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
6월 5, 2022, 1:01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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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겔을 '칸트 이전적 철학자(pre-Kantian philosopher)'로 해석할 것인지 '탈칸트적 철학자(post-Kantian philosopher)'로 해석할 것인지에 따라 연구자들마다 의견이 갈립니다. 고전적인 헤겔 해석에서는 (특별히, 헤겔의 비판자들은) 헤겔이 칸트가 나누어 놓은 현상계/예지계의 구분을 무시하고서 사물 자체에 대한 형이상학을 성립시키고자 한 '칸트 이전적 철학자'라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최근의 해석들은 헤겔이 칸트의 철학에 내재된 비정합성을 지적하고서 칸트의 사유를 정말로 철저하게 전개시켜 칸트를 극복한 '탈칸트적 철학자'라고 하죠. 둘 중 어느 입장의 해석을 따르는지에 따라 칸트와 헤겔 사이의 관계에 대한 평가는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이전에 이와 관련한 글을 쓴 적이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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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칸트주의와 헤겔주의 사이의 대결은 현대철학의 중요한 논쟁 구도 중 하나입니다. 두 입장은 형이상학과 인식론 같은 이론철학의 문제로부터 윤리학 같은 실천철학의 문제에 이르기까지 광범위한 분야에서 상이한 의견을 제시합니다. 무엇이 두 입장을 가르는 핵심적 기준인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설명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저는 이 글에서 '사물 자체(thing-in-itself)'의 문제를 중심으로 두 입장을 요약하고자 합니다.
(2) 칸트주의는 유한한 인간의 인식 조건 너머에 '사물 자체'가 존재한다고 상정합니다. 주관적으로 경험되는 세계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세계가 서로 구별된다는 주장이 칸트주의를 성립시키는 가장 근본적 논제입니다. 즉, 우리는 세계를 결코 완벽하게 조망할 수 없습니다. 유한한 인간은 자신의 인식 조건 속에서 주어진 세계만을 파악할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의 인식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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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헤겔주의는 '현상/사물 자체'를 이분법적으로 구분하고자 한 칸트의 시도가 심각한 철학적 문제에 빠진다고 비판합니다. 한편으로, 칸트는 우리의 인식이 결코 알 수 없는 '사물 자체'를 상정합니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칸트는 우리의 인식이 '사물 자체'를 어떠한 방식으로든지 알고 있다고 주장합니다. 두 가지 입장 사이의 모순은 종종 '"사물 자체"의 아포리아(aporias concerning the "thing-in-itself")'라고 일컬어지기도 합니다.
(2) 이러한 문제는 초창기 독일 관념론 철학자들로부터 지적되어 소위 '두 세계(two worlds)' 이론과 '두 관점(two perspectives)' 이론 사이에서 벌어지는 오늘날의 칸트 해석 논쟁에서 역시 중요하게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가장 먼저 '사물 자체' 개념이 지닌 문제를 지적한 인물은 야코비였습니다. 스탠포드 철학 백과사전은 '야코비의 딜레마(Jacobi's d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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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헤겔은 현상과 사물 자체가 이분법적으로 구분된다는 '전제'를 비판합니다. 애초에 현상과 사물 자체가 결코 일치하지 않는다는 전제를 상정한 상태에서는 그 둘을 다시 일치시키고자 하는 어떠한 시도도 성공하지 못합니다. 즉, 칸트주의는 사물 자체에 대한 인식이 불가능하다고 전제한 채 다시 사물 자체에 대한 인식이 가능하다고 주장하는 모순에 빠져 있을 뿐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체계적이고 치밀한 이론을 성립시키는 방식으로 '해결(solve)'될 수 없습니다. 오히려 무비판적으로 상정된 전제를 거부하는 방식으로 '해소(dissolve)'되어야 합니다. 따라서 헤겔은 『정신현상학』에서 잘못된 전제로부터 철학을 성립시키고자 하는 칸트의 시도를 다음과 같이 신랄하게 조롱합니다.
"무엇보다 우선 명심해야 할 일은, 인식은 절대적인 것을 획득하기 위한 도구라거나 또는 진리를 모사하는 매체라는 등의 부질없는 생각을 떨쳐버려야만 한다는 것이다. 인식과 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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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 철학사에서는 헤겔이 칸트의 '사물 자체'를 극복하기 위해 칸트 이전의 독단적 형이상학으로 회귀하고자 하였다는 신화가 널리 퍼져 있습니다. 헤겔의 철학에 대한 전통적 해석에 따르면, (a) 헤겔은 '절대 정신(absolute Geist)'이라는 신적 실체를 무비판적으로 상정하였고, (b) 자신의 철학이 신적 실체에 대한 '절대지(absolute Wissen)'를 제시하고 있다고 주장하였으며, (c) 언젠가 소위 '역사의 종말(Ende der Geschichte)'이 도래한 상황에서는 자신의 철학이 증명될 것이라고 믿었다고 합니다. 반헤겔주의를 주장하는 철학자들은 이러한 신화를 바탕으로 헤겔이 근대적 주체 개념을 극단까지 밀어붙여 전체주의적 철학을 만든 인물이라고 비난하기도 합니다.
(12) 여기서 '주체(Subjekt)'란 세계를 아래에서부터 떠받치는 일종의 토대입니다. 가령, 데카르트 이후로 인간의 의식은 모든 확실성의 근거라고 여겨…
지난 겨울방학 때 이 주제로 저희 사이트에서 세미나도 열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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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월 6일부터 3월 3일까지 진행된 <우리 시대의 헤겔> 세미나입니다.
1. 오리엔테이션
논문
Simon Lumsden, “The Rise of the Non-Metaphysical Hegel”, Philosophy Compass, 3(1), 2008, 51-65.
발제
들어가기(00:00-01:54)
맥도웰의 『마음과 세계』 서문(01:55-06:15)
인식론적 전회(06:16-08:32)
합리론, 경험론, 비판철학(08:33-11:23)
비판철학이란 무엇인가?: 경험의 조건(11:24-14:46)
비판철학이란 무엇인가?: 사유와 존재의 이분법(14:47-16:10)
야코비의 딜레마(16:11-22:41)
독일 관념론(22:42-24:32)
1960년대 이후 연구(24:33-27:07)
형이상학적 헤겔(27:08-29:47)
비형이상학적 헤겔(29:48-32:14)
수정된 형이상학적 헤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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