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을 배우고 싶은 고등학생입니다.
이런 글을 본 적 있습니다. 누구누구의 철학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철학과를 간다면 자신만을 철학을 만들 수 있을까요?
철학을 배우고 싶은 고등학생입니다.
이런 글을 본 적 있습니다. 누구누구의 철학을 배우는 것이 중요한게 아니라 자신만의 철학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만약 철학과를 간다면 자신만을 철학을 만들 수 있을까요?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려면 여러 사람의 철학을 먼저 배울 필요가 있지 않을까요? 철학과에서 그것을 배울 수 있겠죠.
어차피 다른 사람의 철학을 배우다가 그에 대한 불만이 쌓이면 자신만의 주장을 만들게 될걸요?
글쎄요, 제가 보기에는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라는 조언을 하는 사람들 중에는 철학을 가치관과 혼동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둘은 범주가 다릅니다. 하나는 학문 분야이고 다른 하나는 삶을 인도하는 규범이나 미덕이죠. 내 삶을 인도하는 규범과 미덕을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는 데에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동의하지만, 나만의 학문 분야를 만들라는 주장은 매우 이상하게 들립니다. 더구나 저는 나만의 철학을 만들라는 말이 유난히 철학에 덧씌워진 잘못된 이미지라고 봅니다. 나만의 사회학이나 정치학, 인류학을 만들라고 하는 사람은 없는데 오직 철학에 대해서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이 이를 방증한다고 생각합니다.
이와는 별개로, 철학을 공부하면서 다른 사람들의 견해를 비판하거나 옹호하면서 스스로의 의견을 형성하고 논증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은 매우 중요합니다.
들뢰즈가 어느 인터뷰에서 철학사에 관해 말했던 내용이 생각나네요. 서강올빼미에도 예전에 올라온 적이 있었던 내용이라 인용해 봅니다!
저는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고 싶어하는 pakimchi님의 열망이 반드시 잘못된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하지만 자신만의 견해, 관점, 이론도 기존 연구를 바탕으로 제시될 때에만 의미가 있을 수 있어요. 그래서 저는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누구누구의 철학을 배우는 것"이 매우, 대단히, 아주 중요하다고 봅니다. 이와 관련해서 예전에 다른 글에서 제가 쓴 댓글도 첨부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