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철학 업계인이 아니지만, 제 느낌을 대충 얘기하자면, 데리다 같은 사람을 공격하는 글도 많이 봤지만, 거꾸로 대륙철학 하시는 분이 분석철학 욕하는 글도 봐서, 그냥 그러려니 합니다. 특히 소칼 및 "과학전쟁" 관련 글들 보면 소칼 쪽에게 감정에 휘말려서 뭔가 미쳐 날뛰는(?) 글들을 보게 됩니다. 어휴... 제가 볼때, 이른바 데리다 같은 철학이 미국에 어떻게 수용되었는지에 대하여 재밌는 책이 『루이비통이 된 푸코?』(French Theory)라는 이름으로 있습니다.
이런 태도는 정말 별로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철학사/헤겔을 공부한다고 하면 이런 말을 많이 들어요. 근데 또 분석철학보면 그렇게 빈틈없는 것도 아니에요. 저런 말 하는 사람들은 마치 철학사는 오래되고 불완전한 것처럼 말하는데 (물론 일부만 저렇습니다), 정작 분석철학도 참 빈틈이 많아요. 철학사가 크게 밀린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특히 요즘에 철학사 트렌드가 현대철학과 선을 없애는 트렌드죠. 그리고 실제로 굉장히 성공적인 책들이 있고요. McDaniel - The Fragmentation of Being, Dellea Rocca- The Permanedian Ascent 정도가 대표적인 사례들이지요) (저번에 올렸던 자유의지 페이퍼가 이런 제 생각을 대변하고 있어요. 비벨린과 파라 같은 사람들이 현대 자유의지 학계에서 이것저것 하는데 결국 스피노자 손아귀를 못 벗어난다... 이런 느낌의 말을 하고 싶었지요). 그리고 특히 요즘 현대 형이상학들은 뭐... 아리스토텔레스 스피노자 대잔치죠.
전 이 말은 처음 듣네요. 보통 제가 만났던 분석철학들은 본인들이 쉽게 쓰여진 걸 읽는다는 것에 자부심을 느끼더군요. 문헌을 해석하는데 힘을 쓰는 게 아니라 생각을 하는데 힘을 쓴다고요. 헤겔을 공부하는 저로써는 이 부분은 크게 할 말이 없습니다.
이 글을 보며 여러 감정이 교차합니다.
분석철학( 뿐 아니라 유럽철학)을 하는 분들 중에도 인격과 실력을 겸비한 분들을 몇 분 뵌 적이 있어, 이 분야 전체를 싸잡아 비판하기는 어렵겠다는 생각도 듭니다.
그분들은 조용히 자기 길을 걸었고, 학문에 대해 허세 없이 말했으며, 각자 공부하는 철학이 지닌 한계에 대해서도 솔직했습니다. 오히려 그런 분들이 예외처럼 느껴졌습니다.
하지만, 모두가 그런 건 아니었습니다.
엘리트주의에 사로잡혀 자신의 입장만을 정답처럼 밀어붙이고, 다른 견해는 아예 논의의 테이블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는 식으로 배제하며,
겉으로는 푸코, 데리다, 아도르노 혹은 콰인, 데닛 등의 이름을 빌려 비판적 지성을 연출하지만,
실제로는 대중에 대한 우월감과 자기 권위의 과시에 더 익숙한 이들도 적지 않았습니다.
논의의 장은 종종 대화보다 우열을 가리는 자리처럼 운영되고,
논증은 타인을 설득하기보다 자신의 우월함을 증명하는 수단이 되며,
학문은 타자와의 이해를 위한 노력이 아니라, 자기 정당화를 위한 장치로 기능하기도 합니다.
그럴 때마다, 학문이란 것이 얼마나 쉽게 ‘담론의 형식’을 빌려 위계와 권력의 수단이 될 수 있는지를 실감합니다.
더 씁쓸한 건, 이런 위선과 자기도취가 철학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러한 모습은 학계 너머, 직장과 일상의 다양한 장면에서도 이제는 익숙할 정도입니다.
아마도 저는 점점 더 그 익숙함 속에서 무뎌져 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동시에 여전히 분노가 끓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