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헤겔의 종교철학은 물론이고 종교철학 자체도 모릅니다. 심지어 헤겔의 자연철학과 정신철학은 더더욱 모르고요 (<정신현상학> <대논리학> 투툴입니다.). 그래서 이 글을 보고 일단 든 생각들을 적어볼 테니, 제가 잘못 이해하는 것 같은 부분을 지적해주시면 좋은 토의가 될 것 같네요.
제가 처음 이 단락을 읽었을 때 든 생각은, 헤겔이 삼위일체를 표현하고 있다는 생각보다는 정신이라는 더 상위개념 안에서 삼위일체의 요소들이 찾아진다라고 말한다고 생각이 들었어요. 그래서 성경에 대한 설명을 한다기보다는 정신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다고 이해를 했네요. 그래서
이 부분이 조금 의아했습니다. 헤겔이 이 단락에서 교회나 종교에 대한 얘기를 하는 것 같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정말 맥락 하나도 없이 저 발췌한 단락만 읽고 든 생각이기 때문에 얼마든지 틀릴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이 단락이 나온 맥락이 정신에 대한 맥락이 아닌 삼위일체에 대한 맥락인 것이 명확한가요?
조금 사소한 부분일 수도 있겠습니다. 위에 부분하고 연결되는 부분인데, 보통 우리가 하나님 (혹은 하느님; 제가 예전에 성당을 다녔어서 하느님이 더 익숙하네요.) 을 얘기할 때 굉장히 초월적인 존재에 대해 이야기하잖아요? 그래서 이 정신을 통해 경험하는 것이 하나님인지, 아니면 이런 사회를 통해 경험하는 것을 우리가 오해하면서 생긴 것이 하나님인지 헷갈리네요. 적어도 제 지식으로는 후자가 맞는 것 같은데, 전자를 주장하고 계셔서, 조금 더 설명을 듣고 싶습니다. 하지만 다시 말하지만, 아무런 맥락도 없이 발췌만 읽고 든 생각이라 제가 틀릴 가능성이 훨씬 높습니다.
제가 예전에 헤겔/하이데거 세미나를 들은 적이 있었어요. 이때 헤겔 교수님과 하이데거 교수님이 논쟁을 벌였던 것이 Being (Sein)이었어요. 헤겔의 절대적 관념은 하이데거의 존재 (Sein)의 개념과 같은데, 헤겔은 하이데거와 다르게 이 존재를 완벽하게 알 수 있다는 것이죠. 그리고 그것이 헤겔의 신이란 개념이고 하이데거의 존재의 개념과 상응하지 못한다, 이렇게 배웠었네요. 하지만 이건 <대논리학>의 맥락이죠. 이게 헤겔의 정신철학이랑 어떤 연관이 있을지 궁금하군요 (이건 사실 포스팅에서 얘기하기엔 너무 큰 토픽이라고 생각하지만 뭐... 올려서 나쁠 건 없겠죠.).
이 부분은 제가 한동안 빠져있었던 스피노자와 헤겔의 연결점과 관련있을 것 같습니다 (간단한 논의는 여기서 됐었죠: 진태원, 『스피노자 윤리학 수업』, 제3강 요약). 스피노자의 무우주론에 반하여 헤겔은 유한에서 무한을 이끌어내야했고, 그렇게 되면서 무한은 유한의 자기부정으로 형성이 되고, 그렇기 때문에 사실 초월적인 무한 (Bad infinity)는 유한의 자기부정을 이루는 요소 중에 하나였다, 이런 식으로 결론이 나니깐요.
종교철학의 한계에서도 조금 말할 것이 있습니다. 이 단락을 읽으면서 처음 드는 생각은 종교의 한계를 보여주는 것이 헤겔의 목표라고 생각됍니다 (그래서 쉘링과 헤겔의 마찰이 당연하게 여겨지겠죠. 예전에 여기서 간략하게 논의됐었죠: 셸링의 초월론적 관념론의 체계 - yhk9297 님의 게시물 #3). 결국에 종교에서 다루는 초월적인 신들을 부정하고, 아까 말했듯이 유한의 자기 부정으로 나아가는 것이 헤겔의 목표같습니다.
@YOUN 님께서는 이런 부분에 대해서 회의적이신 것 같습니다:
혹시 회의적이신 이유가 따로 있으신건가요? 아님 단순 직관인가요 (이 부분이 derogatory하게 들릴 수는 있겠다만, 저도 직관에 의존해서 회의감을 느낄 때가 많아서, derogatory하게 쓰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제가 헤겔의 종교철학에 대한 이해를 너무 <대논리학>에 의존하는 것일 수도 있겠습니다. 아무쪼록 이 논의를 통해 배울 것이 많아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