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예전에 미국 석사 관련 글을 올렸던 유시원이라고 합니다. 전 결국 조지아 주립대학교 (Georgia State University이고, University of Georgia는 아닙니다. 두 개는 엄연히 다른 학교입니다. 마치 서울대학교와 서울시립대학교의 차이랄까요.) 에 진학을 하게 됐고, 지금 한 학기를 보낸 상태입니다. 미국 석사가 이상하게 정보가 안 풀린 것 같아서, 저라도 조금 기여를 하고 싶어서 이 글을 쓰게 됐습니다. 중요한 카테고리 별로 정리를 하고 제 생각들을 조금씩 적어보겠습니다.
펀딩
아마 미국 철학 석사 (GSU, Wisconsin Milwaukee, Tufts, FSU, Texas A&M, Virginia Tech, (캐나다지만) SFU 등) 의 가장 큰 메리트는 펀딩 아닐까 싶습니다. 조지아 주립대학교 같은 경우는 기본적으로 11000 불 정도를 제공하고, 펠로우십이라는 제도를 이용하여 일부 학생들에게 17000불 정도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철학사 펠로우십을 통해서 한 달에 약 1600불 정도씩 지원을 받고 있네요. 학비는 면제되고, 그 대신 한 학기에 660불 정도의 등록금을 내야합니다.
일단 살아본 결과, 한 달에 1600불이면 확실히 부족한 감이 있습니다. 한 달에 800-1000불은 렌트비, 전기세, 수도세 등으로 나가고, 그렇다면 600-800불로 생활을 해야하는데, 저 같은 경우는 한 달에 약 300-500불 정도 적자가 나네요. 확실히 오른 물가 + 비싼 달러 환율을 생각하면 부담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제가 아주 검소하게 사는 편은 아니라서 (렌트비도 아주 싼 곳은 아니고, 외식도 일주일에 한 두번은 하고, 책도 간간히 사고, 술도 자주 마십니다), 검소하신 분들은 펠로우십을 받게 된다면 충분히 적자 없이 생활하실 수 있지 않나 싶습니다 (또 다음 섹션에서 얘기할 강의 기회가 여름에도 있습니다).
그래도 장점이 있다면, 일하는 시간이 거의 없다시피하다는 것입니다. 저 같은 경우는 이번 학기에는 조교 활동으로 펀딩을 받았는데, 일주일에 3시간 넘게 일한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습니다. 다음 학기에는 지도 교수님 밑에서 연구 보조로 펀딩을 받게 되는데, 교수님께서는 일주일에 세 시간 이상의 일을 주시지 않을 것이라고 하시더라고요. 또, 일 중에 포함되는데 교수님이 원하시는 논문 찾아드리기, 교수님 드래프트 피드백 드리기 같은 것들이라, 사실상 일이 없다고 봐도 무방한 것 같습니다.
이러다보니 학기 중에 아르바이트를 하는 사람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어떻게 시간을 내는지 모르겠지만, 일단 있긴 하더라고요.
강의 기회
조지아 주립대학교에서 가장 미는 포인트 중 하나가 석사 과정 때 강의 기회를 제공한다는 것입니다. 석사 2학년 때 학생들은 학부생 상대로 강의를 해야하는데, 이때 두 가지 선택지가 있습니다. 첫번째는 비판적 사고라는 수업을 강의하는 것이고, 두번째는 자신이 수업을 직접 디자인해서 가르치는 것입니다. 비판적 사고 강의는 철학과 크게 관련이 없는 것을 한 학기 동안 가르쳐야한다는 것이지만, 그만큼 이미 짜여진 틀 안에서 강의를 하는 것이라, 시간 소모가 적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직접 수업을 디자인 하는 경우는 자신이 좋아하는 철학을 가르칠 수 있지만, 그만큼 쏟아야하는 시간이 많다는 단점이 있지요. 저 같은 경우는 2학년 때 박사 입시를 위해 시간을 많이 빼놓고 싶어서 비판적 사고를 선택한 상태입니다 (그리고 위에서 말한대로, 1학년에서 2학년으로 올라가는 여름에 강의를 해서 돈을 더 받을 수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석사 졸업 전에 영어 강의 이력이 생기는 것이니 괜찮은 조건 같습니다.
교수진
조지아 주립대학교의 큰 장점 중 하나는 교수진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철학사로 친다면 JN Berry (니체), Sebastian Rand (헤겔), Eric Wilson (칸트와 흄), 등이 있고, 현대철학은 Eddy Nahmias (자유의지), Daniel Weiskopf (인지 철학), Andrea Scarantino (감정 이론) 등이 있네요.
또 다른 장점은 조지아 주립대학교 학생으로써 에모리 대학교 수업으로 학점을 따기도 하고, 청강도 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다보니 에모리 대학교의 교수진과도 접점을 만들어낼 수 있지요. 저같은 경우는 쉘링 세미나를 에모리에서 들으면서 Andrew Mitchell 과 접점이 생겼네요. 에모리 교수진이 특히 대륙철학으로는 꽤 잘 갖춰져있기 때문에, 이쪽으로 관심이 있다면 이것도 큰 메리트가 될 수 있겠네요. 에모리 까지 통학으로는 조지아 주립대학교에서 에모리로 가는 직통 셔틀이 있고, 약 20-30분정도 걸립니다.
하지만 단점이 있다면, 적어도 제가 느끼기에 조지아 주립대학교 교수진이 조금은 편협하다는 느낌이 듭니다. 독일철학, 고대철학, 심리철학, 인지철학, 윤리학/응용철학 등은 굉장히 짱짱한데, 그게 아니면 확실히 교수님들을 찾기 어려워요. 형이상학 교수님도 거의 안 계신다고 보면 되고, 초기 근대철학, 중세철학 등도 하기가 어렵네요.
치안
조지아 주립 대학교의 가장 큰 단점이라고 생각합니다. 조지아 주립대학교는 아틀란타 다운타운에 위치해있고, 치안이 안 좋기로 유명합니다. 실제로 철학과 대학원생이라면 25 Park Place라는 건물에서 수업도 듣고, 교수님들도 만나야하는데, 그 건물의 위치가 정말 안 좋습니다. 그 건물 맞은 편에는 공원이 있는데, 그 공원에는 노숙자로 가득차있거든요. 한낮에 건물을 나오면, 한 시야에 노숙자가 못해도 10명은 넘게 잡히네요. 서울역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실 수 있겠지만, 여기 노숙자들은 훨씬 공격적이라 훨씬 치안이 안 좋다고 할 수 있겠네요. 실제로 공원 주변에 공립 도서관이 있는데, 그 도서관에 입장을 하려면 공항 검색대처럼 짐들을 모두 검사받고 무기가 없다는 것을 확인 받아야 입장할 수 있습니다. 학교에서는 에스코트를 신청하면 해준다고 하기도 합니다.
지하철에서도 치안은 굉장히 안 좋은데요. 지하철 역시 노숙자들에게는 쉼터 정도로 인식되는 것 같습니다. 예전에 있던 일을 말씀드리자면, 종착역 가기 전에 갑자기 누군가 "이 열차는 종착역에 도착하면 out of service 됩니다!" 라고 했더니 반 정도가 내리더라고요. 아마 대부분이 열차를 쉼터로 쓰고 있는 노숙자가 아니었나 싶어요.
마치며
일단 제 머릿속에 있는 걸 몇 개를 적어봤는데요, 이게 도움이 될 지 모르겠습니다. 특히 공부 강도에 대해서 적고 싶었지만, 이번 학기에 저는 에모리 수업과 연구 수업을 듣느라 조지아 주립 대학교 정규 수업은 하나밖에 듣지 못했어서 제대로 말씀을 드리지 못했네요. 다음 학기가 지나고 나면 뭔가 더 말씀드릴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도 치안을 제외하면 전체적으로는 만족하고 있는 편이고, 연구 분야만 맞으면 한번쯤은 생각해볼만한 매력적인 옵션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제가 석사 입시 때 리서치를 많이 한 편은 아니라 제가 보지 못한 학교들이 많이 있을 수 있으니, 이 점 참고해서 찾아보시면 매력적인 학교를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요. 아무쪼록 도움이 됐길 바라고, 새해 복 많이 받으시길 바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