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사논문] 트롤리 문제 해소하기: 침묵주의적 덕 윤리를 기반으로

석사논문_김인태.pdf (1.6 MB)

2025년 2월 석사 졸업 예정입니다. 여러분들에게 석사 논문과 그 내용을 공유하고 싶어 글을 올립니다.

제 논문은 트롤리 문제에서 특정한 선택지를 정당화하는 일원주의적 원리를 찾고자 하는 시도가 유망하지 않고, 트롤리 문제는 침묵주의적 관점에서 해소되어야 할 문제라고 주장합니다. 이를 위해 프란시스 캠의 허용가능한 해악의 원리(Principle of Permissible Harm)와 피터 바우만의 평등한 해악의 원리(Principle of Equal Harm)를 비판적으로 검토하고, 이 원리들이 실패한 이유가 결국 일원주의적 접근에서 비롯되었음을 밝힙니다.

그리고 다원주의적 접근 중에서도 특정한 선택지를 정당화할 필요가 없음을 보이기 위해 덕 윤리와 침묵주의를 결합한 '침묵주의적 덕 윤리'를 도입해서 문제를 해소하고자 합니다. 특정한 선택지를 정당화하는 것이 '해결'이라면, 트롤리 문제는 서열화할 수 없는 객관적 가치들의 충돌하는 상황이므로 철학은 이 문제에 답을 내려줄 수 없음을 인정하는 태도의 전환이 '해소'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다만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저는 트롤리 문제에 있어 철학이 특정 선택지를 정당화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에서 침묵해야 한다고 하는 것이지, 철학이 아무런 기여도 할 수 없다는 의미에서 침묵해야 한다고 주장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양햔 철학 이론들은 트롤리 문제가 어떤 도덕적 원리나 가치, 덕목을 위반하는지에 대한 풍부한 논의를 제공하고 행위자들이 객관성, 합리성, 일관성, 정합성을 유지하도록 요구한다는 점에서 철학은 여전히 트롤리 문제를 맞닥뜨리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제 논지입니다.

보다 자세한 내용은 논문을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그리고 이제 개인적인 소회를 말하자면, 정말 석사 논문 쓰는 과정이 어려웠습니다. 텍스트도 어렵고, 제 텍스트 이해에 대한 지적과 피드백도 많이 받고, 어떻게 논문을 써나가야할지 너무 막막했습니다. 그래도 주변 사람들의 심리적 지지와 그리고 철학과 선배들의 열성적인 도움으로 겨우 석사논문을 완성할 수 있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석사 논문은 학적 커리어로 인정받지 못하고, 아무도 읽지 않는다고 하지만 저에게 있어서는 의미가 매우 큰 논문입니다. 제 고민과 노력이 묻어나있는 논문이라 애정이 큽니다. 그러니 많이 읽어주시고 댓글이나 포스팅으로 비판하거나 질문해주시면 기쁜 마음으로 응답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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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축하드립니다! 아래 내용에 눈길이 가네요.

7년 전에 저랑 이 주제로 논쟁하실 때와는 의견이 많이 달라지신 것이 아닌가요? 그때 eric970님은 (a) '비도덕적' 선택지들 중에서 '도덕적'인 것을 골라내야 하는 트롤리 문제 상황 자체가 잘못되었다는 저의 지적에 동의하시면서도, (b) 적어도 '비도덕적' 선택지들 중에서 무엇이 '더 비도덕적'이고 '덜 비도덕적'인지만큼은 구분할 수 있다고 주장하셨던 것으로 기억해서요. 그런데 이번에 나온 새로운 논문에서는 가치의 서열화를 통해 답을 내리려는 시도 자체를 포기한다는 점에서, 제가 그 당시에 제시한 입장에 좀 더 가깝게 기울어지신 게 아닌가 해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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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 아마 논쟁을 했던 맥락을 되짚어보자면 부도덕한 선택지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것 자체가 사이비 문제라는 주장을 하셨던걸로 기억합니다.

저는 석사논문에서 트롤리 문제가 사이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진지한 문제지만 철학이 특정 선택지를 정당화해서 해결하는게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펼치고 있습니다.

지금도 저는 트롤리 문제의 둘 중 한 선택지를 고르라는 요구 자체가 사이비 문제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다만 그 문제의 해답을 철학이 줄 수 없다는 의견을 가지고 있을 뿐이죠

그래도 YOUN님의 통찰과 사유가 제 논문에 영향을 끼치지 않았다면 거짓말일겁니다. 아니, 더 정확히는 큰 영향을 미쳤죠. 어떤 선택을 해도 부도덕할 수밖에 없다, 객관적인 덕목이 충돌하는 특수한 상황이라는 통찰이 제 논문의 문제의식을 이루고 있다는 사실은 분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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