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지에 있어 양립가능론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습니다

'양립가능론'이 형이상학적으로 어떤 입장이고 윤리학적으로 어떤 함의를 지니는지에 대해서는 @Raccoon 님이 잘 설명해주셨네요. 그런데 양립가능론 내에서도 이론적 스펙트럼은 정말 다양할 거예요. 대부분의 영어권 철학자들이 양립가능론을 옹호하는 입장이니까요. 가령, 2020 Philsurvey에서는 양립가능론을 옹호하는 철학자들이 전체의 59.2% 나와요.

그러다 보니, 같은 '양립가능론'으로 묶인다고 해도, 정확히 어떤 종류의 이론적 근거와 주장을 제시하는지는 꽤나 천차만별일 거예요. 양립가능론의 일반적인 정의는 "자유로운 행위와 결정론은 양립가능함"이겠지만, 그 구체적인 내용은 철학자들마다 편차가 큰 거죠.

개인적으로, 저는 데이비슨의 '무법칙적 일원론'에 근거한 양립가능론을 (전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아니지만) 옹호하는 편이에요. 사건과 사건 사이에 인과적 관계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관계를 '물리적'으로 기술할 것인지 '정신적'으로 기술할 것인지에 따라 엄격한 결정론적 법칙을 인정할 것인지 말 것인지가 달라진다는 입장이에요. 말하자면, '법칙'이란 일종의 언어적 문제라는 거죠.

그렇지만 이런 식의 양립가능론이 심리철학에서 널리 받아들여지는 것인지는 제가 이 분야 전공이 아니라서 잘 모르겠네요. 여하튼, 양립가능론의 기본 테제에 있어서는 많은 철학자들이 동의하지만, 양립가능론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서는 의견이 다양하지 않을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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