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베유, 아이리스 머독의 윤리학

서강올빼미의 선생님들 안녕하세요, 이곳에 가끔씩 얼굴을 비쳐온 어느 현상학 연구자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11월 중순, 언리미티드 북페어(UE17)에서 첫 철학서 ⟪선의 캐리커처A Caricature of the Good (Seoul: evm press, 2025)⟫를 선보이게 돼 소개글을 적습니다. 시몬 드 보부아르, 시몬 베유, 그리고 아이리스 머독의 윤리학적 사유를 개괄하고 제 고유한 관점에서 비판한 후, 그들의 윤리학이 지니는 한계가 우리네 실존에 대해 무엇을 말해줄 수 있는지 탐구하는 책입니다.

옳고 그름이란 저마다의 인간이 감히 자유롭게 선택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각 인간 너머의 천상, 혹은 심연에서 다만 주어지며 분별있는 시선의 대상이 될 뿐일까요? ‘선악의 규정에 있어 나 자신(만)의 의견이 얼마나 중요한가’에 대해 고민해본 적이 있는 모든 분께 쑥스러운 마음으로 추천 드립니다. 한영 동시작업물이기에 철학을 좋아하는 외국인 친구에게 선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책의 내용 일부, 표지의 사진을 아래에 첨부합니다.



"‘모든 선은 내가 선택한 선’이라는 언명의 외양과 달리 보부아르의 윤리학은 ‘선이 없다’는 허무주의도, ‘선이 있으나 네 멋대로 정하는 것’이라는 상대주의도 옹호하지 않습니다. 선이 없는 것이 아니라 비인간적 하늘에서 뚝 떨어진, 개별적인 인간성 바깥의 선이 없는 것입니다. 하늘의 선 대신 인간 하나하나가 저마다,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드는 선이 있습니다. 이때 자유는 선의 적이 아니라 오히려 선의 가능조건이며, 해방의 강령이 저 자유가 자의로 타락하는 일을 막아줍니다."

"어떤 선들은 인간적 의식이라는 함수를 거쳐서 도출되지 않고 그 자체로 성립해야 합니다. 반대로 어떤 악들은 반성을 거치지 않고도 즉각 거부돼야 합니다. 우리는 제노사이드가 개별 의식들의 기획에 상관적으로만 악인 것이 아니라 그 자체로 오류라고 말해주는 윤리학을 원합니다. 만약 이 열망을 공유한다면 아이리스 머독, 그 이전에 그녀의 철학적 선구자인 시몬 베유의 사유에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보부아르의 눈에 베유는 비겁하게, 베유의 눈에 보부아르는 오만하게 보일 것입니다. 보부아르는 베유가 진지성에 취해 자유의 무게로부터 도피한다고 꾸짖을 것입니다. 자기를 위로하는 환상을 배척하라고 말하지만, 그토록 초월적인 선이라는 관념 자체가 거짓된 위안이라는 식이겠습니다. 반면 베유는 보부아르가 윤리의 주체로서 인간이 지니는 힘을 지나치게 과대평가한다고 코웃음칠 것입니다. 각각의 인간은 선의 근원ἀρχή도, 목적τέλος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정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정답을 찾아야만 한다는 규범적 압박의 생동적 체험이야말로 인간의 조건을, 이 조건을 정복할 수 없음이 인간의 원죄를 구성합니다."

직접 북펀딩의 url을 올리는 것이 이곳의 운영 정책에 위배될까 조심스럽네요(만일 지금의 형태로도 문제가 된다면 말씀 주실 경우 글 수정하겠습니다). 혹시 책의 구매에 관심 있으신 분께서는 제 개인 블로그의 게시글을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선의 캐리커처(A Caricature of the Good, 2025)⟫ 북펀딩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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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축하드립니다! 국영문 합본으로 구성되어 있는 독특한 책이네요. 인용해주신 보부아르에 대한 글도 흥미롭고요. 꼭 읽어봐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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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더욱 연구에 정진하겠습니다 X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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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031 추가) 저자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주말 사이 많은 관심 부탁 드립니다: ⟪선의 캐리커처(A Caricature of the Good, 2025)⟫ 저자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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