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인사차 질문을 드립니다.
저는 대학 밖에서 대학 수준의 강좌와 모임을 만드는 '틈을 내는 사유와 실천 짓;다'입니다. 반갑습니다^^ 이름이 좀 길어서 '짓다'라고 불러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서강올빼미는 계속 눈팅만 하다가 최근에 저희 강좌 홍보가 많이 올라가, 이제는 더이상 물러날 곳이 없다는 심정(?)으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많은 분들과 좋은 소통 기대합니다.
짓다는 2016년부터 철학강좌를 중심으로 일하기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철학을 기반으로 다양한 논의를 품으려 다양한 강좌와 모임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저희는 연구자가 '지금 외치고 싶은 것'을 강좌의 형태로 만드는데 특히 재능이 있습니다.
가입을 한 김에 꼭 서강올빼미 분들께 문의 드리고 싶었던 질문을 드립니다. 질문은 글 제목과 동일합니다. 여러분은 어쩌다가 철학을 공부하고 철학책을 읽게 되셨나요? 에반게리온의 신지군처럼 누군가 자신을 안아달라는 열망으로 철학이라는 초호기에 탑승하시게 되었나요? 강철의 연금술사처럼 등가교환을 꿈꾸며 내가 가진 의문과 지식을 교환하고 싶으셨던 걸까요? 이 세계의 사랑과 평화를 지키기 위해 난 로사~ 난 로이~ 난 나옹이다옹~ 으로 꾸려진 팀을 만들고 싶으셨던 걸까요?
이 글을 쓰는 저의 동기를 예로 들자면, 저는 개소리를 타파하고 싶어 철학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했습니다. 그럴듯 하게 말하는 것과 진짜 그런 것을 구별하고 싶었습니다. 저의 성별은 항상 그럴듯한 말로 포장되어 있는 현실을 마주할 때가 참 많거든요. 내 눈앞의 가상과 현실을 구분해 대응하고 싶어 철학이라는 문으로 걸어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여러분의 답변 궁금하네요^^
짓;다가 궁금하시면 아래 사이트에서 간략하게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모든 것엔 틈이 있다. 거기로부터 빛은 들어온다."
"The Crack In Everything Lets The Light In."
저는 대학생 때 정치사회분야 전문 기자가 장래 희망이었는데, 기레기가 되고 싶지 않아서 해당 분야에 대한 공부를 더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대학원에 진학했습니다. 공부를 진행하면서 철학 연구 자체도 참 재밌는 것이라 생각되어 진로를 바꾼 상태이구요. 지금 돌이켜보면 기자가 됐든 연구자가 됐든 그 형태는 중요하지 않고, 사회 문제에 대해 자신의 의견을 개진하고 싶은 욕망을 충족시킬 수만 있으면 됐던 것 같기도 합니다.
전 원래 공학과 순수수학을 공부하던 이과생이었습니다. 그러다보니 하루종일 보는 책이 공학책과 수학책밖에 없었는데, 주변에서 저보고 인문학을 공부해야된다 등의 말을 많이 하더라고요. 결국 이과책들만 보게되면 편협해진다는 말이었습니다. 이런 말들이 저는 너무 듣기 싫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인문학의 정점인 <순수이성비판>을 읽을테니 아무도 내게 인문학의 인자도 꺼내지 말라는 말을 하면서 <순수이성비판>을 꺼내들었습니다.
근데 <순수이성비판>을 읽다보니, 제가 평소에 갖고 있던 질문들에 많이 답을 하더라고요. 논리 전개 방식도 이과랑 굉장히 비슷했고요. 심지어 그때 수학의 깊이에 대해서 의문을 갖을 때였습니다. 계속 수학 공부를 하더라도 결국에 더 일반적인 경우만 찾아나서는 것 같고, 너무 테크닉에 많이 의존을 하는 것 같다고 느끼기도 했습니다 (지금은 전자는 동의하지 않고 후자는 아직도 동의합니다). 반면 <순수이성비판>은 너무나도 신선한 주제들을 다루고, 이런 저런 테크닉없이 순수 깊이에만 의존하면서 논리를 전개시킨다는 인상을 받았었네요. 그때 어쩌면 저는 수학을 좋아했던 것이 아니라 수학의 철학적인 면모를 더 좋아했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었네요.
철학에 흥미가 생기고 난 뒤에 부전공/복수전공으로 철학을 할 생각이었습니다만, 철학이란 게 하면 할 수록 할 게 더 많아지더라고요. 그래서 이렇게 곁다리로만 하면 제대로 배우는 게 없겠다 싶어서 아예 철학을 본전공으로 정하게 되면서 철학도의 길을 걷게 됐네요. 그래서 예시 중에 고르자면, 강철의 연금술사와 비슷하지 않을까요? 물론 전 강철의 연금술사는 잘 모르지만, 뭔가 지적열망에 가장 가까운 게 강철의 연금술사인 것 같아서 골라봅니다 ㅋㅋ
저도 이번에 알게되었는데, 수학하시는 분들이 칸트의 논의를 많이 좋아하시더라구요. 덕분에 쌩문과인 저도 수학의 철학적 면모에 대해 알게되어, 언젠가 짓;다에서 수리철학 강좌를 한번 열어보고 싶습니다. [강철의 연금술사]는, 명작이니 꼭 보시길 추천드립니다. 만화책 버전 애니버전(결말이 두개) 뭐 아주... 두말하면 입아픈... 명작입니다^^!
정말 이런 분들이 계시는군요. 이렇게 만나서 반갑습니다^^ 주변에 그 질문들을 나눌 분들이 있었는지도 궁금하네요. 현대 인간이 처한 대부분의 사회가 질문하기를 거부하거나 질문이 나오면 도망가기 바쁘다는 인상이 있어, 질문을 가득 가진 채로 그 누군가를 찾아 나서는 일이 쉽지 않은 과정이었으리라 감히 짐작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