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3 학생입니다

철학과에 합격했습니다.

저는 평범한 지방 일반고생입니다. 저는 머리가 영민한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교과 공부를 남들보다 치열하게 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3년 동안 보통의 고등학생이 도달하기 어려운 학문적 깊이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수시 6상향으로 쓴 대학 중 2곳에 최초 합격했습니다.

사실 합격한 2곳 모두 제 내신 점수로는 상향으로 쓰기에도 무리인 대학인지라 지금도 최초합이 실감이 나지 않습니다. 아마 학생부종합전형, 그중에서도 2단계 평가인 면접형으로 지원했기에 저의 열정과 의지를 잘 드러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혼자서 기뻐하면 될 것이지 굳이 서강올빼미에 글을 올리는 이유는 감사 인사를 올리기 위함입니다.

저는 고등학교 1학년 시절, 비트겐슈타인의 그림 이론에 관한 탐구보고서를 작성하기 위해 자료를 검색하던 중 위 게시물을 통해 서강올빼미를 처음 알게 되었습니다. 당시 저는 『논리-철학 논고』를 이해하지 못해 고통받고 있었는데, @YOUN 님께서 추천해주신 논문으로 어느 정도 해석의 갈피를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아 물론 지금도 『논리-철학 논고』를 이해하지는 못했습니다...ㅎㅎ

또한 @wildbunny 님께서 소개해주신 '아교세포로서의 철학'이라는 아이디어는 제가 문과생으로서는 특이하게 생I 생II와 같은 과탐 과목을 수강하는 데 큰 영향을 주었습니다. 저는 원래 과학이 주 관심분야였는데, 어느 날 문득 '과학이 자연에 대해 말한다면, 과학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인가?'라는 생각이 들어 철학에 입문한 케이스입니다. 이러한 저의 경험과 아교세포 아이디어를 토대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통해 다른 학문 분야들을 서로 연결하고 각각의 위상을 파악하는 탐구 활동을 유기적으로 심화할 수 있었습니다.

이 밖에도 서강올빼미에 올라온 글들을 통해 철학적 지식을 얻고 문헌 정보를 수집하는 등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특히 탐구를 끝낸 이후 추가적인 후속 활동에서 지식의 범위를 확장하고 각 철학 이론 사이의 연관성과 네트워크를 파악하는 데 서강올빼미를 많이 이용했던 것 같습니다.

대학에 가더라도 솜털 뽀송한 학부생이 될 뿐이겠지만, 앞으로도 여기에 계신 선생님들께 많은 것을 배우고 싶습니다. 다시 한 번 올빼미 여러분께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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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 축하드립니다! 제가 다 기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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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 가셨나여?

어이쿠 저한테 연대는 너무 높습니다…

제 내신 기준으로는 많이 상향이지만 소위 말하는 명문대는 아닙니다.

축하드립니다 !! 행복한 철학과 생활이 펼쳐지셨으면 좋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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