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철학에 대한 기억

저는 개인적으로 분석철학에 대해 지금까지 제대로 공부해본적이 없습니다. 왜 그럴까 하다 이를 탓할(?) 만한 두 사건이 생각나 끄적여봅니다.

  1. 이전에 우연한 기회로 모 대학교 철학과 박사과정분을 만난 적이 있었습니다. 어떤 철학자에 관심이 있으시냐길래, 그 당시 제일 관심을 가졌던 데리다 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그 분이 하신 말씀이

“데리다는 요새 분석철학자들한테 발렸잖아요.”

뭔가 분석철학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기분이가 나빴던(?) 무튼 그랬습니다.

  1. 한번은 아는 친구와 철학이야기를 하다가 현상학과 해석학을 읽는데 너무 어렵다고 하니

”분석철학 한번 봐바. 넌 봐도 하나도 이해못할걸?“

이렇게 한번 더 분석철학은 제게 깊은 상처(?)를 주었습니다.

  • 농담이구요, 분석철학이 그만큼 진입장벽이 어렵구나ㅡ 하는 정도로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커뮤니티에 분석철학 하시는 분들도 많으신 것 같은데, 눈팅하며 차근차근 배워봐야겠습니다. :slight_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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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보셨네요 ... :cry:

1번의 무례함은 둘째치더라도, 최소한 2번의 경우엔 오히려 근자감 넘치는 분석철학자들이야말로 안타까워할 지점일 듯 합니다. 왜냐하면 자기들이 하는 철학이야말로 명쾌하며 이해하기 쉬운 철학이라고, 그런 철학이어야만 한다고 그런 이들은 말할 것 같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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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철학 업계인이 아니지만, 제 느낌을 대충 얘기하자면, 데리다 같은 사람을 공격하는 글도 많이 봤지만, 거꾸로 대륙철학 하시는 분이 분석철학 욕하는 글도 봐서,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특히 소칼 및 "과학전쟁" 관련 글들 보면 소칼 쪽에게 감정에 휘말려서 뭔가 미쳐 날뛰는(?) 글들을 보게 됩니다. 어휴... 제가 볼때, 이른바 데리다 같은 철학이 미국에 어떻게 수용되었는지에 대하여 재밌는 책이 『루이비통이 된 푸코?』(French Theory)라는 이름으로 있습니다.

원래 글과는 별 상관이 없지만, 댓글에 링크된 글을 읽으니, 스피노자의 서간 73에서 "이해하지 못한다"는 표현의 중의성을 들이다 판 Leo Strauss적 독법이 떠오르네요. 저는 SNS에서 이 독법에 대한 정보를 얻었습니다. (좀 더 자세히는 How to Study Spinoza's "Theologico-Political Treatise"에 관련 내용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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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분석철학을 좋아하긴 하지만,

이런 태도는 정말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철학사/헤겔을 공부한다고 하면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근데 또 분석철학보면 그렇게 빈틈없는 것도 아니에요.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마치 철학사는 오래되고 불완전한 것처럼 말하는데 (물론 일부만 저렇습니다), 정작 분석철학도 참 빈틈이 많아요. 철학사가 크게 밀린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특히 요즘에 철학사 트렌드가 현대철학과 선을 없애는 트렌드죠. 그리고 실제로 굉장히 성공적인 책들이 있고요. McDaniel - The Fragmentation of Being, Dellea Rocca- The Permanedian Ascent 정도가 대표적인 사례들이지요) (저번에 올렸던 자유의지 페이퍼가 이런 제 생각을 대변하고 있어요. 비벨린과 파라 같은 사람들이 현대 자유의지 학계에서 이것저것 하는데 결국 스피노자 손아귀를 못 벗어난다... 이런 느낌의 말을 하고 싶었지요). 그리고 특히 요즘 현대 형이상학들은 뭐...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대잔치죠.

전 이 말은 처음 듣네요. 보통 제가 만났던 분석철학들은 본인들이 쉽게 쓰여진 걸 읽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더군요. 문헌을 해석하는데 힘을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는데 힘을 쓴다고요. 헤겔을 공부하는 저로써는 이 부분은 크게 할 말이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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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리다는 요새 분석철학자들한테 발렸잖아요.”

이야... 박사과정까지 하신 분이라서 말 한마디에서 학식과 품격이 느껴지네요 :rof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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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비슷한 의견이네요.
1.은 분석철학도?가 할 가능성이 있는 말인데
2.는 분석철학도 입에서 나올 가능성이 아주 적은 말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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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정정해드리자면

  1. 은 분석철학 전공 박사과정생 분이 한 말이고
  2. 는 다른 철학을 이제 막 전공하려는 친구가 한 말입니다. :slight_smi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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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고인이 되신 장춘익 박사님이 페이스북에 작성했던 글이 생각이납니다. (지금은 소실되었습니다만,)

연구자들은 (특히 철학분과) 가끔 자신이 연구하고 있는 대상이 대단하다고 해서, 자기 자신도 대단해졌다는 착가에 들고는 하는 것 같다.

미생물을 연구하면 그 사람은 미생물이 되는거고, 화성을 연구하면 그 사람은 외계인이 되는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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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분석철학( 뿐 아니라 유럽철학)을 하는 분들 중에도 인격과 실력을 겸비한 분들을 몇 분 뵌 적이 있어, 이 분야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분들은 조용히 자기 길을 걸었고, 학문에 대해 허세 없이 말했으며, 각자 공부하는 철학이 지닌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분들이 예외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혀 자신의 입장만을 정답처럼 밀어붙이고, 다른 견해는 아예 논의의 테이블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는 식으로 배제하며,
겉으로는 푸코, 데리다, 아도르노 혹은 콰인, 데닛 등의 이름을 빌려 비판적 지성을 연출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에 대한 우월감과 자기 권위의 과시에 더 익숙한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논의의 장은 종종 대화보다 우열을 가리는 자리처럼 운영되고,
논증은 타인을 설득하기보다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며,
학문은 타자와의 이해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자기 정당화를 위한 장치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학문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담론의 형식’을 빌려 위계와 권력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실감합니다.

더 씁쓸한 건, 이런 위선과 자기도취가 철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학계 너머, 직장과 일상의 다양한 장면에서도 이제는 익숙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저는 점점 더 그 익숙함 속에서 무뎌져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시에 여전히 분노가 끓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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