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매한 철학과에 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제가 철학에 대해 큰 관심을 가져줄 수 있게 해줘서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갖고 있습니다. 다름 아니라 제가 늦은 나이지만 대학을 들어가 철학을 공부할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절 받아주는 대학은 저기 먼 곳에 있습니다.

  1. 애매한 철학과에 가는 것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2. 가려고 하지만,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너무 큽니다. 졸업하면 무엇을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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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매한" 철학과라는 게 어떤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선택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 관심 있는 학교 철학과의 교수진 및 커리큘럼을 찾아보시고, 개인적으로 흥미가 동하는 분야를 보다 잘 배울 수 있겠다 싶은 곳으로 진학하시면 좋을 것 같네요.

2. 철학과의 진로 관련해서는 이 커뮤니티에서 숱한 질문들이 올라왔고, 좋은 답변들도 많이 올라왔습니다.

https://forum.owlofsogang.com/search?q=%EC%A7%84%EB%A1%9C

그 중 일부를 추려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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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아마 ‘대학 서열 상 낮은 대학 철학과’를 의미하시는 것이겠죠? (2랑 관련된 부분이기도 한데,) 모종의 목적이 있어서, 가령, 나는 엄청난 학벌을 소유할 것이다!, 나는 반드시 이 교수에게 배울 것이다!, 교수 되려면 학부 학벌이 좋아야 한다고 들었어—그러니 난 반드시 S대에 가서 대학원 진학 후 교수가 될 거야!, 같은 생각이 있어서 소위 ‘명문대’를 진학할 것이 아니라면 작성자님이 말하는 ‘애매한 철학과’를 가는 것이 문제될 건 없어 보입니다. 다만 교수의 다양성이 너무 적다거나, 작성자님의 관심에 맞는 교수가 해당 학교 교수진에 없다면 그게 문제겠죠?
  2. 철학과 학생들이라고 다른 인문계열 학과 졸업생들과 딱히 다를 게 없습니다. 졸업 후 취직하거나 대학원 진학하거나 시험 치거나 로스쿨 가거나 하겠죠. 이미 대학을 나오신 건지 어쩐 건지 모르겠는데, 곁에서 보기로는 학부 공부를 어느 과에서 했는지가 삶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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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애매한"이 아마도 통용되는 국내 대학순위를 기준으로 보았을 때 그다지 높지 않은 대학이라는 의미일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을 어떤 목적과 목표로 배우려고 하시는지에 따라 다르겠지만, 적어도 대학원 이상의 연구자 세계에서는 대학순위가 그다지 의미 없는 것 같습니다. 오히려 어떤 학술지에 어떤 논문을 게재하였는지가 연구자들 사이에서는 서로를 평가하는 데는 훨씬 더 많은 영향을 주죠.

(2) 사실, "애매한"이라는 기준으로 보자면, 애매한 위치에 있지 않은 연구자들을 찾기가 더 어렵지 않을까 합니다. 과연 최상위권 대학의 학부를 졸업하고, 학계 최고 권위자의 지도를 받아 석박사 과정에서 학위논문을 작성하고, 학계 진출 후에도 최상급 학술지에만 계속 학술논문을 게재하는 연구자들이 세상에 (적어도, 국내에) 얼마나 많을까요.

(3) 당장 저만 하더라도, 학부나 대학원이 최상위권도 아니고, 유학도 가지 못하였으니, 말 그대로 "애매한" 위치에 있는 대학원생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자신이 하는 연구에서 어떤 의미를 찾을 것인지는 사람마다 다를 거예요. 적어도, 저는 대학원에서 철학을 공부하면서 제가 고민했던 주제들에 대한 생각을 정리해 보고, 그에 관한 의견을 사람들과 나누어도 보고, 또 그런 논의를 바탕으로 논문을 써서 정식으로 출판을 할 때마다 소소하게 나마 보람을 느낍니다. 그 연구들이 반드시 "최상급"이라고 할 수는 없겠지만, 뭐 "애매한" 연구라면 애매한 연구대로 저 자신에게는 즐겁고 가치 있게 느껴져요. 모든 사람이 다 "최상급"이 되어야 하는 것도 아닌 데다, "최상급"이 아니더라도 저는 제가 고민하던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해소할 수 있었으면 목적은 달성한 것이니까요.

(4) 철학과 학부나 대학원에 들어간다고 해서 먹고 살지 못할 정도로 궁핍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제 경험상, 철학과 대학원 석사만 졸업하더라도 어떤 식으로든 생활비 정도는 벌 수 있는 일들은 있습니다. 물론, 남들처럼 번듯한 직장에 들어가서 안정적인 생활을 하기에는 다소 빠듯할 수 있지만, 학위과정을 계속하거나 학계에서 계속 머무를 정도의 생활을 하기에는 큰 문제가 없을 만큼의 생활은 유지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철학을 완전히 그만두고 사회로 나오더라도 먹고 사는 정도는 충분히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군대 전역 후에 1년 정도 병원 원무과에서 야간 수납/안내/경비 일도 해보았는데, 대학원에서 공부하는 것보다도 훨씬 쉽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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