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철학'과 '가짜철학'의 의미를 먼저 헤아리는게 유익하지 않을까 합니다.
이를테면 과학의 경우 종종 '진짜 과학'과 '사이비 과학(Pseudoscience)'을 구분하고는 하죠. 흔히들 후자를 두고는 '틀리지조차 않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그런데 진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칼 같이 나누려는 20세기 후반기의 여러 시도는 다 나름의 한계에 부딪혔고, 이를 두고 래리 라우든은 진짜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나누는 시도가 무의미하다고 평한 바 있습니다. 요컨대 중요한건 '좋은 과학'과 '나쁜 과학'을 가리는 것이지, 과학인지 아닌지 가르는건 영양가가 없다는 발상이죠.
이런 의미에서 '진짜철학'과 '가짜철학'을 나누는 것이 (1) 진짜 vs. 사이비 과학처럼 '철학이냐 아니냐' 자체로 나뉘는지, (2) 좋은 vs. 나쁜 과학처럼 '철학인건 다 맞는데, 이게 좋냐 나쁘냐'를 기준으로 나뉘는 것인지를 미리 따져보면 향후의 건설적 논의에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