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행위가 정당화될수없다는 주장에 대하여

친구와의 대화에서 나온 주제를 여기서 질문해봅니다.

옛날 대학에 가기전 고등학교 시절에 친구와 목표하는 대학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 친구가 "그 대학에는 왜 가야하는데" 라는 질문을하였고

저는 "로스쿨에 가려면 학부는 그정도를 가야하기때문이지" 라고 하자

그러자 친구는 "로스쿨에는 왜 가야하는데"

그리고 저는 "판사가 되어서 대한민국 법치에 일조히고싶어서" 라고하였고

친구는 "대한민국 법치에 일조하는게 왜 중요한건데?"

저는 "법치주의가 올바르게 이행되어야 사회질서가 확립되기때문이지"

친구는 "사회질서는 왜 확립되야하는데?"

...

이런식으로 대화가진행이되었고 저는 딴지를 거는 친구가 맘에들지않아 자리를 피하였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정말 그 행위의 동기를 파고들다보면 그 행위를 정당화시켜줄만한 토대가 존재하는가?? 라는 생각을하게되었습니다.

대한민국 법치에 일조하는 행위 뿐 아니라 다른 모든행위들 또한 그 행위를해야하는 당위성이나 토대가 존재하는지를 생각해보면 그렇지않은것같습니다.

이에대한 회원님들의 의견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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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지금 하고 있는 거의 모든 당위적 행위의 가장 근본적인 이유가 있는지도 확실하지 않은 듯합니다. 그런 이유가 있더라도 그것이 무엇인지 알아내기도 쉽지 않죠.

대한민국 법치에 일조하는 일의 경우, 저는 대략 이렇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1. 사람의 생명과 삶은 소중하다. (엄밀하게 따질 때 '소중함'이 무슨 뜻인지는 아직 제가 설명할 수 없습니다.)
  2. 사회 질서가 확립돼 있을 때, 그 사회에 속한 사람들의 생명을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3. 대한민국에 사는 압도적인 다수는 법치주의로써 사회 질서를 확립하고자 한다.
  4. 따라서 대한민국에 사는 누군가는 대한민국 법치에 일조해야 한다.

"사람의 생명과 삶이 왜 소중하냐?"라는 물음에 논리적으로 답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현재로서, 제게 위의 첫째 진술은 공리[公理, axiom]입니다. 그러나 대한민국에 사는 모든 이가 이를 공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아니면 이렇게 이해할 수도 있습니다. 한 사회의 거의 모든 구성원은 자신의 생명이 보호받고, 자신이 높은 질의 삶을 살기를 원할 것입니다. 그래서 그들은 사람의 생명과 삶이 소중하다는 사회적 합의를 할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이해에는 허점이 하나 있습니다. 자신의 생명이 보호받지 않고, 자신이 높은 질의 삶을 살지 않아도 정말로 괜찮은 이들은 다른 사람의 생명과 삶을 소중히 여기지 않을 수 있다는 점이 바로 그것입니다.

믿음의 정당화의 무한 퇴행 및 이를 해결하는 믿음체계 모델들에 관한 논의는 인식론의 고전적인 논의 주제 중 하나입니다. 그에 관해서는 다음 논의들을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justep-foundational/

https://plato.stanford.edu/entries/justep-coherenc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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