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서 철학을 공부한다는것은.?

(1) 과연 대한민국에서 "철학 학도", 더 정확한 표현으론 "철학과 학부생"으로서 사는건 어떤 삶일지 궁금합니다.

나름대로 재미(?) 있습니다. '학부생'이라고 한정지으셨는데, 적어도 저에게는 학부생 시절이 참 좋았습니다. 저는 고등학생 때 성적이 그다지 좋은 편이 아니었다 보니, (정확히 말해, 제가 다닌 고등학교가 굉장히 입시 경쟁이 치열한 곳이었다 보니,) 학교에서 언제나 위축되어 있었습니다. 철학에 대한 관심을 나눌 사람들이 주위에 없었던 것은 당연하고, 고등학교 1학년에는 아예 친구가 아무도 없어서 거의 왕따처럼 지냈어요. 그런데 대학에 들어와 보니, 저와 비슷한 성향을 지닌 분들이 주위에 한가득이더라고요. 공부도 제 적성에 맞는 철학이나 종교학 공부를 할 수 있어서 좋았을 뿐더러, 이런 분야들에서 나름대로 소소하게나마 성과들을 거두다 보니 참 보람있더라고요.

(2) 철학과 학부생으로서의 삶을 살아보신 분들은 현재 어떻게 살고 있으실까요.

대학원 철학과 박사 수료 상태입니다. 이제 학위 논문을 작성하는 일이 남았네요. 결혼도 하였고, 경제적으로 아주 넉넉한 것은 아니지만, 딱히 아주 어렵지도 않습니다. 가끔 강의 의뢰가 들어오거나, 기고 의뢰가 들어오면, 아이스크림 할인점에서 마음껏 아이스크림 먹을 정도(?)의 용돈을 벌 수 있습니다. (그 이외에도, 예전에 1년 반 정도 병원 야간당직 일을 하면서 모아둔 돈이 약간 있어서 밥을 굶지는 않습니다.)

(3) 공대 + 철학과 석사는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글쎄요, 무엇을 목표하시는지에 따라 다릅니다. 지망하시는 방향이 두 분야와 관련이 있으면 저런 경로도 나쁘지 않겠지만, '공대'와 '철학'이라는 막연한 명칭만으로는 정확히 무엇을 의도하신 것인지가 분명하지 않습니다. 공학에도 상당히 많은 분야가 있고, 철학에도 상당히 많은 분야가 있으니까요. 그 둘을 왜 함께 고려하시는 것인지가 분명해야 할 것 같습니다.

(4) 신학과는 어떨까요.

학문으로서의 신학과 실천으로서의 목회는 상당히 다른 것 같습니다. 저희 아버지가 시골 교회의 목회자이십니다. 그런데 목회는 교회의 행정과 재정을 관리해야 하고, 교인들 사이의 관계를 중재해야 하고, 지역 주민들과의 협력을 도모해야 하는 등, 굉장히 자잘한 업무들에 많이 부딪힙니다. (제 아버지의 시골 교회에서는 교회 차량 운행이나 교회 시설 정비 같은 업무도 목회자가 직접 해야 합니다.) 그래서 '신학'에 대한 작성자 님의 관심이 정말로 '목회'에 대한 비전과 연결이 되시는지 고민해 보실 필요가 있습니다. 때로 그 두 가지는 상충하기도 하는데, 가령, 현실의 목회를 하다 보면 시간적-재정적 문제 때문에 학문적 신학을 깊게 공부하기가 어려워지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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