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드립니다! (유튜버 너진똑 기독교 4부 영상 관련)

제가 목회자도 아니고 신학 전공자도 아니라서, 직접적인 답변을 드리기보다는 그 주제와 관련해서 인상적으로 읽은 몇 권의 책을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20세기 개신교 신학의 천재 중 한 사람으로 알려진 디트리히 본회퍼의 유명한 저서입니다. 예수를 '따른다(nachfolgen)'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산상수훈을 중심으로 해설하는 내용입니다. 동시대의 철학에서 비트겐슈타인이 '규칙 따르기(rule-following)'라는 유명한 철학적 논의를 제시하였는데, 본회퍼는 정확히 거기에 대응하는 신학적 논의를 제시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규칙을 이해하는 것과 규칙을 사용하는 것이 분리될 수 없다는 비트겐슈타인의 주장처럼, 예수의 가르침을 이해하는 것과 예수의 가르침대로 행동하는 것이 분리될 수 없다는 것이 본회퍼의 주장입니다.

가령, 덧셈 규칙을 이해한다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덧셈을 하나도 제대로 못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사실 덧셈 규칙을 전혀 이해하지조차 못하는 것입니다. 사용은 못하지만 이해는 하는 상황 따위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런 허구적 상황을 상정하려는 태도는 '이해'를 사적이고, 내적이고, 신비적인 대상으로 만들어버려서, 결국 무엇이 이해이고 무엇이 이해가 아닌지 말할 수조차 없게 될 뿐입니다. 비트겐슈타인과 본회퍼는 모두 구체적인 '실천' 혹은 '수행'의 맥락과 분리된 의미 이해가 가능하지 않다고 지적하는 것이죠. (심지어, 그 둘은 모두 규칙 혹은 율법을 '해석'을 통해 이해하려는 시도가 무한퇴행에 빠진다고 공통적으로 지적하기도 합니다.)

성서 해석학자인 앤서니 티슬턴의 책입니다. 기독교 교리를 '믿는다'는 것이 무엇인지에 대해 1-2장에서 아주 탁월하게 해설하고 있습니다. 티슬턴은 비트겐슈타인, 오스틴, 프라이스 같은 철학자들이 제시한 발화 수행 이론과 성향 이론을 바탕으로, '믿는다'는 것이 단순히 마음의 상태가 아니라 공적으로 검증될 수 있는 성향이라고 주장합니다. 가령, 어떤 사람이 "내일 아침에는 중요한 수업이 있으니까, 일찍 일어나야 해!"라고 주장하면서도, 정작 밤 늦게 딴짓을 하다가 잠이 들어서 수업에 지각을 하였다면, 그 사람은 실제로는 그 수업이 '중요한' 것이라고 믿고 있지 않았다고 평가되어야 한다는 거죠.

바로 이런 철학적 논의를 교의학에도 그대로 적용하여서, 기독교인이 교리를 '믿는다'고 할 때는 반드시 그 믿음을 공적인 장에서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티슬턴은 강조합니다. 단순히 "나는 기독교인이다."라는 자기 발화나 자기 확신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리고 교리에 대한 지적 동의 자체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이 주어진 상황에서 어떻게 행동하는 성향을 지니고 있는지가 그 사람이 기독교인인지 아닌지를 나타낸다는 것입니다. 가령, "나는 선한 사마리아인의 비유가 진리라고 믿어!"라고 말하면서 정작 위험에 빠진 사람을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그 사람은 예수의 그 비유를 진리라고 믿지 않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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