맥도웰, 테일러, 퍼트남의 거북했던 하루

뭔가 Daily Nous 퍼오는 담당이 되는 것 같아서 민망합니다만 ... 암스테르담 대학의 Eric Schliesser가 1996년 4월 27일, 시카고에서 벌어진 한 '사건'에 참석했던 회고문을 써서 올렸습니다.

한줄요약하자면, <마음과 세계> 토론회에서 논평자로 참석했던 찰스 테일러와 힐러리 퍼트남의 논평에 대해 저자인 존 맥도웰이 "내 책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논평이다"라고 반응했고, 그 덕분에 토론회 분위기는 얼어붙고 결국 어영부영 끝나버렸다는 일대사건이 있었다는 것 같네요.

트위터에서 오고갔다는 얘기를 슬쩍 보니까 이게 또 만년떡밥 중 하나인 맥도웰의 글쓰기와도 은근슬쩍 엮인 것 같네요.

이 사건이 전공자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진 사건인가요? 저는 90년대 이후 퍼트남에 대해서는 아는게 희박하고, 맥도웰이나 테일러는 거의 이름 밖에 모르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뭐라고 말할 입장이 되지 못합니다만, 이 곳엔 이들 세 철학자에 관해 깊은 지식과 관심을 계신 분들이 많은 것 같아 렉카처럼 끌고와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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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ㅋㅋㅋ맥도웰이 직접 그렇게 말했군요. 맥도웰의 철학에 관심을 가지는 1인으로서, 아마 맥도웰 입장에서는 퍼트남 논문을 그렇게 평가했을 것 같다는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하고 있었습니다. 예전에 간략한 단상을 써둔 적이 있어요. 1996년 사건은 아니고, 퍼트남이 비슷한 주제로 말년에 쓴 논문에 대한 내용이지만요.

지각적 개념주의에 대한 퍼트남의 비판

힐러리 퍼트남이 죽기 전에 굉장히 재미있는 논문을 하나 쓴 것 같다. 그는 「지각적 개념주의에 반대하여(Against Perceptual Conceptualism)」라는 논문에서 맥도웰의 개념주의를 비판하며, (1)경험이 과연 개념적 성격을 지니는지에 대한 논의는 '선험적(a priori)' 혹은 '초월적(transcendental)'으로 탐구될 수 없다는 주장, (2)경험은 비개념적 요소를 포함한다는 주장을 제시한다. 퍼트남의 말년 사상을 담고 있는 귀한 논문이니 한 번 정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초록만 살펴보아도 그가 어떠한 방식으로 논증을 전개할 것인지 대충 각이 잡힌다. 내 생각에, 아마도 퍼트남은, 다른 수많은 논평자들과 마찬가지로, 맥도웰이 지각 경험에 대해 자신만의 '이론'을 제시한다고 착각하고 있는 듯하다. 정작 맥도웰의 작업은 칸트 이후로 끊임없이 제기되어 온 소위 '사물 자체의 아포리아'라는 것이, 마치 '바늘 위에 천사가 몇 명 앉을 수 있는지' 따위의 논의와 같은, 사이비 문제라는 사실을 드러내고자 할 뿐인데도 말이다. 즉, 맥도웰은 "바늘 위에 천사가 1명 밖에 못 앉는다" 따위의 특정한 이론을 옹호하려는 것이 아니라, "애초에 바늘 위에 천사가 몇 명 앉을 수 있는지 의문을 가지는 것 자체가 망상일 뿐이다."라고 비판하는 것이다. 당연히, 이런 비판을 제기하는 맥도웰로서는 굳이 인지과학 같은 분과학문들이 상정하고 있는 '감각 자극' 따위를 거부할 이유도 없다. 맥도웰이 싸우고자 하는 대상은 인지과학이 아니라, 그가 반복해서 강조하듯, 근대 이후에 등장한 인식론의 잘못된 가정들이니 말이다. 그렇다면 퍼트남의 논문은 (a)맥도웰에 대한 오해에 근거하고 있는 '허수아비 논증'이 되어버리거나, (b)아무리 긍정적으로 평가하더라도, "경험에는 감각 자극이 포함된다."라는, 너무나 당연하여서 철학적으로 그다지 큰 의미가 없는 주장을 제시하는 데서 그쳐버리고 말 것이다.

https://blog.naver.com/1019milk/memo/2211891210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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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중 한 명의 질문이 인상적이네요.

if these giants didn’t understand you, what chance do lesser mortals like us have?

퍼트남이랑 테일러 같은 거장도 이해 못한다면 우리 같은 장삼이사들은 맥도웰을 이해할 수는 있는 것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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ㅋㅋㅋ예전에 세미나에서 퍼트남 논문을 읽을 때 퍼트남 같은 천재들의 묘한 공통점이 남의 말을 자주 왜곡해서 이해한다는 얘길 들은 게 생각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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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ttle will they know...