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경험/귀납의 삼각관계

(1) 우선 과학/경험/귀납 모두 거대하고 어떻게 엄밀히 정의하느냐에 따라 각자 생각이 다를 수 있어 보입니다. 나아가 "지식"이라는 개념조차 명확히 정의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워 보이고요.

(지식의 정의에 관한 문제라면 제가 예전에 번역한 다음 글을 참고하시면 도움이 될 겁니다.)

(2) 우선 경험적 지식의 범위부터 문제가 될 듯하네요. (오감을 다 가진) 인간의 감각 지각만 포함되나요, 아니면 망원경이나 X선 같이 도구를 통해 확장된 감각 지각까지 포함하나요?

(3) 귀납도 쉽게 정의하기가 어려운 문제입니다. 보통 반례 하나만 있어도 귀납 지식이 성립하지 않는다 여깁니다. 따지고보면 이러면 귀납 지식이란 영원히 성립할 수 없습니다. 인간의 협력을 통해 지금 이 시점 백조에 관한 모든 정보를 얻을 순 있지만, 무한한 과거와 무한한 미래에 있을 모든 백조에 관한 정보는 얻을 수 없으니깐요.

그럼에도 저희는 귀납을 통해 얻은 정보를 어느정도 "신빙성"이 있다 여깁니다. (적어도 찍은거라 여기진 않죠.) 그렇다면 이 신빙성의 기준은 무엇이고 왜 있다 여기는걸까요?

(3) 마지막으로 과학조차 쉽게 정의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이러한 진짜/가짜 과학의 구분이 어렵다는 점 뿐 아니라, 물리학과 생물학 같은 개별 과학 분과들이 하나의 통일된 이론을 가지는지조차 학자들 간의 논쟁이 있습나다.

(올빼미에서도 생물학에서의 설명과 물리학에서의 설명을 동일하게 볼 수 있는지에 관한 논쟁이 있었었죠.)

(4)

마지막으로 귀납적 지식과 연역적 지식이 과연 그렇게 엄밀히 구분가능한 것인지조차 철학 내에서는 논쟁이 있습니다.
흔히 콰인이 논리실증주의에 대한 반박으로 제출한 <경험론의 두 독단>을 통해 두 지식의 엄밀한 구분이 불가능하다는 테제를 주장하였고 이는 여전히 논쟁적입니다. (올빼미에 어렴풋이 이것과 관련된 글이 있던 걸로 기억하는데 찾지 못하겠군요.)

(5)

그래서 저의 견해는 무엇인가하면 다음과 같습니다.

과학은 여러 학자들이 여러 방법(비단 경험적이거나 귀납적인 방법이 아니더라도)을 통해 (1차적으로) 경험 가능한 이 세상에 있는 것에 관한 어떠한 보편적 이론/설명을 제시하려는 시도"들"이다.
(특히 물리학/화학, 생물학, 고생물학/지리학 등의 역사에 대한 과학. 이 셋은 방법론과 우선시하는 증거들, 정당화의 기준, 설명의 목적이 다 사뭇 다르다 느낍니다.)(아마 제가 잘 모르는 천문학이나 컴퓨터 공학 같은 학문들도 꽤 다를 수도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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