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다수설과 대중들의 의견이 갈리는 주제는 어떤 게 있을까요?

안녕하세요. 불금이어서 그런지, 비가 와서 그런지, 갑자기 궁금증이 생겨서 서강올빼미를 찾아왔습니다.

대중들의 생각과 학계에서 다수가 지지하는 주장이 다른 게 어떤 게 있을까요? 물론 철학은 다양한 의견들이 끊임없이 교류하는 곳이고, 합의가 일어나는 것도 어렵습니다만... 예를 들어, 자유의지 같은 경우는 유튜브에서 방송하는 걸 보면 많은 대중들이 과학적 사고관을 들이밀면서 "없다"라고 얘기를 하는 거 같은데요. 일단은 양립가능설이 철학계(최소한 미국 철학계)에서는 다수설로 자리잡았다고 말해도 과장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하게 심리적 이기주의도... 뭔가 대중들은 반응이 좋은데... 철학계에서는 일단 거의 사장된 이론인듯합니다. 스탠포드 백과 egoism 항목에도 "dim"이라는 용어까지 쓰걸 보아, 어느 정도는 통용되는 거 같구요.

Prospects for psychological egoism are dim. Even if some version escapes recent empirical arguments, there seems little reason, once the traditional philosophical confusions have been noted, for thinking it is true. At best it is a logical possibility, like some forms of scepticism.

만약 그러한 주제들이 또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 그리고 의견 차이가 나는 이유는 어떤 것일지가 궁금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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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날에 제가 비슷한 질문을 올렸던 적이 있었습니다.

그 때 제가 받은 대답은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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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실 이건...양립 가능설이 "자유의지"라는 개념에 대한 수정을 통해서 윤리학에 필요한 책임 개념을 지키려는 일종의 개념 공학적 시도로 개인적으로 이해하고 있어서 ㅋㅋㅋㅋ.

엄밀히 말하면 대중들이 생각하는 자유의지는 없다, 라는 점에 다수의 학자들도 동의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뭐...정확히 말하면 괄호 넣기를 통해 굳이 대답하지 않는 안전한 선택지를 고르던가요.)

(올빼미에 저와 같은 의견이신 분도 계시고요.)

(2)

이 부분도, 그냥 이걸 철학자들이 다뤄야하나? 라는 것에 가깝다 느낍니다.

성선/성악이라는 것도 온갖 정의가 있을 수 있고, 정의가 합의된다 한 들 인간의 행동 방식에는 온갖 영향들이 있을 수 있다는 걸, 이제 학계는 충분히 인식하고 있으니 딱 한쪽이다 주장하는 이론은 설 자리가 없어진 것이겠죠.

항상 느끼는 거지만, 학계의 논의들은 흑백 어느 쪽이든 그 중간 사이에 굉장히 디테일한 입장들이 있는 반면 대중들은 둘 중 하나이길 바랍니다.

뭐...그게 잘못된건 아니지만 끊임없이 불통이 생기는 원인이라 전 느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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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자유의지가 없다는 주장을 많이 하지요. 고전 역학을 공부한 과학자는 그럴 가능성이 있습니다. 그러나 역학을 제대로 공부한 과학자는 결정될 수없는 초기조건 경계조건이 있음을 압니다. 이런 불확실한 조건 때문에 카오스 이론이 나오고 불확실한 미래에 대처하기 위해 인간에게 자유의지가 생겼습니다. 물론 저처럼 자유의지를 과학적으로 설명하는 분들이 적지만 사실입니다. 자유의지 문제는 더 이상 논쟁 거리가 될 수 없지만 아직도 위키 등에는 다양한 해석을 열어 두고 있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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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정론을 부정하시는 것 같아 보입니다. 하지만 철학계에서는 양자역학이 결정론을 폐기시킨다고 보지 않습니다. 봄식 해석이 사실일 수도 있고, 초끈 이론이 사실일 수도 있으니깐요. 알버트의 책에서 봄식 이론을 조금 다뤘습니다 (링크: https://www.rivercitymalone.com/wp-content/uploads/2011/12/David-Albert-Quantum-Mechanics-Experience-1992.pdf). 참고로 알버트는 물리학 박사기 때문에 "과학을 봐야 알 수 있는 직관"은 전부 갖고 있습니다.

하지만 또 자유의지가 뭔지에 대해서도 굉장히 말이 많습니다. 자유의지가 정확히 뭔지, 우리가 "자유의지"란 단어를 쓸 때 어떻게 쓰는지, 혹은 자유의지가 우리의 단어사용이 아닌 흔히 말하는 '자연종'인지 등등 말이지요.

그러니깐

이는 사실이 아닙니다. 애초에 결정론이 폐기됐는지도 의문이고, 결정론을 폐기한다고 하더라도 자유의지가 정확히 뭔지 아직 논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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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가 가장 대표적인 사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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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 같은 것은 정치 문제인데, 사실 많은 정치 문제는 대중들끼리의 의견도 갈리는 것인지라...

(2) 학계의 일원이 아닌 제가 볼 때, 한국의 교수님들이 현실정치 논하는 기고를 볼 때면, 뭔가 현실과 유리된 듯한 느낌을 받을 때가 많습니다.

(3) 예를 들면, [알라딘서재]12.3 친위쿠데타 이후 탄핵 정국에 대한 몇 가지 정치철학적 성찰 이라는 글을 읽어보았는데, 솔직히 모르겠습니다. 특정 정치인과 정당에게 붙이는 "신자유주의" 레떼르는 설득력이 없어보이고, 사회주의라는 쟁점이 국내에서 그리 중요한 것 같지도 않고, "아나키즘이라는 쟁점은 이번 탄핵 정국의 핵심 요소"라고 하는데, 솔직히 뭘 보고 그런 소리 하는지 모르겠고.... 제가 너무 반지성주의적인 걸까요? 정치평론보다 더 구체적인 정책학적 논의를 볼 때에도 현장의 목소리과 괴리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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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현실 수준에서의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는 정치적 문제일 수 있지만, 제가 댓글에서 염두에 둔 것은 이론적 수준에서 사회주의와 민주주의의 관계입니다. 적어도 한국에 국한한다면 대중적으로 '사회주의=반민주주의 제도/국가/이념 등'으로 여겨지는데, 이론적으로는 해당 등식이 딱히 성립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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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미롭네요. 한국 한정으로만 생각하면 역사적인 게 큰 거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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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할때마다 가끔 survey 2020을 보는데 재미있더라구요. 도덕 실재론이나 의무론 등의 입장이 의외로 학계의 다수설에 가까운걸보고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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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종종 비슷한 생각을 해요. 60년대 이후로 사회-문화적으로는 상대주의나 회의주의가 엄청나게 퍼진 것 같지만, Philsurvey에서 조사된 내용을 보면 전문 철학자들 중에서는 여전히 도덕이나 가치에 대해서도 그렇고 형이상학에 대해서도 그렇고 보수적인 입장을 취하는 사람들이 꽤나 많아서 의외였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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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화 같은게 생물학계에 자리잡은 개념이지만, 아무래도 개신교나 이슬람 인구가 많다보니 인구로 따지면 별로 지지받지 못할 수도 있죠...

자유의지 정의는 다를 수 있을겁니다. 그러나 자유의지가 나온 역사적 배경을 보면 전지전능한 신이 미래를 결정하거나 물리적 역학이 미래를 결정한다라는 강한 믿음의 반대 개념이 강합니다.
물리적 역학만 보면 고전역학, 양자역학, 상대성 이론들이 있습니다. 이들 역학은 결정론적 이론입니다. 양자역학도 확률적 해석을 하지만 수식으로 보면 결정론적 역학입니다. 이런 주장에도 반박하는 과학자도 있지만 슈뢰딩거방정식은 결정론적 해답을 보여 준비니다.
역학의 모든 방정식은 결정론적이지만 이 방정식만이 미래를 결정하는 것은 아닙니다. 현재의 위치를 정확히 알아야 내일도 방정식으로 예측됩니다. 이를 초기조건, 혹은 경계조건이라고 하는데 과학은 초기조건, 경계조건을 정확히 알 수 없습니다. 무리수 파이를 3.14라고 넣는 순간 어느 시간 이후에는 소수점 세째 자리수의 누락이 영향을 미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카오스 이론입니다. 파이는 무리수 이기 때문에 모든 숫자 표기가 불가능하니 결정론이 되기는 어렵지요.
생물체는 궤도를 예측할 수 없으니 궤도를 보는 눈과 귀가 나타나고 궤도를 보정할 수 있습니다.
자유의지가 역학 때문에 오래동안 경시되어 왔지만 역학에서 카오스 이론이 나온 이후에는 당연히 자리를 부여해야지요.

"당연히 자리를 부여"한다는 것이 정확히 무슨 뜻인지는 모르겠지만, 이제 자유의지에 대해서 더 희망적일 수 있다는 것은 동의합니다. 여태까지는 결정론이 사실인 것 같아보였기 때문에 자유의지에 대한 회의감을 가졌었지만, 그래도 이제 비결정론이 맞을 가능성이라도 생겼으니깐요 (물론 결정론과 자유의지가 양립할 수 있다는 주장은 꾸준히 있어왔지만, 그 논쟁들이 제대로 된 논쟁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으니... 뭐 일단 넘어가겠습니다).

제가 문제 삼았던 부분은

이 부분입니다. 자유의지는 비결정론이 사실이더라도 논쟁 거리가 될 수 있지요. 실제로 비결정론이 사실이더라도 자유의지가 있을 수 없다고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대표적으로 넬킨은 결정론이 자유의지를 없앤다면, 비결정론 역시 자유의지를 없앤다고 주장하지요. 비슷한 예로는 갈렌 스트로슨이 있겠습니다. 그리고 앞서 언급했던 자유의지의 정의 문제도 있고요.

그러니깐 비결정론이 하나의 가능성으로 떠오르면서 자유의지에 더 breathing room이 생긴 건 얼추 동의합니다. 하지만 자유의지 문제는 아직 논쟁거리가 될 수 있어보입니다. 제가

이 부분을 오해한 거라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좋은 토론 중에 의견 좀 드립니다.

초기조건을 finite precision으로 결정할 수 없고 그 오차가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건 맞는데
그건 카오스 이론이랑 상관 없이 맞는 말이에요
심지어는 시간이 오래 지날 필요도 없이 아주 짧은 시간 안에서도 Landau exponential로 오차 증가하고
카오스 이론은 그런 상황이 Devaney condition을 만족시키는 특수한 상황을 연구할 뿐이에요.

결정론 자체는 아마 우리가 초기조건을 finite precision으로 근사하냐 마냐 이런게 중요한게 아니라
우리의 컨트롤과 상관없이 초기조건이 존재하고 그 솔루션이 유일하다는 사실에서 많은 함의를 느낄겁니다.

그리고 슈뢰딩거 방정식이 결정론적이므로 양자역학이 결정론적 이론이라는건 말씀 자체는 맞지만
measurement에서 유니터리 깨지는걸 슈뢰딩거 방정식의 연장으로 생각하는건 아직 물리학계의 컨센서스까진 아니죠

@yeonsub 님한테 다실 댓글을 저한테 다신 것 같습니다. 제가 말한 건 1. 철학계에서 봄식 해석이나 초끈이론이 폐기되진 않았다. 2. 봄식 해석이나 초끈이론이 사실이라면 결정론이 사실이다. 3. 결정론은 폐기되지 않았다입니다. 전 카오스 이론이나 초기조건을 논한 적이 없어요.

넹 전체적으로 yeonsub님에 대한 첨언이었는데 댓글을 어디에 달아야할지 잘 모르겠어서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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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해석 가능성도 있고 초끈 이론의 가능성도 저는 부인하지 않습니다. 실용적인 과학 이론은 결정론입니다. 그래야 미래를 예측하는 힘이 있지요. 그런데 단기 예측능력과 장기 예측 능력은 다릅니다. 내일은 알수 있겠지만 일년 일은 알 수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 벗어남은 초기조건이나 경계조건에서 유발합니다.
우리가 결정론이라고 할 때 역학의 방정식과 초기 조건이 결정론을 의미합니다. 그런데 역학의 방정식은 결정론적으로 표현되지만 초기조건은 결정론적으로 기술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장기 예측은 벗어나기 쉽지요.
카오스 이론을 저가 언급한 것은 카오스 이론이 초기조건과 밀접한 관계가 있고 비결정론 행위의 대표적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철학에서는 자유의지를 옹호하는 분이 많다고 했는데 저는 제대로 보고 있다고 생각하며, 이제 자유의지는 별 논쟁거리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사를 보면 시대마다 다양한 현안들이 있지만 시대가 흐르면 현아 해소되고 새로운 모습으로 나타납니다. 자유의지도 이제 그 사명을 다하고 새로운 철학현안이 나와야 한다고 저는 보고 있습니다.

아하, 의견을 제시하신 거였군요. 팩트를 제시하시려는 줄 알았습니다. 제가 오해했네요. 저도 현대 자유의지 논쟁에 대해서 크게 느끼는 게 없어서, 얼추 동감합니다.

philpaper의 리서치 결과는 일종의 선택 효과로 설명을 시도해볼 법 하네요. 아마도 회의주의나 상대주의에 깊이 동의하거나 기울어진 분들은 철학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걸 수도 있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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