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번에 대해서는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가 도움이 될 듯합니다.
유발 하라리의 <넥서스>에 따르면 관료제와 민주주의를 대립하는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이 둘의 핵심적인 차이는 데이터의 흐름과 처리 방식에 있습니다.
관료제는 데이터가 중앙으로 집중된다고 합니다. 관료제에서는 정보가 위계적인 피라미드 구조로 흐르며, 최상위에 있는 지도자나 엘리트 집단이 최종 결정을 내립니다.
관료제에서는 정보가 독점되고 통제됩니다. 정보는 제한된 계층에서만 공유되며, 하위 조직들은 상부에서 제공하는 데이터만을 사용합니다.
관료제에서는 결정 속도가 빠르지만, 경직됩니다. 중요한 결정을 몇몇 사람이 독점적으로 내릴 수 있기 때문에 의사 결정이 신속할 수 있지만, 변화에 대한 적응력은 낮을 수 있습니다. 제국의 관료 시스템, 전통적인 대기업, 공산주의 국가의 중앙계획경제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중국의 사회 신용 시스템이나 20세기 소련의 중앙계획 경제는 국가가 시민의 데이터를 집중적으로 관리하는 관료적 시스템의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반면에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데이터가 분산되고 피드백이 활발합니다.
민주주의 시스템에서는 데이터가 국민 개개인과 다양한 기관에 의해 생성되고 공유되고 평가됩니다. 정책 결정은 다양한 의견과 정보를 반영하며 단일 엘리트 집단이 독점하지 않습니다. 선거, 여론조사, 언론, SNS, 공청회 등의 방식을 통해 정보가 다양한 방향으로 흐르며 정책이 피드백을 받아 수정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결정 속도가 느릴 수 있지만 유연하기도 합니다. 여러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조율해야 하므로 단기적으로는 의사 결정이 느릴 수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적응력이 높을 수 있습니다. 서구 민주주의 국가, 네트워크 조직, 집단지성 기반 플랫폼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스위스의 직접 민주주의나 미국의 공청회 제도는 민주적 방식의 데이터 분산과 피드백 시스템을 잘 보여줍니다.
하라리는 데이터가 소수 엘리트(정부, 대기업, AI 시스템)에 집중될 경우, 기존의 관료제보다 더욱 강력한 디지털 독재(Digital Dictatorship)가 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현대 기술(AI, 빅데이터, 감시 시스템)이 결합된 관료제는 과거보다 훨씬 더효율적이고 강력한 정보 독점을 실현할 수 있습니다.
중국식 감시국가 모델이 대표적인 예시로, 정부가 국민의 데이터(행동 패턴, 경제 활동, SNS 발언)를 종합 분석하여 정치적 행동을 통제할 가능성이 큽니다.
반면, 민주주의가 유지되려면 데이터가 개방적으로 공유되고, 피드백이 자유롭게 이루어져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빅데이터와 AI를 활용하더라도, 이를 소수 권력이 독점하지 않고, 시민들도 알고리즘과 데이터를 검토할 수 있어야 민주주의가 지속될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블록체인 기술처럼 데이터의 분산성과 투명성을 보장하는 시스템이 민주주의와 잘 맞을 수 있습니다.
결론을 내리면 ‘데이터 민주화’가 민주주의의 핵심입니다. 하라리의 관점에서 보면 관료제는 데이터를 중앙에서 독점적으로 처리하는 시스템이고 민주주의는 데이터를 분산하고 피드백을 적극 반영하는 시스템입니다.
AI와 빅데이터 시대에 민주주의가 살아남으려면, 데이터가 개방되고, 투명하며, 시민이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어야 합니다. 반대로, 데이터가 특정 기관(정부, 대기업, AI 시스템)에 집중되면, 민주주의는 약화되고 ‘디지털 관료제’ 또는 ‘디지털 독재’로 변할 위험이 있습니다.
하라리는 결국 ‘데이터 민주화(Data Democratization)’가 미래 사회에서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핵심 요소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습니다. 즉 미래의 정치 체제는 데이터의 흐름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관료제로 회귀할 수도 있고, 민주주의를 강화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근데 또 일론 머스크의 말은 하라리의 주장과도 배치되는 것 같습니다.
관료제와 민주주의가 대립하는 것은 맞지만 시스템의 성격과 속성을 고려해야지 단순히 관료를 AI로 대체한다고 되는 문제가 아닌 거 같아요. 관료를 AI로 교체한다고 해도 시스템의 성격이 기존의 관료주의처럼 데이터가 중앙집중적으로 흐른다면 민주주의를 실현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2번에 대해서는 투표 그 자체가 민주주의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독일 나치도 국민들의 투표에 의해 권력을 장악한 당이었으니까요. 그렇다고 해서 독단적인 의사 결정이 이루어져야 한다는 말은 아니고 민주주의의 핵심은 시스템 내에 존재하는 자정 작용과 데이터의 흐름과 처리 방식이 어떻게 이루어지는지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잘못된 데이터나 잘못된 의사결정이 존재할 때 숙의와 토론을 통해 그것을 바로잡을 수 있는 시스템 등이 갖춰져 있는가, 올바른 정보가 분산적으로 흐르고 많은 대중에게 공유되는가 등등을 고려해야 할 듯합니다.
AI로 관료들을 대체할 때는 앞서 말한 디지털 독재가 발생하지 않을까, 의사결정마저 AI에게 맡기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