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
9월 29, 2025, 12:01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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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철학'이 주류학계에서 아주 중심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지 않는다는 점이 관련 문헌 수가 적은 이유 중 한 가지가 될 수도 있겠지만, 반대로 '비교철학'이라는 분야의 범위가 너무 커서 주제를 좁히지 않을 경우 구체적인 문헌을 찾기가 힘든 것일 수도 있습니다. 특히, 최근에는 전통적인 서구 중심의 철학사를 넘어서려는 운동의 일환으로, 인도 철학, 중국 철학, 아프리카 철학, 하와이 철학 같은 주제들에 대한 연구가 점점 힘을 얻고 있다고 합니다. 그래서 '비교'나 '문화간' 연구가 적어서 그 분야 자료를 찾기 힘든 것보다는, 오히려 너무 많아서 논의 범위가 구체화되지 않으면 자료 찾기가 어려운 것이 아닐까 합니다.
(1)
며칠 전 @YOUN 님의 분석 형이상학 비판에 이리 답한 적이 있다. 또한 @wildbunny 님이 이런 말을 하신 적이 있다.
(2)
나 역시 백화점식 철학과에서 배웠다. 유럽에서 대륙 철학을 하신 분에게 대륙 철학을 배웠다. 고전 서양 철학도 미국에서 하신 분과 독일에서 하신 분에게 배웠다. 이 둘은 학풍이 많이 다르다. 미국에서 하신 분은 분석철학을 통한 적극적 재해석을 주로 하셨지만, 독일은 사상사와 문헌학에 가까운 기분이었다.
내 전공은 비교철학이지만, 영미권 전통에 기반하고 있었다. 분석철학을 통한 적극적 재해석. (대학원실에서 미국/고대 철학 전공이신 교수님이 내 이야기를 듣더니 한번 고대 그리스 철학-고대 중국 철학 비교논문을 써보라 하신 말이 기억난다.) 하지만 비교철학도 일본/중국/대만에서 하신 분들은 꽤 학풍이 다르다. (서양 철학으로 치면 독일에서 하신 분들과 흡사하다.)
(2-1)
항상 철학과에 입학한다는 사람들에게 묻는 질문이 있다. "…
(1) 요근래 철학사에 대한 글을 두 가지 적었다.
이는
라는 글을 읽다가, 예전부터 내가 가지고 있던 덕후 기질(?)이 다시 끓어오른 덕분이었다.
(2)
예전에도 간략하게 적은 바 있지만, 오늘날 (영미권 학계의 철학사 연구에서) 철학이라 지칭되는 범위는 과거에 비해 넓어졌다. 흔히 (문화인류학의 역할이라 여겨졌던) 세계관(world view)에 가까운 내용들까지도 이제 철학사의 영역으로 포섭되었다.
이러한 흐름의 한계에 대해서는 윗 글에 이미 적은 바 있다.
(3)
그래도 우리는 적어도 세 가지, 철학이라 불릴만한 학문이 제도권 내에서 지속적으로 연구된 문화권을 가지고 있다. (a) 고대 그리스 철학을 계승한 유럽과 범아랍권 (b) 인도 철학을 계승한 인도 - 티베트 - 동남아권 (c) 중국 철학을 계승한 동북아권.
이 중에서도 영미권 학계의 관심을 지속적으로 받고 있는 분야는 (a)와 (b)다.
(4)
얄궂게도 새로운 분야의 철학사를 연구한다는 것은,…
전통적으로 철학사 연구의 주된 의의 중 하나는 철학사의 '거인' 을 깊게 탐독함으로써 통찰을 얻고 새로운 철학을 펼쳐나갈 기반으로 삼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이건 본 포럼에서 번역되었던 질 들뢰즈의 견해에서도 잘 드러나는 것 같습니다.
전세계의 뭇 철학적 전통에서 많은 실질적인 "철학적 작업"이 그 앞서 살았던 '거인'들의 문헌에 대한 주석 및 해석 작업을 통해 이뤄졌다는 점은 이를 잘 방증하는 것 같습니다. 들뢰즈 본인의 철학사가로서의 커리어 또한 그러했구요.
그런데 이런 전통적인 '의의'가 2020년대 지금의 철학사 연구와는 궤가 점점 달리하게 된다는 인상을 받게 된 바 있습니다. 최근 아래 글을 보면서 오랜만에 다시 떠오르게 된 생각인데요.
플라톤, 맹자, 데카르트, 칸트 등 '거인'들에 대한 켜켜히 쌓인 해석사에 또 한 줄을 덧붙이는 것이 아니라, 역사의 흐름 속에 '잊혀졌던 인물'들을 재발견해내는 것으로서의 의의가 철학사 연구에서 점점 부각되는 것 같다는 인상을 받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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