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의 분석철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European Journal of Philosophy, Australasian Journal of Philosophy에 이어 Asian Journal of Philosophy라는 새로운 대륙구(?) 철학 학술지가 탄생했습니다. 출판을 기점으로 따지자면 2023년 올해가 2년째니만큼 아주 젊은 학술지죠. 현재 편집위원장은 연세대 언더우드대학의 Nikolaj Jang Lee Linding Pedersen 교수가 맡고 있습니다.

이 저널에서 창간 기념으로 진행되고 있는 특집이 "아시아의 분석철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 Analytic Philosophy in Asia: Past, Present and Future)"입니다. 그 진행 취지를 다음과 같이 소개하고 있는데요:

The Asian Journal of Philosophy은 2021년 10월에 창간되었습니다. 본 학술지의 주요 목표는 아시아에 기반을 둔 연구자 및 학자들이 그 연구를 전 세계에 알릴 수 있는 국제적 플랫폼의 역할을 하는 것, 그리고 동시에 다른 지역의 철학자들 또한 저작을 출판하기에 매력적인 공간을 마련하는 것입니다. 특집 "아시아의 분석 철학: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는 본 학술지의 창간을 기념함과 동시에 아시아의 아시아의 분석 철학을 아시아 및 기타 지역의 철학 공동체에 소개하기 위해 꾸려졌습니다. 따라서 본 특집은 아시아 여러 지역 철학자들이 각 지역 분석철학계의 (상대적으로 짧은) 역사를 나누고, 분석철학의 현황 및 향후 방향에 대한 고찰을 담아낼 수 있는 장이 되고자 합니다. 이처럼 아시아 각 지역 분석철학의 과거, 현재, 그리고 미래를 소개함으로써, 본 특집에서는 아시아의 분석철학을 특징짓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던 주제, 질문, 문제의식 등을 통합적으로 제공하고자 합니다.

현시점까지는 대만, 태국, 홍콩, 필리핀, 그리고 일본의 분석철학계(혹은 좀더 넓은 서양철학계)의 역사와 현황을 담은 논문들이 출판되었습니다. 이처럼 한국의 '이웃나라'라고 할만한 다른 아시아 국가들의 철학계 현황에 대한 '현지보도'가 궁금하신 분들께서는 이들 논문을 참조해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아울러 한국 분석철학계를 다룬 논문은 아직 나오지 않았는데요. 위촉된 저자가 있는지, 현재 작성 중인지 등에 대해서는 개인적으로는 아는 바가 없습니다. 어떻게 돌아가는지 궁금하기도 하네요!

아울러 제가 알기로 한국어 문헌 중에는 '분석철학'은 아니지만, "영미철학"에 대해서는

  • 김효명 (1996). "서구 철학사상의 유입과 그 평가 - 영미철학의 수용과 그 평가 ", 철학사상 6권
  • 김영정 (1997). "영미 철학의 수용 ( 1980 - 1995 )", 철학사상 7권
  • (추가) 황필홍, 이병수 (2003). "철학원전 번역을 통해 본 우리의 근현대 - 개화기부터 1953년 이전까지 ; 50년대까지 영미철학의 수용과 용어의 번역." 시대와 철학 14권

같은 문헌이 있습니다. 한국어가 되었건 영어가 되었건, 이처럼 지역 학문 공동체의 역사를 조망하는 문헌이 더 나올 수 있다면 흥미로울 것 같습니다!

7개의 좋아요

분석철학에 무지해서 그런데, 분석철학도 어떤 지역에 연고를 뒀는지에 따라 다루는 내용/쟁점이 달라지나요? 그것이 아니라면 아시아 분석철학계라고 칭할 존재가 있을 이유를 잘 모르겠거든요.
(제가 공부하는 사회철학/정치철학은 지역에 따라 다루는 철학적 내용/쟁점이 아주 달라져서 각 지역별 연구단체가 필요합니다.)

2개의 좋아요

@sophisten

너무나도 중대한 문제제기를 해주신 것 같습니다. 아주 다양한 논점이 있을텐데요. 이 자리에서는 양 극단에 놓였다고 할만한 두 가지 정도만 말씀드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첫 번째로 '각 지역에 고유한 분석철학적 내용/쟁점'이라고 할만한 것도 있긴 있습니다. 이를테면 한국의 경우, 한국어 언어 표현에 대한 일상언어적 분석이 그 대표적 사례입니다. 나름 화제가 되었던 다음 문헌이 그 대표적인 사례라 할만할 것 같습니다.

  • 이정규 (2019). "썸을 탄다는 것은 무엇인가?: 신조어 “썸타다”의 적용조건 분석" 철학적 분석 41권

두 번째로 '지역 연고에 따른 내용/쟁점 간의 차이'가 아예 없다손 치더라도 지역 연고가 여전히 유의미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까닭은 '가까운 지역에 있으면 어찌 되었든 교류가 편하니까!"라는 단순한 이유에 있다고 봅니다. 이런 관점 하에서라면 결국 하나의 지역 학계는 작게는 하나의 학과, 보다 작게는 하나의 교수 연구실과 근본적으로 같은 역할을 하게 된다고 봅니다. (교류가 원활하게 된다는 가정하에서) 어쨌든 '우리끼리 잘 으쌰으쌰 해서 구성원들이 세계 학계에 좋은 기여를 할 수 있게끔 상부상조하자!'라는 역할을 수행한다는 점에서요. 그런 의미에서라도 '아시아 분석철학계'라고 칭할 존재가 최소한 현실적으로 요긴한 역할을 할 수도 있다는 생각은 나름 일리가 있는 것 같습니다.

2개의 좋아요

미우라 도시히코의 책을 봤을 때나 근래 번역되었던 『현대 철학의 최전선』같은 책을 보면서 일본 출판계에서의 분석철학이 궁금했는데 2000년 이후 일본을 다룬 글이 특히 유용하네요ㅎㅎ 감사합니다!

1개의 좋아요

말씀해주신 것처럼 역시 일본의 경우에는 출판계의 위상이 흥미로운 것 같습니다. 언급하신 논문을 처음 읽을 때에는 솔직히 "어, 왜 출판사들에까지 이렇게 분량을 할애하는걸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들었습니다만, 말씀을 듣고나니 확 이해가 더 잘 되는 것 같습니다.

1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