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메스, 「포스트모더니즘의 니체 이용과 오용」

좀 다른 맥락이긴 하지만, 이런 류의 주장을 접할 때 학술 "외적"인 함축을 생각해보곤 합니다. 포스트모던 연구자들의 니체 이용이 오류에 기초하고 있다는 것이 학술 내적으로 가치있는 주장인 것과 별개로, 만약 이것이 정설이 되어 포스트모던 연구자들이 니체를 거들떠보지도 않게 된다면... 그건 그거대로 학술 외적으로는 (특히 니체 연구자로서는) 참 난감한 상황이 아닐까 하는 상상이죠.

비슷한 상황이 니체 뿐 아니라 다른 철학자들의 경우에도 많이 벌어지는 것 같아요. 가령 브랜덤이나 맥도웰이 헤겔주의를 칭할 때마다, 진퉁(?) 헤겔주의 해석자들은 이들 헤겔 해석이 잘못되었다고 지적하곤 하죠. 또는 비트겐슈타인에 대해서도 티모시 윌리엄슨이 똑같이 말합니다. 크립키가 자신의 독창적인 비트겐슈타인 해석을 통해 마지막 불꽃을 태웠으나, 비트겐슈타인 지지자들은 크립켄슈타인이 비트겐슈타인이 아니라고 비판했고, 그렇다면 결국 비트겐슈타인을 읽을 유인이 더욱 사라지게 되었다는 것이죠.

물론 학술 연구자 입장에서 이런 외적 유인까지 고려해야 할 필요는 없지만, 만약 자신의 주장이 결과론적으로 자신이 연구하는 주제를 학계로부터 소외되게끔 이바지 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혹은 이것을 인지하게 된다면), 이건 이거대로 참 슬프네요 :sob:

4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