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밌는 글을 발견해서 공유합니다. 대학원생 얘기도 많이 나옵니다.
전혀 인용되지 않는 논문이 91%인데, 그 정도로 학술장 안에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아요. 이른 커리어 단계부터 주구장창 개인 연구를 해서 양적으로 측정가능한 개별적 성과를 내는데만 몰두하는 그런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는 거에요. 옆에서 누가 무슨 연구를 하고 있는지 몰라도 되고요, 누가 어떤 책을 내도 같은 분야 연구자들이 서평을 쓰고 논쟁적인 개입을 하거나, 그 책을 다루는 다른 책을 쓴다든가 하는 기본적인 소통 작업도 이뤄지지 않는 거에요.
이 밖에도 인용하고픈 말씀이 많네요.
몇 해 전 故 장춘익 선생님의 SNS에서 번역되었던 글이라 정확한 원문은 찾을 수 없습니다만, 서양철학사에서 가장 중요한 인물인 임마누엘 칸트 또한 연구자의 생활이 쉽지 않았다고 합니다. 사강사로 전전하다보니 체계적인 과업을 전혀 진행하지 못했기 때문이죠.
1770년, (나무위키를 찾아보니) 폰 퓌어스트 운트 쿠퍼베르크 남작이라는 비밀국가예산 장관에게 교수 임용을 부탁하는 내용을 담은 편지를 보냈다고 합니다. 장춘익 선생님께서는 이 편지를 두고, "어떻게 보면 비굴하기 까지 하다" 라는 표현을 쓸 정도로 편지의 내용은 절절했습니다. 나이가 들어 힘에 부쳐 더이상 사강사 생활을 못하겠으니, 안정적인 교수 자리를 임용해준다면, 성실히 연구하겠다는 읍소가 담긴 편지였습니다.
그리고 임용 10년뒤에 철학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책으로 꼽을 수 있는 <순수이성비판>을 비롯하여 3대 비판서 등을 저술해냈죠.
많은 한국의 연구자들이 부족한 연구 환경으로 인하여, 한국의 <순수이성비판>, 아니 그보다 더 위대한 연구의 업적들이 세상에 나오지 못하고 사라져가고 있지 않나 싶습니다. 위와 같은 쟁점들이 진지하게 다루어져서, 연구 환경의 개선을 간절히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