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hristoph Horn, Jörn Müller, Joachim Söder 등이 편찬한 Platon Handbuch에서 최근 연구 경향(Neuere Forschungstendenzen) 항목을 대충 번역한 것입니다. 대충 번역이라 번역에 넣기보다 고대철학 카테고리로 설정하는 게 좋다는 생각으로 남긴다는 건 핑계고 사실 고대철학 글 수 0을 없애고 싶어서요.
플라톤의 연구에 있어 모든 대화편들과 모든 하위 주제들이 항상 동등하지는 않다; 항상 학문적인 관심을 받는 특정 인기 주제들이 있고 마찬가지로 그런 관심의 사각지대도 존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적 규모에서 플라톤 연구는 매우 다른 국가 전통과 연구 학파로 나뉘기 때문에 명확하고 균일한 경향을 식별하기는 매우 어렵다. 이들은 그동안 서로 강하게 연결되긴 했지만, 기본 가정들을 확정하고 서로 공유하는 공통적인 기반 위에서 움직이지는 않았다. 적어도 앵글로색슨어 및 독일어권 연구 현장에서는 지난 수십 년 동안 연구 의제를 결정했던 여러 가지 특권적 지위를 누린 주제들과 논제들을 확인할 수 있다(cf). Rossetti 2004).
20세기에 60년대부터 80년대까지는 플라톤의 이데아론, 존재론, 의미론, 인식론 그리고 그의 개념 논리가 관심의 초점이 되었다. 독일어권에서 플라톤에 대한 관심의 존재론적인 경향은 - 예를 들어 소피스트의 '존재의 문제'에 대한 관점 등은 - 하이데거의 영향과 관련이 있을 수 있다. 앵글로색슨 세계에서 분석철학이 플라톤의 이론 철학을 다루었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이 제기됐다. 몇몇 대화편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기록이 시사하는 것처럼 정말로 플라톤은 지나치게 특수한 실체들의 존재를 주장하는가? 그가 어떤 의미에서 그것들의 존재를 받아들일 수 있을까? 그것들은 무엇을 설명할 수 있는가? 아니면 이는 단지 하나의 가정만을 시험하고, 전체적으로 부정적인 결론에 이른 것일 뿐일까? 이데아론에서 존재론적, 의미론적, 인식론적 양상들은 어떻게 상호작용하는가? 예를 들어, “제 3의 인간 논증” 또는 인식과 의견의 구별은 광범위한 논쟁을 촉발시켰다. 또 플라톤이 <소피스트>에서 명제 진리를 발견한 것은 중요한 의제가 됐다. 이에 따라 <파이돈>, <파르메니데스>, <테아이테토스>, <소피스트>가 연구자들이 가장 선호하는 연구 대상들이 되었다.
이와 달리 90년대 초부터 21세기 초까지는 다른 세가지 주제들, 즉 플라톤의 윤리학, 플라톤의 심리학, 대화 형식이 특히 중요해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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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르 아도(P. Hadot)와 미셸 푸코(M. Foucault)의 80년대 작업들이 개시하여 90년대 초의 플라톤 연구는 소크라테스에 의해 영감을 받은 윤리적 전통이 칸트주의, 공리주의, 전략적-합리적인 계약 이론에 의해 결정되는 현대 도덕 철학과는 상당히 다른 방향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점점 더 발견하게 됐다. 이제 플라톤이 뜻하는 윤리학이 우선적으로 행위자 중심의, 개인과 관련된, 행위의 방향을 설정하는 지식을 제공하고자 했다는 지각이 강해졌다. 플라톤에서 볼 수 있는 이러한 유형의 윤리학의 재발견과 그 심도 있는 논의, 예를 들어 안나스(J. Annas, 1993), 볼프(U. Wolf, 1996), 네하마스(A. Nehamas, 1999), 러셀(D. Russell, 2005)이나 프라이스(Price, 2011)의 논의들은 처음으로 도덕철학에 있어 플라톤적인 모델들의 중심 주제들, 즉 행복과 성공적인 삶, 덕과 그 합리적 토대 등에 대해 포괄적으로 작업해내고 있다. 플라톤의 주제와 주장들은 의무와 규범, 도덕적 딜레마 또는 행위 결과에 기초한 현대의 이론적 접근과 결코 일치하는 것은 아니지만, 또한 이러한 점들에 정반대되는 것도 아니다. (Gill 2005 참조). 수많은 관련 연구들은 대화편의 부분들과 플라톤 이론의 조각들에 대한 근본적인 재평가뿐만 아니라 플라톤 모델의 어떤 체계적 매력을 더하기 위하여 수많은 현대적 변론들(예: 도덕적 실재론의 한 형태, Rist 2012)을 낳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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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리적으로 삶을 살아가는 문제에 대한 이 최근의 관심은 또 다른 경향과 관련이 있다. 도덕철학을 논의하던 중에 플라톤의 심리학과 그의 실천적 정체성에 대한 이론이 그전까지 예상하던 것보다 더 복잡한 토대에 기초하고 있으며 따라서 철저하고 새로운 논의가 필요하다는 것이 점점 더 분명해졌다. 플라톤은 욕망, 사고, 행위의 상호작용을 어떻게 설명하는가? 이때 그 저변에서 욕망을 어떻게 이해하고 합리성을 어떻게 이해하는가? 플라톤은 '영혼'을 무엇이라고, ‘영혼의 부분들’을 무엇이라고 뜻하고 있는가? 의지박약의 문제는 어떻게 대응하는가? 쾌락 현상을 어떻게 묘사하고, 그것을 어디까지 적용하도록 하는가? 플라톤은 동물적인 무의식에 대한 이론을 가지고 있는가? 자기 인식을 무엇으로 이해하고 있는가? 감정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플라톤은 도덕적인 지성주의자인가? 만약 그렇다면, 소크라테스적인 의미에서 그러한가? 자신의 입장을 반성하면서 어떤 실체적인 측면에서 그 입장을 바꾸는가? 이 질문들과 그 비슷한 문제들에 대한 중요한 연구들이 Ch. 길(Ch. Gill, 1996; 4장), D. 프레데(D. Frede, 1997), J. 쿠퍼(J. Cooper, 1999), H. 로렌츠(H. Lorenz, 2006), T. 브릭하우스/N. D. 스미스(T. Brickhouse, N. D. Smith, 2010) 및 바니/ 브레넌/ 브리튼(Barney, Brennan, Brittain, 2012)에게서 나왔다. 보다 최근의 논의들은 근대적 합리주의자와 반합리주의자의 편견들을 모두 넘어서야만 플라톤을 이해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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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지난 20년 동안 플라톤의 저술들이 갖는 문학적인 측면과 대화형식과 논증의 연관성이 이전보다 훨씬 더 자세하게 다뤄졌다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다음과 같은 질문들은 특별한 관심을 끌었다. 도대체 왜 플라톤은 대화편을 쓴 것인가? 그리고 이 대화편들은 다른 소크라테스 제자들의 저술과 어떤 관계를 보여주고 있는가? 어떤 철학 탐구 방법들(예: 논박(elenchos), 가설 방법(hypothesis), 또는 분할(dihairesis))이 존재하고 그것들은 어떻게 사용되는가? 플라톤은 어떻게 자신의 이론과 결론들에 도달했을까? 신화, 연설, 이야기, 비유, 그리고 플라톤의 글에 있는 다른 문학적 장치들은 어떤 역할을 하는가? 소크라테스, 파르메니데스, 엘레아에서 온 손님 또는 다른 대화 인물들에 의해 암시적으로 실행되거나 명시적으로 언급된 대화의 규칙은 무엇인가? 플라톤의 글들은 동시대 수사학과 어떤 관련을 가지고 있으며 5세기의 비극과 희극과는 어떤 관계가 있는가? 대화 참여자들의 묘사, 극적 맥락의 연출, 각각의 철학적인 논의는 어떤 관련이 있는가? 아리스토텔레스와 다른 고대 자료들에 의해 보고된 '쓰여지지 않은 이론'은 대화편에서 어떤 역할을 하는가? 언급된 주제들에 대한 중요 저작들은 A. W. 나이팅게일(A. W. Nightingale,1995), Ch. 칸(Ch. Kahn, 1996), R. 블론델(R. Blondell, 2002), A. 미켈리니(A. Michelini, 2003), R. 가이거(R. Geiger, 2006), 그리고 M. 얼러(M. Erler, 2007a)가 저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