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윤리학적 입장들의 구도들에 대한 내 추가적 해석

(0) 예전에 이런 글을 소개한 적이 있습니다.

최근 제가 쓴 메타윤리학적 주장들로 말미 암아, 제 이해가 증진되었기에 보다 세밀한 논점들을 업데이트한 내용을 적기로 했습니다. (다만 그렇다는 뜻은 교과서처럼 널리 수용되는 중립적 관점이 아닌, 제 해석이 들어갔다는 의미입니다.)

(1)

메타 윤리학은 우선적으로 "도덕적 진술"(우리가 도덕과 관련해서 말하는 실제 표현들)에 관한 주장이다. (따라서 1차적으로 아무런 형이상학적 가정을 하지 않더라도, 연구될 수 있다.) 이 질문은 (i) 도덕적 진술의 기능/목적이 무엇이냐, 이다. 이에 대한 대답은 두 가지로 갈린다. (a) 도덕적 진술의 목적은 "진리대응적" 참/거짓을 표현하는 것이다. (b) 도덕적 진술의 목적은 "진리대응적" 참/거짓과는 무관하다. 통상 전자의 입장을 인지주의(cognitivism), 후자의 입장을 비인지주의(non-cognitivism)으로 분류한다.

인지주의는 "(a) 도덕적 진술의 목적은 "진리대응적" 참/거짓을 표현하는 것이다."를 말하기에, (a-1) 이들이 말하는 도덕적 진술은 (다른 일상적인 명제들처럼) "알다"/"믿다"라는 심적 상태와 연관되며, (a-2) 이 진술의 참값을 결정할 도덕적 진리/사실을 가정한다.

여기서 오류 이론(error theory)는 (a-2)를 부정하면서, 도덕적 진술의 참/거짓을 결정해줄 (진리대응적) 도덕적 진리는 없다 주장한다. (다만 이들의 입장은 이후부터 열려있다. 진리대응적 참/거짓을 표명하는 도덕적 진술의 원래 목적은 실패할지라도, 부가적인 목적을 상정하고 이것이 달성된다 주장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픽션주의(fictionalism)은 (a-1)을 간접적으로 부정한다. 그들은 (a-2)를 인정하는데, 이 도덕적 진실/사실이 픽션적(fictional)이라 주장한다. (따라서 무엇이 픽션적인지는 열려있다. 이는 대상의 내용이 아닌 대상의 형이상학적 위치에 대한 구분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들은 비록 '알다'라는 표현을 쓰지만, 이는 일반적인 대상(추상적이든 이 세계에 원래 있는 것이든)을 안다 말했을 때와는 다른 심적 상태라 상정한다.

전형적인 인지주의는 (a-1)과 (a-2)에 동의하며, (a-2)에 해당하는 도덕적 진리/사실이 무엇인지 (나아가, 이걸 어떻게 인식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견해가 다르다.

초자연주의는 이것이 신과 같은 초자연에 기반한 것이라 주장한다.

(형이상학적) 비-자연주의는 초자연주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속성과는 다른 "독특한 윤리적 속성"이라 본다.
(형이상학적) 자연주의는 우리가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속성과 같다 본다.

(형이상학적) 비-자연주의와 자연주의의 경계는 애매하다. 왜냐하면 각각의 입장을 주장하는 학자들이 선재하는 형이상학-자연주의에 대한 견해가 다르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는 방법론에 따라 구분을 하는 것이 이 지점에서는 유용하다 여긴다.

(방법론적) 자연주의는 일반적인 사람이라면 (과학에 대한 진리/사실이 그러하듯) 도덕적인 진리/사실을 알 수 있다 본다. 코넬 리얼리즘은 (과학에서처럼 단순한 관찰은 아니지만 어떠한 인지적 과정을 거친) 관찰을 통해 이를 알 수 있다 본다. (잭슨이 주장하는) 도덕 기능주의는 (과학에서 X의 기능을 설명하는 것처럼) 도덕적 속성을 실제 현상의 기능들에 대한 속성들의 연합(에 수반된 것)이라 본다.

(방법론적) 비-자연주의는 도덕적 진리/사실을 파악하는데, "이성적 [혹은 이상적] 사람"이 필요하다 본다. (따라서 방법론적 자연주의에 비해 협소한 사람들만이 도덕적 진리를 알 수 있는 셈이다.) 이 입장은 아리스토텔레스와/혹은 칸트의 강한 영향을 받았다.
우선 이상적 행위자 이론이다. (칸트의 영향이 느껴지는 맥도웰이나 아리스토텔레스에 더 가까운 덕윤리학자들이든) 이들은 "덕"을 가지고 있는 이상적 행위자의 믿음/직관/감정/성품 등으로 알 수 있는 사실/속성에 호소한다. 다른 하나는 [칸트적] 구성주의다. 이들(스칼론이나 코스가르드)은 대체로 (칸트에 대한) 롤즈의 재해석의 영향이 강하게 느껴진다. 이들은 (이상적 행위자까지는 아니지만) 이성적 행위자라면, 모두가 동의할 만한 도덕적 원칙이 "구성"되며, 이것이 도덕적 사실이라 주장한다. (롤즈의 무지의 베일을 생각하면 편하다.)

(2) 비인지주의는 "(b) 도덕적 진술의 목적은 "진리대응적" 참/거짓과는 무관하다."라는 입장이다. 그렇기에 이들은 (b-1) 도덕적 진술의 목적은 무엇이며, 이와 연관된 심적 상태는 무엇인지 설명해야 하며, (요근래 와서는) (b-2) 우리가 일상적으로 말하는 "도덕적 참/거짓"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는지 설명하고자 노력할 때도 있다.

이모티비즘은 도덕적 진술의 목적은 어떠한 태도를 발화하는 것이라 이해한다. (즉, 도덕적 진술은 일종의 감탄사로 이해되는 셈이다.)
지시주의/규정주의는 도덕적 진술의 목적은 그 도덕적 진술을 하라는 '명령'이라 이해한다.
유사 실재론 - 표현주의 - 혼합 이론은 도덕적 진술이 명제적 내용을 가지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명제에 대한 태도/감정이라 주장한다.

이들은 (b-2)에 대해 각기 다른 견해를 가진다. 시도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 여기거나 (에이어의 이모티비즘은 이런 방향으로 나아간다.), 인지주의의 (진리 대응론적) 참과는 다른 형태의 "도덕적 참"을 정의하려고 시도한다. (예컨대, 적절한 감정/태도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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