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마음에 관한 일련의 논쟁 지점을 정리한 것입니다. (출처: Kwong 2016)
- Riggs(이하 R)와 Baehr(이하 B)에 따르면 열린 마음은 인식 능력과 같이 의식 이하의 수준에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일종의 인식적 덕성이다.
- 그런데 R은 열린 마음에 관한 “양립 불가능성 문제”를 제기했다. 문제의 핵심은 다음과 같다: 한 사람이 강하게 p라는 믿음을 견지하면서도, 동시에 열린 마음을 지닌다는 것은 양립 불가능해 보인다. 왜냐하면 p를 강하게 믿으면서도 열린 마음을 지녀서 ~p에 열려 있다는 것, 즉 p의 진리치에 대해 의심한다는 것은 양립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 Adler(이하 A)가 제시한 문제 해결책은 다음과 같다: 열린 마음을 지녔다는 것은 지니고 있는 구체적 믿음에 관한 것이 아니다. 달리 말해, 열린 마음을 지녔다는 것은 믿고 있는 p의 진리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p를 진지하게 생각해 보고 p가 참이라는 결론을 내리는 과정 중에 무언가 오류가 있었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다. 즉, 열린 마음은 자신 믿음의 오류 가능성을 인정하는 이차적 태도이다.
- 하지만 R은 A의 해결이 만족스럽지 않다고 주장한다. R이 보기에 A의 정의는 태도로서의 열린 마음이 우리의 인식적 생활에 어떻게 효과적일 수 있는지를 설명하지 않는다. 그래서 우리는 “동기의 문제”를 지니게 된다: 어떤 사람이 더 나은 인식적 덕성을 가지고 있다면, 그렇지 않은 사람에게도 열린 마음을 지녀야 하는가?
- R이 내놓는 답변은 A의 정의에 더해 “자신에 대한 앎”과 “자기 감시”라는 두 사유의 특성을 더하는 것이다. 전자는 “자신 믿음과 반대되는 믿음의 참됨을 보지 못하게 막는 자신의 나쁜 습관이나 인식적 결함에 대한 앎”이고, 후자는 “그 습관과 결함의 신호를 감지하고 촉발된 그러한 습관적 반응을 심각하게 여기는 것”이다. R은 이 두 특성이 더해진 정의에 따른 열린 마음을 통해서 우리가 결과적으로 참에 도달할 가능성을 드높일 수 있다고 주장한다.
- 하지만 R 주장의 문제는 한 행위자의 믿음과 그에 대립하는 믿음 사이의 갈등이라는 상황을 전제하고 열린 마음을 다룬다는 것이다. 그러나 열린 마음이 꼭 갈등 상황과 관계될 필요는 없다는 것이 B 주장의 핵심이다. 그가 드는 예시가 공정한 판사의 사례이다. 판사는 비록 대립하는 믿음을 가진 두 사람을 다루지만, 열린 마음을 가지고 두 사람의 입장을 공평히 다루면서 모두를 공정하게 다룰 수 있다. 그래서 열린 마음의 핵심에 꼭 갈등이 있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 B의 생각이다.
- R이 내놓을 수 있는 답변은 열린 마음이 필수적으로 갈등이라는 요소를 포함하지는 않으나, 판사의 사례에서도 ‘자신에 대한 앎’과 ‘자기 감시’가 “합리적인 평가”를 내리도록 작동한다는 점은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수정된 R의 열린 마음에 대한 정의는 갈등이 아닌 ‘자신에 대한 앎’, ‘자기 감시’, 그리고 ‘합리적인 평가’로 구성될 것이다.
- 하지만 수정된 R의 제안 또한 문제가 있다. 열린 마음이 꼭 합리적인 평가를 내리는 상황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닌 것 같기 때문이다. 이 점 또한 B가 지적한다. B가 드는 학생의 예시에 따르면, 아인슈타인의 이론을 배우는 학생은 세계에 관한 일반적이고 상식적인 사고 방식을 고수하지 않게 된다는 점에서 열린 마음을 가진다. 게다가 이 상황에서 학생들은 R이 정의한 자신에 대한 앎’와 ‘자기 감시’ 과정을 거치지도 않는다. 그래서 R이 제시한 열린 마음을 구성하는 세 요소는 열린 마음의 필수적인 요소가 아니라는 것이 B의 주장이다.
- B가 대안으로 제시하는 열린 마음의 핵심은 자신의 기본적 혹은 특권적인 입장을 “넘어서(move beyond) 혹은 초월하여(transcend)” 다른 입장을 공정하고 진지하게 고려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 열린 마음을 통해 사람들은 참에 다가갈 기회를 얻을 수 있다.
- 하지만 B는 R이 제기한 두 문제에 대해 분명하게 답변하지 않는다는 한계를 지니고 있다. B의 기본적 입장을 염두에 둘 때, 그는 “참 산출에 이바지(truth-conducive)”할 경우에 열린 마음을 갖춰야 하고, 아닌 경우에는 열린 마음을 갖출 필요가 없다고 답변할 것 같다. 예를 들어, S가 자신의 믿음 p에 대한 탄탄한 근거를 지니고 있으며, p와 관련한 자신의 판단이 믿을만하고, ~p의 근거의 신뢰성을 의심할 이유가 있다면, S는 열린 마음을 가지는 것이 참에 다가가는 데 도움을 주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하지만 문제는 이렇게 단순하지 않다. ~p의 근거의 신뢰성을 의심할 이유가 없는 상황을 가정해 보자. 만일 ~p를 진지하게 고려해 보는 것이 자신이 참에 도달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고 생각하는 S가 있다면, 이는 곧 S가 ~p는 참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는 점을 시사한다. 그리고 이는 S의 p에 대한 확신이 예전보다 확고하지 않다는 사실을 함축한다. 이는 B가 양립 불가능성 문제에 관한 답변을 제공하지 못함을 의미한다. 왜냐하면 ‘참 산출’에 기반하여 열린 마음을 주장한 B의 논리를 따른 직전 사례는, “한 사람이 p를 ‘확고하게’ 믿으면서 동시에 열린 마음을 갖출 수 있냐”는 양립 불가능성의 문제 중에서 ‘확고하게’를 만족하지 않는 사례이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B가 제시하는 그림에서 S는 확고한 믿음을 가지면서도 열린 마음을 가진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