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때 헤겔 논리학을 공부해야겠다 생각하기는 했지만, 헤겔 논리학으로 내가 무슨 연구를 할 수 있을지, 이른바 "분석적 헤겔주의"에 초점이 맞춰져 있는 기존의 내 관심사가 헤겔 논리학과 어떻게 연결될 수 있는지에 관해서는 항상 고민이 들었다. 그러던 중 피르민 슈테켈러-바이트호퍼(Pirmin Stekeler-Weithofer)의 책들을 발견했다. 논리학에 관한 연구서였는데, 제목부터 아예 『헤겔의 분석철학』(Hegels Analytische Philosophie)이었다. 미국 신헤겔주의자의 거두인 브랜덤도 아직 논리학에 관해서는 본격적으로 작업하지 않은 차에, 90년대에 이런 책이 나와 있었다는 게 흥미로웠다. 내 연구 관심사를 구체화하기 위해 읽어보기로 했다.
슈테켈러 이 사람은 참 정체가 궁금하다. 그가 재직하고 있는 라이프치히 대학에서 프로필을 찾아보니 수리철학, 언어철학, 논리학, 비트겐슈타인 그리고 헤겔이 그의 관심사란다. 그의 저작 중 『직관의 형식들』(Formen der Anschauung)은 수리철학 책이고, 『명시적으로 만들기의 화용론』(Pragmatics of Making it Explicit)은 제목대로 브랜덤의 주저작인 Making it Explicit에 관한 연구서이다. 그 외에도 『정신현상학』에 관한 1200여 쪽의 주석서를 썼으며(원전이 같이 들어가 있기는 하지만), 『논리의 학』에 관한 세 권짜리 주석서도 현재 집필중이라고 한다. 도대체 어떤 괴물일까? 한번 만나보고 싶다. 유학을 라이프치히로 준비할까 고민되는 순간이다.
P.S. 『헤겔의 분석철학』의 부제에 관해 말하는 것을 깜빡했다. 그 부제가 '의미의 비판 이론으로서 논리의 학'(die Wissenschaft der Logik als kritische Theorie der Bedeutung)이었는데, 굉장히 흥미로운 제목이었다. 공교롭게도 뎀멀링이 『언어와 사물화』에서 헤겔 논리학을 "언어에 관한 비판철학적 의미이론"이라고 주장하는데, 과연 이와 비슷한 의미로 논리학을 읽는 것인지 굉장히 궁금해진다.
P.P.S. 서문에 "콘스탄츠의 동료 뎀멀링"에 대한 감사의 글이 적혀 있으며 뎀멀링의 작업에 그 배경을 두고 있다는 이야기가 적혀 있는 것을 보니 그렇지 않을까 싶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