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위일체론의 해석학적 의의: 존재, 언어, 사유의 통일성(1)

(1) 삼위일체론은 그리스도교 신앙을 위한 인식의 원리를 제시한다. 그리스도교 신앙은 예수와 성령을 통해 계시된 하나님 뒤편에 다른 어떠한 숨겨진 신성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삼위일체론을 주장한다. 즉, 한 분의 하나님이 성부, 성자, 성령으로 모습만 뒤바꾸어 우리에게 자신을 계시한신다는 '양태론(modalism)'은 배척된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에게 계시된 예수와 성령 뒤편에 인간이 알지 못하는 신적 '위격(person)'이 감추어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정한다. 마찬가지로, 세 분의 서로 다른 하나님이 각각 우리에게 자신을 계시하신다는 '삼신론(tritheism)' 역시 배척된다. 이러한 주장은 인간에게 계시된 예수와 성령 뒤편에 인간이 알지 못하는 신적 '실체(substance)'가 감추어져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정한다.

(2) 삼위일체론이 주장하는 핵심은, 하나님께서 예수와 성령을 통해 자신을 세상 속에 완전하게 계시하셨다는 사실이다. 즉, 그리스도교 신앙은 인간의 모습으로 이 땅에 오신 예수를 통해 완전한 하나님을 바라본다. 또한 그리스도교 신앙은 교회와 함께 하시는 성령을 통해 완전한 하나님을 체험한다. 따라서 예수와 성령을 벗어나 다른 하나님을 찾고자 하는 시도는 거부되고, 예수와 성령을 통해 알려진 참된 하나님을 무시하고자 하는 태도는 비난받는다. 삼위일체론은 영원하신 하나님의 신성이 예수와 성령을 통해 그리고 오직 예수와 성령을 통해서만 세상 속에 계시된다고 강조하는 교의이다.

(3) 현대신학에서 삼위일체론은 계시론의 문제와 더불어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신학에서 '계시론(doctrine of revelation)'은 철학에서 '인식론(epistemology)'에 대응하는 지위를 지닌 분야이다. 신학자들이 계시의 가능 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방식은 철학자들이 지식의 가능 조건에 대해 고민하는 방식과 매우 유사하다. "우리가 하나님을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신학적 물음은 "우리가 실재를 어떻게 알 수 있는가?"라는 철학적 물음과 정확하게 동일한 문제를 다루고 있다. 다만, 이러한 물음에 대한 궁극적 대답으로 그리스도교 신앙은 언제나 '삼위일체론'을 제시한다는 특징이 있다. 즉, 하나님께서 '예수'의 모습으로 인간에게 자신을 알리셨기 때문에 인간은 하나님을 알 수 있다. 또한 하나님께서 '성령' 안에서 인간과 함께 하시기 때문에 인간은 하나님을 알 수 있다.

(4) 20세기 최고의 개신교 신학자라고 일컬어지는 칼 바르트는 '계시자', '계시', '계시되어 있음'의 통일성이 삼위일체론의 근거라고 지적한다.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신을 계시하셨다는 의미가 무엇인가? 계시는 자기 자신에 대해 말씀하시는 분과 자기 자신에 대한 말씀이 일치한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또한 자기 자신에 대한 말씀과 그 말씀에 대한 우리의 깨달음이 일치한다는 믿음을 전제한다. 따라서 그리스도교 신앙은 하나님이 인간에게 자신을 계시하셨다고 고백하는 과정에서 '계시자', '계시', '계시되어 있음'의 통일성에 대한 믿음 전제한다. 바로 그 믿음이 자신에 대해 말씀하시는 '성부'와 그 말씀으로 이땅에 찾아온 '성자'와 그 말씀을 우리에게 깨닫게 만드시는 '성령'의 일치에 대한 교의를 정초한다. 바르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하나님의 말씀은 그의 계시에 있어서 하나님 자신이다. 왜냐하면 하나님은 자신을 주(主)로서 계시하기 때문이며, 그것은 성서에 따라 계시의 개념에 대하여, 하나님 자신이 파괴되지 않은 통일성에서 그러나 또한 파괴되지 않은 구별성에서 계시자(der Offenbarer)이고 계시(die Offenbarung)이고 계시되어 있음(das Offenbarsein)이기 때문이다."(바르트, 『교회교의학』, 제Ⅰ/1권 : 383)

(5) 20세기 최고의 가톨릭 신학자로 평가받는 칼 라너 역시 하나님의 자기-소통 개념으로부터 '내재적 삼위일체(immanent trinity)'와 '경륜적 삼위일체(economic trinity)'를 일치시킨다. 즉, 영원 이전에 하나님 안에서 성립한 성부, 성자, 성령의 관계는 역사 속에서 세상을 향해 계시된 성부, 성자, 성령의 관계와 존재론적으로 구분되어서는 안 된다. 하나님이 육화(incarnation)를 통해 세상에 자신을 알리셨다고 고백할 경우 우리는 육화를 통해 나타난 '경륜적 삼위일체'가 영원 속에서 성립한 '내재적 삼위일체'를 완전하게 반영하고 있다고 고백해야 한다. 따라서 하나님의 자기-소통 개념을 바탕으로 경륜적 삼위일체와 내재적 삼위일체 사이의 관계에 대한 유명한 공식이 성립한다. "경륜적 삼위일체가 내재적 삼위일체이고, 그 역도 마찬가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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