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형이상학이 제 전공은 아니지만, 1과 2에 대해 모두 반박들이 있어요.
(1) 모든 것은 원인이 있다(혹은 인과관계가 존재한다)?: '원인' 혹은 '인과 관계'라는 것 자체에 대해 회의적인 철학자들도 있습니다. 대표적인 인물이 흄이죠. 애초에 원인이라는 것은 세계에서 감각적으로 경험의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 흄의 지적입니다. 가령, "당구공 A 때문에 당구공 B가 움직였다."라는 문장에서, 우리는 '당구공 A'가 무엇인지를 손으로 가리켜 보일 수 있고, '당구공 B'가 무엇인지도 손으로 가리켜 보일 수 있지만, '때문에'가 무엇인지는 손으로 가리켜 보일 수가 없죠. 그래서 흄과 같은 인물들은 '때문에' 같은 인과관계가 실제로는 허구일 뿐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런 흄의 입장들을 이어받아서 현대에는 소위 '규칙성 이론가'들이라는 철학자들이 인과를 필요조건이나 충분조건이라는 개념으로 환원해서 분석하려 하기도 합니다. 매키(J. L. Mackie)가 소위 'INUS 조건(즉, 필요하지는 않지만 충분한 다발 내의 한 요소로서 충분하지는 않지만 필요한 요소)'을 통해 인과를 규칙성으로 분석하고자 하는 대표적인 인물이죠.
(2) 특정한 원인은 동일한 결과를 산출한다(혹은 '원인 없는 결과'나 '결과 없는 원인'은 없다)?: '인과'라는 것이 결코 그 자체로 자명한 사실이 아니기 때문에, 인과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철학자들 사이에서 의견이 갈립니다. 크게 '규칙성 분석'이라는 (존 매키로 대표되는) 입장과 '반사실적 조건문 분석'이라는 (데이비드 루이스로 대표되는 )입장이 현대철학에서 인과가 무엇인지를 설명하는 두 가지 대표적인 입장이죠. 그런데 각각이 모두 인과를 설명하는 데 있어 강점과 약점을 지닙니다. 가령, (a) 규칙성 분석의 경우 부수 결과(epiphenomenal effect)의 문제와 인과적 선점(causal pre-emption)이라는 문제에 빠지고, (b) 반사실적 조건문 분석의 경우 인과적 과잉 결정(causal overdetermination)이라는 문제에 빠집니다. 복잡한 논의이다 보니 여기서 세세하게 다룰 수는 없지만, 요지만 말하자면, (a)의 문제들은 어떤 것이 '원인'으로 여겨져야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원인이 결과의 산출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b)의 문제는 어떤 '결과'가 발생하기는 하였지만 원인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되어야 하기 때문에 발생합니다. 말하자면, 둘 중 어느 쪽 분석을 택하든지 "특정한 원인은 동일한 결과를 산출한다"라는 우리의 직관과 맞지 않는 사례들이 등장하게 되는 거죠.
아래 책의 제6장 '인과성'의 내용을 읽어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더군다나, 인과관계 자체가 자유의지에 대한 비판을 함의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 심적 사태가 물리적 사태에 인과적 효력을 줄 수 있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는, 인과관계를 받아들이면서도 자유의지를 물리계에서 벌어지는 현상의 원인으로 인정할 수도 있습니다. 물리적 현상의 원인을 물리적 현상에서 찾으려는 형이상학적 입장만 (다시 말해, '인과관계'가 아니라 물리계의 '인과적 폐쇄성'을 받아들이는 입장만) 자유의지를 부정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