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에서 나올 수 있는 말이 꽤 많은 것 같습니다.
제가 처음 생각해 둔 것은 앞에서 Sophisten님께서 말씀해주신 니체의 도덕의 계보 두 번째 논문입니다. 거기서는 인류는 고통은 참을 수 있었어도 고통에 이유가 없다는 것은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고 언급되죠.
삶의 의미와 같은 문제에 있어 분석철학자에게 대답하면 "이보게, '의미'의 의미가 뭐요?" 한다는 우스갯소리처럼, 초년생의 주제, 팝 필로소피처럼 취급받는다는 느낌이 역력한데, 정작 이런 지평을 만들게 한 초기 비트겐슈타인에게 있어서 이 삶의 의미는 그의 철학 전체를 관통하던 주제였죠.
논리철학논고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가 바로 질문자가 던진 "일부러 의미 만들기"였어요. 6.43에서 달의 이지러짐과 참을 빗대서 행복과 불행, 선과 악, 철학의 옳은 길과 잘못된 길을 짝지어서 제시하죠. 그렇게 이 마지막의 윤리 부분을 독해하다보면,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존재에 대한 대답될 수 없는 남아 있는 문제(삶의 의미, 왜 사는지, 왜 나는 여기 있고 저기에 있지 않은지...)에 대해 질문하려고 하지 않고 그 경향을 극복하려고 합니다. 반면에 불행한 사람은 이것에 대해서 질문을 던지는 사람이며 그 어떤 대답에도 도달하지 못한 채 부딪히는 일을 반복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이 하려는 일은 불행한 자를 막기 위해 언어의 한계를 완전히 구분하는 것이었고, 그를 위해 철학적이라기엔 그렇게 철학적이지 않은 사이비 철학 명제인 논고의 명제를 알리는 것이었죠.
이제, 이것은 전혀 다른 쪽에 대한 말이지만, 니체의 관점주의적 시각을 비춰 본다면 과학시대에 살고 있는 우리가 과연 기우제를 지내던 농경시대보다 더 의미에 있어 안전한지, 더 발전된 것인지를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입니다.
간단히 말해서 - 저는 기우제의 원시인이 그렇게 무의미를 못 받아들였다거나, 우리 과학시대인이 무의미에서 충분히 답을 주었다고 생각하지 못하겠습니다.
프레이저의 황금 가지라는 고대 부족에 대한 책에서는 건기와 우기로 기후가 나뉜 곳인 어떤 땅에 사는 부족의 의식을 살펴봤습니다. 살펴보니 그들은 우기가 되면 비의 왕에게 의식을 진행한다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프레이저는 이것을 주술 - 비의 왕에게 빌어서 비가 왔다고 생각하는 - 주술의 일부로 보았습니다. 과학시대의 평범한 사람이 누구나 할 것처럼 말입니다.
이를 호되게 비판한 사람이 다름아닌 후기 비트겐슈타인입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이것을 "주술"로 본 것은 "오류"라고 전제한 것이고, 이것은 "미친 짓"이라고 말합니다. 비트겐슈타인은 질문합니다. 왜 그 원시인들은 우기에 비의 왕에게 빌었는지, 만일 비가 온다고 믿는다면 왜 건기에 빌지 않았는지.
비트겐슈타인에게 이것은 절대 과학적 기준을 두고 이론화해선 안되는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그들에게 비의 왕에게 하는 의식은 한국의 제삿상 의식이나 키스와 같은 것이었다고 말합니다. 이것은 절대 이런 방식으로 설명되어선 안되었다는 분노에 가까운 글을 표출합니다.
제가 보기엔, 님의 이 질문글에서 나온 "비가 오고 눈이 오는 것이 과학적으로 설명 가능한" 것도 아주 충분히 부적당한 무언가, "일부러 의미 만들기" 부류 안, 에 있어 보이고, 이것이 무의미의 문제에 대한 실마리가 될 수 있어 보입니다.
이렇게 말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관점주의적 시각을 더 강화한다면 기우제를 지내는 원시인 너머에겐 그들이 본 과학이라는 것이 더 희극적인 통제감 유발장치로 보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이것은 과학적 주제에서는 굉장히 받아들이기 어려운 주제겠지만, 현재 댓글에서 나왔던 "삶의 의미"에 대한 주제에선 정말 그럴 수 있을 거 같아서요.
심슨 가족에서 이런 장면이 나오죠. 바트 심슨에겐 친구 밀하우스가 있고, 밀하우스의 부모님은 각각 이혼한 상태입니다. 밀하우스 아빠는 호머 심슨에게 내가 얼마나 이혼 이후에도 제대로 살고 있는지를 방에 잔뜩 남자들의 로망들로 잔식해서 보여줍니다. 그리고 그가 말하길 "나는 스포츠카가 침대야! 넌 어때?"라고 하죠. 호머 심슨은 눈 깜빡도 안 하고 "난 큰 침대에서 아내랑 같이 자는데"하고 대답하죠. 밀하우스의 아빠는 그 말을 듣고 굉장히 서운해 하고요.
여기서 호머 심슨은 "미개인"일지도 모릅니다. 금전의 문제와 취미의 문제를 알려고 하지도 않는, 보통 프로그램의 모습 그대로 여기서는 그렇게 나오니까요. 하지만 "현자"일지도 모릅니다. 인간의 행복에 있어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지를 자기도 모른 채 설명했으니까요. 하지만 아무래도 상관...은 없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