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OUN
9월 10, 2024, 8:16오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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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oche03s: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의 도움 일절 없이 오직 제 힘으로 뚫어내는게 맞을까요? 검색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은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는 느낌이 안들고,,, 내 힘으로 뚫어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싫습니다,,(물론 사전에 단어 뜻과 어원 정도는 검색해서 읽고 있어요..)
사실, 가장 좋은 것은 대학에서 전공 교수님께 강의를 듣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되지 않으신다면 입문서와 해설서의 도움을 받으면서 글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학문이든지 그렇겠지만, 철학은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독파'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혼자 책을 읽어서는 논의의 맥락이나 쟁점을 너무나 오독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검증하기가 어렵다 보니,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기가 쉬운 거죠.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서강올빼미에서 여러 전공자분들이 지적하셨습니다. 아래 글들과 댓글들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일단 이 주제에 관해 이미 서강올빼미에서 여러 글들이 올라온 적이 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철학을 공부하면서 이런저런 사례들을 보니, 철학에 관심을 갖고 진입할 때에는 그처럼 혼자서 던지는 물음들이 아무래도 적지 않은 동기가 되는 것 같습니다. "나는 누구일까?", "이렇게 살다가 죽으면 어디로 가는 걸까?", "내가 뭔가 진짜 안다고 할 수 있을까?" 같은 물음들은 전문적인 철학을 접하지 않아본 이라도 누구나 한 번씩 던져볼 법한 의문인 것 같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이 밑도 끝도 없는 질문에 혼자 머리를 싸매고 골몰하는 일은 좋든 싫든 철학이 계속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큰 유인 중 하나인 듯합니다.
그런데 철학을 학문으로서 진지하게 공부하겠다고 하면 이 큰 유인이 되었던 혼자 골몰하는 사색은 그 무엇보다도 경계해야 할 습관인 것 같습니다. 역사 속의 위대한 철학들은 항상 종래의 철학들로부터 배워오면서 출현했습니다. 설령 그것이 기존 이론들과의 비판적 대결의 형태를 띠더라도 …
저는 초심자가 독학하는 것을 그다지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무슨 책을 읽어야하는지, 무슨 주제에 관심이 있는지는 사실 중요하지 않습니다. 가장 익혀야할 것은 공부하는 태도입니다. 너무 원론적인가요? 그러나 원론적으로 공부한다는것이 나쁜것은 아닙니다.
대학을 안다니시니, 한국의 k-mooc를 포함해 어떤 강좌든 그것을 들으면서, 그 강좌에서 요구하는 저작을 읽는것이 훈련하기에 좋은것같습니다. 다만 주의해야할 점은, 단순히 강좌를 듣는 것이 아니라 강의 전에 해당부분에 관한 저작을 미리 읽고, 주제와 핵심사항에 따라 내용을 분류 및 요약하시길 바랍니다. 그 후 강의를 들으며 내가 오독하지는 않았는지 다시 살펴보고, 질문하며,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것을 알아나가시죠.
이런 식으로 공부하면 세부적인 사항에 대한 지식은 대학생보다 부족하더라도, 공부에 관한 체급 자체가 커져 어떤 주제에 관해서든 잘 배우실겁니다.
음... 현역 학부생이시라면 대학교 강의를 이용하시는게 가장 효과적인 방안이라는 생각이 드네요. 철학과가 개설되어있으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철학 교양 강의는 대부분의 대학에서 제공되니까요.
물론 이러저러한 이유로 강의가 여의치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만, 많은 경우에는 독학보다는 정규 수업이 더 나을 확률이 높습니다.
몇몇 철학자들의 글쓰기 방식이 자유로워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언급하신 레비나스를 비롯하여 어떤 철학자들도 결코 학계를 벗어나 고립된 채 오로지 혼자서 철학하는 법을 터득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성장기 전체를 사회 밖에서 고립된 채 보낸 사람이 혼자 언어를 터득한 일이 없듯이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텍스트 해석이나 철학적 입장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고 독자적인 견해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십분 동의가 되지만, 그러한 독창성이 중요하다는 점은 학계에서 (적어도 현존하는 철학 연구자 공동체에서) 부정된 적이 없습니다. 대학 등의 학문 교육자들은, 그러한 독창성이 그간 축적되어 온 연구성과들을 성실히 파악하고 섭렵하고 비판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형성된다는 점을 주장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는 점이 학문 공동체 내에 중요한 교훈으로 승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문 공동체의 표준적인 텍스트 연구 방법을 배우려는 ditto님의 태도는
순응적인 태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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