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존 미학/덕윤리학 관련 책 질문 드립니다

우선 @sophisten @Mandala 외 니체·푸코 전공자 선생님들께 감사드리며,

생명정치에서 헤매고 있었는데 제가 원하는 답은 실존 미학(이 단어 어제 처음 봤습니다)에 있는 것 같아 부랴부랴 『주체의 해석학』『푸코의 미학』 장바구니에 담았습니다.

몇 년 전에 『덕의 상실』 읽고 깊은 감명을 받았는데 거기서 어떻게 더 뻗어나가야 할지를 모르고 있는 상태였거든요 그런데 여기서 덕윤리학과 실존 미학(니체-푸코)을 이어주는 글들을 발견해서 어젯밤부터 묘한 희열감에 휩싸여 있습니다(회사에서 집중이 안 될 정도예요!). 궁금한 점이 몇 개 더 있어 질문 드립니다.

(1)니체-푸코 실존 미학 이해 위해 읽어야 하는 니체 저작 혹은 크게 도움이 되는 개론서가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2)실존 미학과 생명정치를 이어주는 푸코 연구자들의 저작 혹은 논문이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3) 가장 궁금한 부분이기도 한데요, 덕윤리학과 실존 미학의 관계를 설명해주는 텍스트가 있다면 추천 부탁드립니다 - 영어까지는 어떻게저떻게 읽어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arrow_forward::arrow_forward: 이 댓글에 대한 부연설명이 정말 듣고 싶습니다ㅜㅜ

급하게 적느라 질문의 요지가 명확하지 않을 수 있는 점 미리 사과 드립니다. 관련분야 선생님들의 고견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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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니체나 푸코나 말이 많아서 관련 저작 읽기 시작하면 끝도 없습니다. 니체의 경우 초중후기 저작 모두에 걸쳐(전집 전체가 국문으로 대략 만페이지입니다) 실존의 미학이라는 테마가 드러납니다. 푸코의 경우 후기 저작에 한정해서 읽는다쳐도 양이 방대하고 거의 역사서와 비슷한 느낌을 주기에 지루해 죽을 것입니다.
덕윤리 전체 구도를 알고 싶으면 장동익의 덕 윤리 - 그 발전과 전망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니체 연구는 국내와 해외가 비교도 안되는 수준이라 제시하는 참고서적이 대다수가 어쩔수 없이 영어입니다. 니체와 덕윤리를 주제로 쓰인 국내 논문은 사실상 없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강조해둔 것은 초심자도 읽기 쉽고 핵심이 요약되어 있다 생각하는 글입니다.

(1)
Nietzsche’s Moral and Political Philosophy (Stanford Encyclopedia of Philosophy)
Ansell-Pearson, K. (2014). Care of self in Dawn: On Nietzsche’s resistance to bio-political modernity. Nietzsche as Political Philosopher , 269-286.
Milchman, A., & Rosenberg, A. (2007). The aesthetic and ascetic dimensions of an ethics of self-fashioning: Nietzsche and Foucault. Parrhesia , 2 (55), 11.
Gerhardt, V. (2021). Von der ästhetischen Metaphysik zur Physiologie der Kunst. In Band 13 1984 (pp. 374-393). De Gruyter.
Ridley, A. (2007). Nietzsche on art and freedom. European Journal of Philosophy , 15 (2), 204-224.
뤽 페리, 방미겸 옮김, 미학적 인간, 고려원, 1994.
백승영, 니체, 디오니소스적 긍정의 철학, 책세상, 2005. (뒷 파트)
볼프강 벨슈, 심혜련 옮김, 미학의 경계를 넘어, 향연, 2005.
크리스토프 멘케, 김동규 옮김, 미학적 힘, 그린비, 2013.
크리스토프 멘케, 신사빈 옮김, 예술의 힘, W미디어, 2015.
전예완. "철학의 미적 전회로서의 니체 사상에 대한 연구 - 실존의 미적 정당화 테제를 중심으로." 국내박사학위논문 서울대학교 대학원, 2010. 서울

(2)
Siisiäinen, L. (2016). Foucault, biopolitics and aesthetics. In The Routledge Handbook of Biopolitics (pp. 81-93). Routledge.

(3)
Berry, J. N. (2015). Is Nietzsche a virtue theorist?. The Journal of Value Inquiry , 49 , 369-386.
Slote, M. (2020). Agent-based virtue ethics. Handbuch Tugend und Tugendethik , 1-10.
Brobjer, T. H. (2003). Nietzsche's affirmative morality: An ethics of virtue. Journal of Nietzsche Studies , 64-78.
Bernstein, R. J. (1984). NIETZSCHE OR ARISTOTLE?: Reflections on Alasdair MacIntyre's" After Virtue". Soundings , 6-29.
Swanton, C. (2005). Nietzschean virtue ethics. Nietzsche's On the Genealogy of Morals: Critical Essays , 29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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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선 저는 니체나 푸코 전공자가 아니라는 점을 미리 알립니다. 그래서 질문이 제 댓글에 의해 촉발되었음에도, 제 이해가 (학술적으로) 맞다 보장하기 어렵습니다. 어디까지나 제 이해라는 점을 감안하고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2) 제가 이해하는 푸코의 실존미학이란 이렇습니다.

전전반기 푸코의 계획은 인간이란 사회에서 주어진 에피스테메(?, 정확한 용어가 기억나지 않네요. 대충 사회가 가진 규범이라든가 선입관으로 이해하시면 됩니다.)에서 벗어난 생각을 가지기 어려우며, 어떻게든 이 에피스테메의 영향 하에서 인간 생각이 성립함을 보여주려 한듯 합니다.

후반기로 가면서 푸코는 다음과 같은 의문을 가지게 됩니다. 그렇다면 인간(의 생각)이란 사회적 산물인데, 여기에 저항하려면 어찌해야하는가? 달리 말해, "인간이 자신의 의지를 통해 사회적으로 구성된 자신(의 생각)을 벗어나려면 어찌해야하는가?"를 고민한듯합니다. (이걸 멋진 말로, 인간은 스스로를 예술 작품으로 만들어야한다라고 푸코를 표현했고, 그렇기에 실존 미학이라고 부리는듯합니다. 자기 스스로의 삶의 방식[실존]을 예술 작품처럼 아름다운 것[미학]으로 만들어야한다.)(저는 그래서 실존미학의 미학은, 수사적 표현이라 생각하는 쪽입니다.)

이 질문은 굉장히 구체적인 예시로 명확해집니다. 자기자신이 게이라고 해봅시다. 푸코가 살던 시기 게이에 대한 차별은 극심했습니다. 문제는 게이들 역시도 사회의 영향으로 자기자신에 대한 혐오를 "내면화"했습니다. 이렇게 내면화된 혐오에 대항하여 자기 자신을 변화시키는 것이 실존미학의 지향이라 전 생각합니다.

푸코는 이를 위해 고대 그리스 철학으로 다시 돌아갑니다. 그리고 당시 학자들이 제기한 여러 이론들이 결국, (평범한) 자기자신을 변화시켜 이상적인/덕스러운 인물로 만들기 위한 "테크닉"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이를 발전시키다 죽습니다.

(3) 덕 윤리학은 기본적으로 전혀 다른 뿌리를 가집니다. 덕 윤리학은 사람이 윤리적인 행동을 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이 "덕" 혹은 개인이 가진 도덕적 성품이라 주장합니다. (이와 대비되어 의무론이라면 의무가, 결과론이라면 행위의 결과가 가장 중요하고 우선 고려되어야한다 주장하겠죠.)

(비록 덕 윤리학도 푸코처럼 고대 그리스 철학의 영향을 강하게 받았지만) 지금까지 덕 윤리학은 대체로 이 "덕"이란 무엇인지 규명하려는 일종의 메타 이론이였습니다.

하지만 이 논의의 자연스러운 다음 단계는 "그래 덕이 그거라 해보자. 그러면 그 덕을 평범한 인간이 어떻게 얻을 수 있는데?" 여기서 덕 윤리학과 푸코의 실존 미학이 만나는 지점이라 전 생각합니다.

인간이 어떻게 스스로를 변화시킬 수 있는가?

아쉽게도 이 논의는 지금 학계에서도 굉장히 초보적인 수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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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사실 책 추천은 독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모르겠어서, 추천하기가 어렵네요. 학술적인 이야기를 원하시는 건지, 아니면 실존 미학/덕 윤리학이 현실적 차원에서 어떻게 이루어져야하는지, 일종의 프로그램을 제시한 책을 원하시는건지.

후자시라면, 전 전문적인 현대의 논의보다는 고대 그리스 철학 원전과 그에 대한 논의들이 더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합니다.

피에르 아도의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
아리스토텔레스의 <니코마코스 윤리학>

정도가 적당하지 않을까요.

만약 두 책을 읽으시고 이 방향이 맞다고 여기시면 보다 전문적인 논의로 다음이 있습니다.

비록 플라톤에 관한 이야기지만, 많은 도움이 되는 서지사항이라 생각합니다. 특히 후반부에 제시된 세 가지 연구방향은 모두 (어떤 의미에서) 실존미학/덕 윤리학을 경유한 재해석이라 볼 수 있으니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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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 정말 감사합니다 설명을 듣고 나니 어떤 맥락인지 와닿았습니다. 아래 댓글에 책 추천이랑 제가 모르고 있던 게시글 링크까지 감사해요. 희랍철학 갔다가 길을 잃은 느낌이 다시 들면 찾아오겠습니다 :man_bowing:t2:다시 한 번 감사드리며…

정말정말 감사드립니다… 볼드 친 텍스트들부터 천천히 읽어나가야겠군요.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더 드리면, 선생님께선 슬로터다이크의 저작들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실존 미학 혹은 폭넓게 니체를 알아가는 과정에서 품을 들여 읽을만한 가치가 있는 텍스트인가요?

슬로터다이크의 책은 한번도 안읽어봐서 모르겠습니다. 저 개인적으로 가장 도움이 된건 주문하신 히로나리의 <푸코의 미학>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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