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 것 같아요! 사실, 제가 강경한 신앙주의자라 반 프라센의 논의에 더 동의가 되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런데 이 ‘신앙주의’라는 용어와 “불합리하기에 나는 믿는다.”라는 표어가 너무 급진적이라, 신앙주의가 본래 의미보다 좀 더 과격하게 들리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요. 신앙주의는 결국 종교적 믿음이든 다른 어떤 믿음이든 정당화의 끝에 이르러서는 일종의 ‘선택’과 ‘결단’의 문제에 부딪힐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는 입장이잖아요. 그런데
(a) 정당화가 결국 어딘가에서 끝날 수밖에 없다는 주장 자체는 (물론 논쟁의 대상이 될 수 있긴 해도) 인식론의 아주 고전적인 주장이고,
(b) 이런 입장은 최종적 토대 역할을 하는 믿음을 강하게 신뢰하는 만큼이나 그 믿음이 매우 자의적이라는 사실도 인정하기 때문에, 오히려 역설적이게도 자기 객관화를 매우 잘 수행하는 입장일 수 있다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