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델, 에셔, 바흐를 읽고 나니 생각이 많아지네요

인간의 지성이 그저 복잡하게 얽힌 형식체계에 불과하다면 좁은 의미에서의 결정론이 옳은 것이 아닌지(인간의 사고보다는 입력된 정보에 대한 뉴런의 작용이 인간의 행위를 정의할테니까요.), 그렇다면 우리가 그 형식체계를 모방할 방법을 찾는다고 했을 때, 과연 의식은 어떠한 형태로 등장할 것인지, 단편적인 인용이긴 합니다만, 비트겐슈타인의 ‘언어는 세상에 경계‘가 옳다면 현대의 언어모델은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지와 같은 생각들이 많이 드네요. AI계의 바이블이라 해서 읽어본 책이 어쩌면 뇌과학이나 언어철학에 입문할 계기가 되어 줄지도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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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뉴런의 작용 등등으로 구성되는 신경생물학적 메커니즘이 인간 행위의 원인이 된다는 점으로부터 쉽사리 자유의지가 없다는 결론으로 나아가는 분들이 많은데, 저는 이에 대해 다소 비판적입니다. 우리의 모든 행위가 자연법칙에 종속되어 있다는 점과 우리가 자유롭다는 점이 양립가능하다는 입장이 실천철학에서 계속해서 제기되어 왔고, 저는 이 입장이 설득력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저는 "뉴런의 작용"과 같은 자연과학적 사실들이 자유의지 개념을 파기할 증거로 사용되려면 양립가능론에 대한 효과적인 반박이 선행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양립가능론에 대해서는 올빼미에서도 여러 글들이 올라와 있네요.

2. "내 언어의 한계는 내 세계의 한계이다"라는 『논리철학논고』의 구절은 정말 많은 곳에서 빈번히 언급되는 문장이지만, 정작 이때 비트겐슈타인이 염두에 두고 있었던 언어에 대한 상은 세계의 모습을 기술하는 일종의 그림으로서의 언어입니다. 대개 후기에 이르러 비트겐슈타인이 그러한 생각을 버린 것으로 이해된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그처럼 언어를 통해 세계를 한계짓는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좀 비판적으로 검토해봐야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해서도 참조할 만한 글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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