진 거려워 보인다. 왜냐하면 이 두 분야를 연구하는데 필요한 지적 기반이 갈라졌기 때문이다. 전자의 경우, 여러 형식 논리와 수학에 대한 충분한 지식이 필요해 보인다. 후자의 경우, 심리학/인지과학적 데이터를 이해하고 해석할 능력과 필요한 사례들을 수집할 능력이 필요해 보인다.
(5)
마지막 그룹은 시대적 응답 혹은 개별 과학/사례에 철학적으로 접근하는 다운-탑 방식의 학자들이다. 두서없이 나열하자면 다음과 같다.
(i) 형식 인식론(formal epistemology), 선택 이론(decision theory), 통계학의 철학(philosophy of statistics), 과학철학 (특히, 베이즈주의와 귀납 추론, 과학적 설명을 연구하던 학자들), 사회과학의 철학(philosophy of social science/economics)는 하나의 연관된 분야로 부상 중인 듯하다.
이들은 귀납 추론 - 운/기회/확률/우연/필연 등, 인식론/과학철학/형이상학 등에서서 중요하게 여겨지는 개념들을 면밀히 탐구한다. (이와 같은 주제들은 자유의지/덕 인식론 등과 밀접한 연관을 가지게 되었다.) 나아가, 그 탐구들을 실천적 영역인 선택 이론/사회과학의 철학 등과 연관시키는 듯하다.
(ii) 생물학의 철학(philosophy of biology), 응용윤리(applied ethics)는 여러 당대적 문제에 대해 보다 명료한 답을 내놓고자 노력한다. 예컨대, 종-초월적인 여러 심적 개념들, 환경, 생물 복제 - 정체성 등의 문제를 사유한다. 이 그룹은 처칠랜드-밀리칸처럼 보다 강한 자연주의 프로젝트에 영향을 받은 그룹으로 보인다.
(iii) 기술 철학(philosophy of technology), 예술 철학(philosophy of art) 역시 당대 문제에 대해 보다 명료한 답을 내놓고자 노력한다. 예를 들어, AI, 빅 데이터, 비디오 게임 등 기술의 부상으로 생긴 여러 현상에 대해 새로운 답을 내놓고자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