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어쩌다보니 그게 제 방황의 시작(?)이었죠. 푸코의 실존미학을 하고 싶어서 철학과에 왔더니, 푸코 후기철학하면 죄다 생명정치만 이야기하고 있지, 다른 대륙철학은 실존 미학과는 전혀 상관 없어 보이지...도대체 난 여기서 뭐하고 있는건가...싶었죠.
(2) 어떤 의미에서, 푸코의 '실존 미학'의 의도치 않은 후계자는 영미 분석철학의 '덕 윤리학' 작업들로 보입니다. 저는 푸코가 '실존 미학'의 단초를 고대 그리스 철학을, 단순히 논증으로 이루어진 학문을 넘어서 '종합적인 삶의 양식'으로 본 시점에서 탄생했다 여깁니다. (이렇게 고대 철학 - 나아가 철학 일반을 이렇게 재해석하는 것이 당대의 경향처럼 생각되기도 합니다. 피에르 아도의 <고대 철학이란 무엇인가>가 항상 푸코와 함께 이런 방향성을 제시한 책으로 나오더군요. 흥미롭게도 피에르 아도는 비트겐슈타인을 프랑스에 소개한 초창기 학자 중 하나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의 제자인 앤스콤이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비트겐슈타인적인 방향' (철학과 삶의 분리불가능성)으로 재해석해서 부활시킨 '덕 윤리학'은 어쩌면 푸코와 같아지는 것은 당연할지도 모르겠습니다.
(3) 요근래 덕 윤리학의 작업들은 크게 두가지 방향성으로 움직이는 듯 합니다. (a) 덕 윤리학에서 추구하는 '덕'이 무엇인지, 일상 언어 용법과 도덕 심리학적 작업을 통해 명확히 규명하는 것. (b) 그렇게 규명된 덕을 도덕 심리학과 심리철학, 행위 철학, 선택 이론이라는 분석철학의 틀에서, 어떻게 하면 '획득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 규명하는 것. - 즉, 일종의 자기 계발서가 되고 있는 듯 합니다.
어쩌면 이것이 구체화된 푸코의 '실존 미학'처럼 느껴집니다.
(4) 여담이지만, 푸코의 이론 중에서 '실존 미학'보다 '통치성'이나 '생명 정치'가 더 주목받은 이유는, 대륙은 여전히 맑시즘과 그와 유사한 사회 변혁의 방향성을 보다 고민했기 때문이라 여겨집니다. 푸코 다음 세대의 유명해진 학자들 (발리바르, 랑시에르, 바디우 등)이 모두 알튀세르의 영향이 강한 것은 우연이 아니라 여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