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철학 석사 느낀 점 2

안녕하세요, 저번에 1학기 끝나고 후기 글을 썼었는데, 반응이 좋았었습니다 (미국 철학 석사 느낀 점). 그래서 1학년이 끝나고 여름방학인 지금 몇 자 적어볼까 합니다.

펀딩

2학기를 지내면서 달라진 것 중 하나는 씀씀이에요. 아무래도 물가가 워낙 높으니 한국에서 쓰는 것처럼 쓰니깐 감당이 안 되더라고요. 예전에는 거의 한 달에 800불 가까이 썼었는데 이제는 한 달에 400불 밑으로 쓰네요. 보통 외식은 한 달에 한 두 번 정도하고 한 시간 반 밑으로는 웬만하면 걸어다니는 편입니다. 공책도 안 사고 학과 사무실 이면지 쓰는데 이땐 조금 현타오긴 했었네요... ㅋㅋ (근데도 생활비가 300불 후반은 나갑니다... ㄸㄸ)

그래도 이렇게 사니깐 적자는 면합니다. 특히 저 같은 경우는 Assistantship 배정 운이 굉장히 좋았었는데요, 제 지도교수님 연구 보조를 맡게 됐어요. 보통 일주일에 10시간을 시키는데, 제 지도교수님은 이 구조가 잘못됐다고 하시면서 일을 거의 안 주셨어요. 그래도 이번에 책 출판하시는데, 그때 7시간 정도 도와드렸었네요. 교수님께서 고맙다고 책 출판되면 하나 공짜로 주시겠다고 하시고, 저도 출판되기 전 책 pdf 를 접할 수 있어서 여러모로 새로운 경험이었습니다. 또 한 학기 동안 7시간 일한 거면 거의 안 한 거나 다름이 없죠.

이번 여름에는 조교 일을 하는데, 예전에 조교를 했던 수업을 다시 조교하는 거라 거의 시간을 들이지 않습니다. 일주일에 두 시간 이상 안 쓰는 것 같아요. 지금 입시 준비하는 기간이라 확실히 좋습니다. 다만 철학 입문 수업을 가르치는 학우들이 있어요. 그 사람들은 자기가 수업 디자인하고 실라부스까지 만들어야돼서 할 일이 굉장히 많은 편입니다. 한 편으로는 굉장히 재밌어보이지만, 시간을 너무 많이 뺏기는 것 같아서 조교를 선택한 걸 후회하지 않습니다.

수업 강도

1학기 때는 나름 널널했던 것 같은데, 2학기는 정말 너무나도 바빴습니다. 일단 수업 세 개를 듣는데 하나같이 너무 demanding 했네요. 셋 다 Weekly Responses가 있었고, 수업 하나는 completion grade여서 내기만 하면 점수를 줬지만, 나머지 두 분은 워낙 점수를 안 주기로 유명한 분들이라, 대충 써서 내면 B도 거리낌없이 주십니다. 그러다보니 일주일에 2천단어 (500 단어 + 500 단어 + 1000단어) 씩 써야하는 상황이 생기더라고요. 특히 이미 아는 내용이 아니라 새로 리딩을 하고 그에 대한 입장을 내는 에세이를 쓰는 거라 굉장히 힘들었습니다. 특히 중간고사 기간에 들어섰을 때에는 3주 동안 8천단어를 써야했던 기억이 있는데, 그때는 정말 24시간이 모자라다는 느낌이었어요. 어떤 날은 수업 6시간+ 과제 6시간을 하면서 12시간을 연속으로 철학만 했던 기억이 있네요.

특히 2학기 때는 강의 준비를 시작해야해요. 대부분이 비판적 사고라는 수업을 강의하게 되는데, 그러다보니 pedagogy에 대해서도 이것저것 해야되고, 이 비판적 사고라는 수업을 들으면서 B+이상을 받아야하는 상황이 생깁니다. 수업을 빠져서도 안 되고요. 그러다보니 이 강의준비 때문에 일주일에 10시간은 뺏깁니다. 그러다보니 말이 안 되게 바빠지더라고요.

특히 저는 운이 좋아서 교수님께서 일을 거의 안 주셨지만, 일주일에 10시간 다 채워서 일한 친구들도 있어요. 그 친구들의 경우에는 20시간은 공부 외의 일들로 차있는 거지요. 보통 여기서 40-50시간을 투자하라고 하는데, 그 친구들은 철학에 투자할 시간이 30시간밖에 없는 것이지요. 물론 어떤 수업을 들었는지에 따라 다르지만, 저였다면 버티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2학기는 1학기에 비해 정말 힘들었네요.

그래도 확실히 많이 배우긴 한 것 같습니다. 여러모로 철학에 조금은 프로페셔널해졌다는 느낌을 받네요.

입시 서포트

이제 여름이다보니 입시를 하게 되고, 교수님들도 석사생들 입시 서포트를 해주게 됩니다. 저희가 지도교수님을 고르게 되면, 그 지도교수님들께서 자신만의 방식으로 서포트를 해주셔요. 제 지도교수님께서는 5월에는 바쁘셨지만, 저번주부터 보기 시작해서 매주 한 번씩 두 시간씩 보기로 했네요. 아마 월요일마다 작업물 제출 + 화요일에 미팅 형식으로 진행할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가을에는 강의도 하고 수업도 들어야돼서 웬만하면 여름 안에 끝내려는 분위기가 강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후술하겠지만, 이번 입시 결과가 너무 안 좋아서 교수님들이 위기감을 느끼시는 것 같습니다.)

학위 논문

다른 많은 석사 프로그램처럼 조지아 주립대학교가 석사 학위 논문을 쓰는 것이 디폴트였는데, 요즘 학위 논문을 안 쓰는 쪽으로 방향을 잡아가고 있습니다. 이에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는데, 아무래도 "박사를 갈 때 학위 논문을 쓰는 것보다 수업을 몇 개 더 듣는 것이 더 도움이 된다" 라는 입장이 주를 이뤄서인 것 같습니다. 저는 딱히 입장이 없습니다.

입시 아웃풋

올해 조지아 주립 대학교의 입시 성적은 그렇게 좋지 못합니다. 아니, 최악의 해였다고 봐도 무방하지요 (입시 아웃풋 링크: https://philosophy.gsu.edu/placement-record/. 전년도와 비교해도 차이가 많이 납니다). 펀딩컷이 있어서 안 좋았다는 말도 있는데, Simon Fraser University의 입시 아웃풋이 워낙 좋았어서 그렇게 좋은 이유가 되지는 못할 것 같습니다. 그래도 조지아 주립 대학교 입시 아웃풋이 워낙 기복이 있는 편이라 그걸로 위안 삼으려고 합니다.

마치며

일단은 1학년이 끝난 기념으로 이것저것 적어봤습니다. 아무래도 1학기 끝나고 한 번 적었던 터라 적을 게 그렇게 많진 않네요. 아마 다음 후기는 제 입시 결과에 따라 달리지 않을까 싶습니다 ㅎㅎ 시간이 지났는데도 후기가 안 올라온다 싶으면 "아, 잘 안 됐구나" 라고 생각하시면 되지 않을까 싶네요 ㅎㅎ

저 같은 경우는 워낙 석사가 정보가 안 풀려있어서 여러모로 애를 먹었었는데, 이 정보들이 다른 분들에게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꼭 그게 아니더라도, "아 이런 석사도 있구나~" 라고 재밌게 봐주시면 좋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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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있는 쪽이 물가가 싼 편인가요?? 한 달에 400달러로 살 수 있다는게 믿기지 않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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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0불은 월세/관리비 등을 빼고 얘기한 수치입니다! 저번 달은 380이 들었는데 외식 20 + 프린트비 5+ 교통비 5 + 장 210 + Weee (온라인 한국 음식 주문 사이트) 120 + 핸드폰비 20 이렇게 들었습니다. 물론 이것도 한국에서 살 때랑 완전히 다르게 살아야 가능하더라고요. 앞서 말씀드렸듯이, 공책도 안 사고 주로 걸어다닙니다 (원래는 교통비가 아예 안 드는데, 저번 달은 조교 훈련 때문에 분교를 가야했어서 어쩔 수 없었네요.). 심지어 저 한 번의 외식도 쌀국수입니다... 한국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생활이지요. 적응하는데 조금 시간이 걸렸습니다.

여기에 월세/관리비/보험 등 다 해서 1200 불 정도 나가니깐 총 1600 조금 덜 나간다고 보시면 될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1600 불정도를 지원받아서, 이렇게 하면 적자를 간신히 피하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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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저도 월세/관리비/보험 제외하고 말씀드린거에요. 근데 말씀 들어보니 엄청 아껴 쓰시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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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는 돈 많이 주는 곳으로 가고 싶네요 :smiling_face_with_tear:

근데 제가 비싼 곳에 살아서 어쩔 수 없는 거 같아요. 저는 룸메이트 한 명이랑 아파트에서 사는데, 3-4명이서 하우스에 사는 애들보면 한 달에 월세를 650불 정도로 끊더라고요. 그러면 300-400불 정도의 여유가 더 생기지 않나 싶습니다.

아 그래도 싼 편 같네요. 여긴 쉐어하우스도 1000 시작이라.. 이 쪽이 비싼거일 수도 있겠구요. 이번에 뉴욕 쪽 학교들을 많이 보고 있는데, 붙여주면 따봉이지만, 그 동네는 가게 되더라도 도대체 어떻게 살아야 할 지 모르겠네요.

어우 뉴욕은 렌트비가 장난 아니더라고요... 제 친구는 원룸을 구해서 칸막이를 두고 두명이서 쓰는데도 인당 2000불씩 나간다고 하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