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
2월 24, 2023, 5:30오후
26
아마 '형이상학'이라는 용어를 어떤 의미로 사용할 것이냐에 따라 달라질 것 같아요. 저는 이 용어를 대체로 부정적인 뉘앙스로 사용하지만, 말씀하신 아리스토텔레스의 예처럼 충분히 긍정적인 뉘앙스를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관련해서 제가 예전에 썼던 몇 가지 글들을 보탭니다. (처음 두 개는 지난 학기 기말 페이퍼였기도 해요.)
(1) 개별 학문과 형이상학의 관계에 대한 생각
Ⅰ. 들어가는 말
양화사 변이 이론을 지지하는 철학자들은 ‘존재를 둘러싼 거인들의 싸움’이 많은 경우 말뿐인 논쟁(verbal dispute)에 지나지 않는다고 이야기한다. 그들은 얼핏 상충하는 것처럼 보이는 형이상학적 입장들이 실제로는 ‘존재한다(exist)’라는 용어를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그러나 이러한 주장은 대개 무엇이 유의미한 논쟁이고 무엇이 말뿐인 논쟁인지를 구별하는 과정에서 ‘언어적 틀’에 대한 의심스러운 가정을 받아들인다. 양화사 변이 이론이 정당성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언어적 틀에 대한 기존 논의가 극복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본고는 우선 카르납과 허쉬를 통해 기존 양화사 변이 이론이 ‘언어적 틀에서 출발하는 논증’에 근거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드러낼 것이다(Ⅱ). 다음으로, 양화사 변이 이론을 위한 대안적 논증으로 ‘실재의 구조에서 출발하는 논증’을 제시할 것이다(Ⅲ).
Ⅱ. 언어적 틀에서 출발하는 논증
무엇이 실제로 존재하는지에 대한 형…
(2) 제가 생각하는 긍정적 형이상학의 예시
[SE-ec1126d8-f979-4ba8-a1ba-add0e02fae3c]
“이름이 ‘W’로 시작하는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철학자는 누구였는가?”
미국의 대다수 학식 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대답할 것이다. “비트겐슈타인.”
유감이다. 정답은 “화이트헤드”이다.
확실히, 이름이 ‘W’로 시작하는 또 다른 철학자이지만, 엄청나게 더 대담한 철학자이고,
또한, 안타깝게도, 훨씬 덜 연구된 철학자 말이다.
(Latour, 2005: 223)
Ⅰ. 들어가는 말
화이트헤드는 20세기 사상사에서 대단히 독특한 지위를 지닌 인물이었다. 그는 당대 분석철학과 대륙철학의 탈형이상학적 경향을 정면으로 거슬러 놀라울 만큼 대담한 형이상학을 구성하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의 사변철학이 단순히 형이상학에 대한 기존 철학의 비판을 무시하고서 성립된 독단적 체계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사변철학은 형이상학이 우리 시대에도 여전히 유의미한 탐구로 남기 위해서는 해석학으로 변모해야 한다는 사실을 잘…
(3) 모순율은 사물의 실재에 대응하는가?
[스크린샷 2021-05-20 오후 4.33.03]
필연성의 본질은 무엇인가?
모순율이 필연성을 지니는 근거를 찾기 위해 모순율을 정당화하는 법칙을 제시하려는 시도는 성공할 수 없다. 이러한 시도는 모순율을 정당화하는 법칙을 다시 정당화하기 위해 또 다른 법칙을 제시해야 한다. 더 나아가, 새롭게 등장한 법칙을 다시 정당화하기 위해 역시 또 다른 법칙을 제시해야 한다. 따라서 모순율을 정당화하기 위해 제시된 법칙의 계열은 무한퇴행에 빠지고 만다.
모순율이 필연성을 지니는 근거를 결단주의적으로 해명하려는 시도 역시 문제를 지니고 있다. 모순율이 일종의 선결정 행위를 바탕으로 필연성을 지니게 된다는 입장은 모순율에 대한 반대 역시 일종의 선결정 행위를 바탕으로 필연성을 지닐 수 있다는 입장을 인정해야 한다. 다만, 모순율에 반대하는 결단이 실제로 가능할 수 있는지가 논의에서 쟁점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결단’에 호소하는 입장이 우리가 모순율을 받아들이는 이유…
3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