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리 생각해도 자유의지는 없는것 같습니다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으로 간주될려면 최소한 두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나는 스스로 어떤 무엇을 선택한 것이었어야 하고 다른 하나는 어떤 무엇을 선택하게 한 다른 요인이 없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누군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할 때, 이것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군가는 이렇게 말하겠죠. "나는 이것이 아닌 저것을 나의 선택 능력에 의해 선택하였다. 그러므로 내게는 자유의지가 있는 셈이며 이런 경험 자체가 내게 자유의지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저는 이렇게 말할 것입니다. "스스로 선택했다고 생각하는 것 즉 경험 그 자체가 하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 않을까? 왜냐하면, 스스로 선택함 그 자체는 어떤 행위라고 볼 수 있는데, 그러한 행위가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이라고 여겨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어떤 원인에 의한 것이라면, 그것은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 아니라, 이미 결정되었던 것이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여기서 저는 자유의지와 인과적 결정론의 양립 불가함을 주장하고 있는 것입니다.

또 하나 짚고 넘어가야 할 것이, 원인 없는 선택은 자유의지에 의한 선택이 아닙니다. 왜냐하면, 그것은 그저 무작위일 뿐이기 때문입니다.

'결정론과 자유의지는 양립불가능하다' 와 '자유의지는 없다'를 혼동하고 계신 것 같습니다. 자유의지가 결정론과 양립불가능하다고 하더라도 비결정론이 사실이면 자유의지는 있다고 하는 사람들이 꽤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반 인와겐이 있지요. 반 인와겐은 심지어 양립불가능론을 주장하면서도, 'metaphysical flip-flopping'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하면 우리가 자유의지가 있기 때문에, 결정론이 사실이면 언제든지 양립가능론으로 갈아탈 준비가 돼있다고 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자유의지가 결정론과 양립불가능하다고 해서, 제목처럼 자유의지는 없다고 하기엔 논리에 갭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와 별개로

두 번째 조건이 조금 모호합니다. 이에 대한 더 자세한 설명과 예시가 있으면 좋겠네요. 첫번째 조건은 agent causation의 조건으로써 여러가지 말이 많은 조건입니다. Randolph Clarke, Timothy O'Connor, 그리고 Helen Steward가 agent causation으로 유명하네요 (clarke에 대해서는 제가 서강올빼미에 짧게 올려둔 것이 있습니다. 영어긴 하지만요.). 철학사에서는 데카르트가 대표적입니다. 네번째 성찰에서 agent causation을 옹호합니다.

2개의 좋아요

두 번째 조건에 대해서는 별로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다른 요인은 많은 예를 들 수 있습니다. 외적 강제나 강요가 대표적 예라고 볼 수 있겠네요.

첫 번째 조건에 대해서, 주의할 것이, 실질적으로 스스로 선택할 수 있는 능력과 그저 스스로 선택하였다는 느낌과의 구분입니다. 현재로써는 저는 전자는 받아들이지 못하겠습니다. 왜냐하면, 그런 능력 자체가 애초에 성립될 수 있다고 보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것을 부정한다면, 원인 없는 선택이란 것을 받아들인다는 것인데, 하지만 인간에게는 원인 없는 선택이란 것은 존재할 수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양립 불가능함이 자유의지가 없다는 결론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왜냐하면, 비결정론적인 선택이란 것은 원인 없는 선택이란 것인데, 이것 자체는 있을 수 없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무작위에 의한 선택 자체를 거부하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인간에게 비결정론적인 선택이 불가능하다는 전제 하에서 양립 불가능함이 참이라고 가정했을 때, 우리는 인과적 결정론을 수용할 수 밖에 없다는 생각입니다.

그렇다면 제가 도와드릴 수 없습니다.

이 말은 논증이 필요한 말입니다.

이 역시도 논증이 필요합니다.

원인 없는 선택이란 있을 수 없다라는 전제를 변호해야 이 말이 성립이 됩니다.

전체적으로 말이 되는 전제를 하고 계시지만 그에 맞는 논증은 찾기 힘듭니다. 논증을 하는 능력을 기르고 싶으시다면 관련 논문들을 읽으셔야할 겁니다. 앞에 말씀드린 철학자들도 있고, 비결정론과 자유의지의 양립가능론은 Nelkin - Consequence Argument가 있네요. 물론 영어 논문이라 기피하실 수도 있겠지만, 1) 철학에서 영어없이 할 수 있는 게 워낙 한정적이라고 생각하기도 하고 2) 제가 드릴 수 있는 논문은 영어밖에 없네요. 만일 "나는 영어 논문을 읽지 않고 철학을 하겠어!" 라고 하면 전 더 이상 드릴 말씀이 없습니다.

3개의 좋아요

어쩌면, 제가 울타리에 갖혀 있을 수도 있겠습니다. 자유의지와 결정론에 관한 국내 논문들은 나름 많이 읽어 보았는데,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이 외국 학자들의 논문들이었습니다.

국내 논문들에서 참고한 것들을 버리고, 한 번 생각을 전개해보았습니다. 충분히 쓸데 없는 생각이라고 생각하셔도 저는 할 말이 없네요. 아무튼 그럼에도 답변 달아주셔서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쓸데없는 생각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계십니다. 다만 논증이 부족하다고 말씀을 드리는 것 뿐입니다. 영어 논문이 정 어려우시다면 Deep L 같은 것도 사용해보시죠. 그래도 좀 낫습니다.
+)

이와 비슷한 반박은 "Rationality Objection"이라고 불리며, 제 Clarke 포스팅에서도 클라크에 대한 짧은 변호를 보실 수 있으며, Clarke의 논문에서 더 완전한 형태를 보실 수 있습니다.

네 감사드립니다. 저하고 생각이 조금 비슷한 외국 학자로는 피셔인 것 같습니다. 아무튼 말씀 감사드립니다.

피셔든 클라크든, 한 문장 한 문장 열심히 읽으시면서 논증을 재구성해보시면 논증 실력을 기르는데 도움이 될 거에요.

네. 알겠습니다.

다음과 같은 주장을 하시는 듯 보입니다.

모든 행위에는 원인이 있다. 어떤 행위가 원인을 갖는다면, 그것은 자유로운 행위일 수 없다. 그러므로 모든 행위는 자유로울 수 없다.

그런데 이 주장은 당시에 제기하셨던 주장과 거의 같아 보입니다.

그와 같은 주장에 대해 저번에 달린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두 분 다 자세하게 답변해주셨는데, 해당 답변에서 제시된 논점은 다음과 같습니다.

(1) "모든 행위에는 원인이 있다"는 전제 자체가 그다지 자명하지 않다(=충분이유율은 그다지 자명한 원리가 아니다).
(2) 모든 행위에 원인이 있다고 해도, 그로부터 그 행위가 부자유하다는 결론이 따라 나오지는 않는다(=물리적 세계가 인과적으로 폐쇄적이라는 전제가 의심스럽다).

이 두 가지 논점을 검토하시고 저번 글에 추천된 문헌들을 읽어보신 후에 다시 의견을 교환한다면 논의가 더 생산적으로 될 것 같습니다. 저 두 가지 반론이 @guri 님에게 받아들일 만하다면 받아들이고, 받아들일 만하지 않다면 이 두 가지 논점에 대응할 효과적인 반박을 생각하시면 될 것 같네요. 그렇게 하신다면 지금 갖고 계신 생각을 더 발전시키는 데에 도움이 되리라고 봅니다.

4개의 좋아요

앞으로 생산적인 이야기를 위해서라도 이곳에 글을 올릴 때는 공부를 확실하게 하고, 좀 더 신중하게 생각을 해야겠습니다. 말씀 감사드립니다.

1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