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중에 시간이 지나면 잊을 것 같아 간략하게 후기를 남기고 싶습니다. 저는 금요일만 참석했는데 열띤 토론 분위기여서 좋았습니다. 첫 프레젠테이션을 Dai Heide라는 박사님이 먼저 해주셨던 것 같은데 칸트와 라이프니츠를 주로 연구 대상으로 삼으시는 분인 것으로 기억합니다. "epistemic humility" thesis를 펼치기 위해서 칸트가 공간을 주제로 주로 논의를 전개했다고 하는 것으로 기억합니다. 나중에 q & a 세션에서 청중에서 한 분이 Heide 박사의 글 내용에 "There is no argument"라고 좀 직설적인 비판을 해 주셨는데도 그냥 웃으면서 나중에 같이 개인적으로 서로의 이견에 대해 더 얘기해볼 수 있다고 하시더군요. 저는 칸트가 epistemic humility와 관련해 왜 시간보다는 공간에 집중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질문이 너무 많아서 기회가 없었습니다. 그 후에는 Nick Stang이라는 박사님이 Metaphysics 를 어떻게 정의할 것인가에 대한 Inwagen의 설명을 소개해 주었습니다. 덕분에 Ted Sider라는 철학자에 대해서도 들어보는 계기가 되었는데 이를 통해 저는 개인적으로 analytic metaphysics에 대해 좀 더 알아보고자 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나중에 제가 마지막으로 질문할 기회가 있었는데 형이상학이 좀 불필요할 정도로 과잉된 사변적인 학문일 가능성이 있을 수 있지 않느냐 질문했는데 단정적으로 NO라고 했습니다.. 마찬가지로 가추법 (abductive reasoning)이 엄밀한 기반 없이 객관적 진리의 발견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질문했는데 이마저도 일축했습니다. 나중에는 중앙대 Kim 교수님이 피히테에 대해 강연을 해주셨는데 사회자분이 질문을 몇 개 안받으셔서 질문을 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앞에 계시던 한 분도 손을 몇 번 들었는데 지명이 안되어서 아쉬워하더군요.. 그 후엔 Alex Cohen 이라는 분이 칸트와 감정에 대해서 강연을 했는데 청중에서 한 여성 분이 감정도 인식의 일종일 수 있지 않느냐 이런 식으로 질문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Cohen 박사님은 아니다라는 식으로 설명했던 것 같습니다. (이게 실제 상황이었는지 제 기억이나 이해가 정확하지는 않습니다.) 저는 그분 강연 중에 흥미로웠던 게 칸트의 비합동적 등가물 (incongruent counterparts)의 내용을 언급하며 orientation을 감정과 어떤 식으로 (아마 유비추론으로) 연관 지었던 것 같습니다. 여기에 대해 질문해보고 싶었는데 시간이 없었습니다.
나중에 점심 후에는 Sun 이라는 중국에서 오신 교수님이 칸트와 도덕에 대한 강연을 해주셨는데 저는 슬라이드에서 칸트가 우리의 도덕 감정이 우리의 이성적 인식과도 연관이 있다는 식으로 말했다는 문구를 보았던 것 같습니다. 이를 두고서 제가 외계인은 우리와 인식 구조가 다르기 때문에 도덕 기준도 다를 수 있냐고 물어보았는데 도덕은 이성적 존재 에게만 존재할 수 있다는 답변을 해 주었습니다. 나중에는 주최자이신 서강대 김한라 교수님이 Summum Bonum 을 주제로 강연을 해 주셨는데 나중에 질문 시간에 질문을 받고서 철학자가 아무리 덕을 많이 쌓아도 한 순간의 실수로 그 간의 모든 노력이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는 말씀을 하시더군요. 전 이게 와 닿았습니다. 전 김 교수님께도 질문을 하고 싶었는데 기회가 없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앤드류라는 교수님이 칸트와 도덕에 대해 강연하셨습니다. 주제가 쉽지 않는 내용임에도 매우 쉽게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내용이 지금은 잘 기억은 안 나는데 대체적으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이해하기 쉬운 영어로 굉장히 설명을 잘해주었습니다. 한강작가가 노벨 문학상 받지 않았냐 언급도 하더군요. 그러면서 채식주의자 책을 언급하며 채식주의와 도덕에 대한 설명도 했던 것 같습니다. 북미권에서인가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근래 24시간 이내에 고기를 먹은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66%가량의 채식주의자들이 익명으로 고기를 먹은적이 있다고 답했다는 결과가 있다고 언급하자 청중에서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질문을 할 시간이 있었던 것 같은데 딱히 할만한 질문이 안 떠올랐습니다. 이 분의 강연이 끝나고서 나중에 조교님들께서 와인과 비스킷 몇 개가 있는 탁자를 들고 내부로 들어오셨습니다. 식사는 같이 못 먹어도 이거는 일반 참석자도 먹을 수 있는 것 같아 용기를 내어 저도 조교님이 따라주시는 와인을 좀 마셨습니다. 칸트와 수리철학을 주제로 연구하시는 박사과정생이시더군요. Sutherland, Hanna 등의 칸트학자에 대해서 잠깐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러던 도중 Pippin박사님이 와인을 마시려 테이블 쪽으로 가까이 오자 용기를 내어, 피핀 박사님하고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자 먼저 손을 내밀어 악수를 청하셔서 악수를 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강연 끝나고 분위기가 외국 교수들은 따로 서로 얘기하고 한국 분들은 한국 분들끼리 따로 얘기하는 분위기인 것 같았는데 (남아있는 분들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습니다) 예상치 못하게 피핀 박사와 대화를 나눌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헤겔 학자이시지 않냐고 제가 가볍게 질문하자 그렇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래서 헤겔이 칸트의 궁극적인 완성이냐고 보시느냐고 묻자 그렇다고 했습니다. 그러면 헤겔은 칸트의 필연적인 (inevitable) 결과일까요 하고 묻자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는 대답을 받았습니다. 대화한 모든 내용이 기억이 나지는 않는데 (아마 와인 때문에 약간 빨리 취한 것도 있어서) Hanna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그의 non-conceptualism에 동의하지 않는다는 식의 답을 주었습니다. 약간 용기를 더 내어 슬라보예 지젝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는지 묻자 의외로 긍정적인 반응을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웹사이트에 지젝에 대한 글도 썼다고 하더군요. 지젝이 심지어 자신을 atheistic christian으로 칭한 것도 먼저 언급하며 그의 영상을 보는게 매우 재미있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지젝이 양자물리학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좋게 보지 않는다, 그는 물리학자가 아니다. 그리고 알랭 바디우 등의 학자를 아냐고 제게 물으며 그를 좋게 보지 않는다고 말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바디우의 이름을 듣고서 메이야수에 대해서는 어떠냐고 질문했습니다. 처음에 제 발음을 못알아 들으시더군요. 나중에 불어 억양으로 “메야수?” 하고 제게 되물었습니다. 이름은 아는데 메이야수의 생각에 대해서는 잘 모르는 듯 했습니다. 제가 간단한 영어로, 메이야수의 주장을 언급하기 위해, “Even if there is no transcendental subject,” 라고 운을 떼자 갑자기 제게 집중하는 눈빛을 보여주었습니다. 하지만 말미에 “mathematical properties still remain”이라는 메이야수의 주장을 간략하게 설명하자 손사래를 치면서 테이블 쪽으로 가버린 것 같습니다.. (ㅋㅋ) 이 말이 나오기 전에 어느 순간엔가 본인은 철학이 대게는 interpretive work이라고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본인의 글에는 논리학이나 formalism등이 들어가있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저도 분석철학자들이 작업을 할 때 직관을 통해서 결론에 도달한다음에 나중에 formalism으로 이를 마무리하는 게 아닌가하는 의견을 피력하자 이 의견이 맞다고 동의해주었습니다.
이 일이후에 Heide님과도 잠깐 얘기를 나누었는데 박사과정 조교님이 Heide님의 강의가 개인적으로 제일 마음에 들었다고 표현하자 좋아해주더군요. 이 기회에 왜 칸트가 시간보다 공간에 대해 관심이 더 많았냐고 질문하자 칸트가 기하학을 좋아했다, 사실 Heide 박사 본인도 시간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어떤 학자의 이름을 언급하며 아마도 “초시간(?)” 등의 개념을 언급하며 시간도 중요하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이런 얘기를 나누고 있는 도중에 Stang박사가 테이블 쪽으로 또 와서 제가 인사를 건넸습니다. 그러자 악수를 청하며 제가 했던 질문이 괜찮았다고 말하더군요. 그래서 제가 “abduction tracks the truth”라는 stang 박사가 제기한 개념이 선험적 기반이 없어도 객관적인 의의를 가질 수 있는게 아니냐고 다시 질문했는데 다시 아니다라는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저는 좀 맥락에서 어긋난 의견일 수는 있는데, 수학자들이 연구할 때 확실하게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수리철학적 기반이 없다는 언급을 하며 ZFC 공리도 자의적이라는 견해가 있다는 것을 언급하였습니다. 이 언급에 대해서 아마도 코멘트를 해주려고 생각하는 표정을 짓고 있었던 것 같은데 와인 마시는 세션이 끝나고 그분들이 이제 저녁먹으러 갈 시간이 되어서 저는 자리를 나왔습니다. 나중에 엘베로 안가고 계단을 통해서 올라가려고 하는데 Heide박사님이 마침 계단 쪽에서 강연장으로 다시 돌아가고 있더군요. 제게 대화가 재밌었다고 말하면서 작별 인사를 했습니다. 저도 재밌었던 것 같습니다. 처음에는 참석자 분들이 각 강연 후의 질의시간에 빠른 영어로 엄밀함을 따지며 약간 논쟁 같은 걸 벌일 때 좀 위압감을 느꼈는데 나중에 와인 마시며 대화하니 그냥 이태원 같은 데서 편하게 만날 수 있는 외국인 친구같은 느낌이 들었습니다. 물론 대화 주제는 매우 달랐지만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