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에 대하여

안녕하세요! 최근에 철학에 관심이 생겨 철학 책을 읽어보고 있는 학생입니다.
짧은 식견과 매우 짧짧은은 언어능력을 가지고 책을 읽어내느라 고생하고 있는데,, 고생 고생하며 읽어내어 끝끝내 이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건지를 알게 되는게 너무 좋아 진땀 흘리며 계속 읽어보고 있습니다.
지금 읽고 있는 책은 에드문드 후설의 데카르트적 성찰입니다.

아직 책의 초반부를 읽고 있는데 벌써부터 난해한 문장에 부딫히고 있습니다.
이판사판으로 부딫히고 깨지며 읽어야 진짜 이 책을 내 것으로 만들고 후설의 관점을 얻을 수 있을거라 생각하여
계속 깨지고 부서지며 읽고 있는데,,, 정말 쉬는 시간 짬짬히 이용해서 읽어도, 읽고 또 읽고 계속 읽고 읽어도
이해가 안가는 내용이 보입니다. 번역 말투에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건가 싶어 영문판으로도 읽어봐도 이게 무슨 말인지가 이해가 안갑니다.

이해가 안가는 부분이 있으면, 인터넷 검색이나 다른 사람들의 의견의 도움 일절 없이 오직 제 힘으로 뚫어내는게 맞을까요? 검색을 통해서 이해하는 것은 온전히 제 것으로 만드는 느낌이 안들고,,, 내 힘으로 뚫어내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어서 싫습니다,,(물론 사전에 단어 뜻과 어원 정도는 검색해서 읽고 있어요..)

얼마전에 정말 꽁꽁 막혀있던 문장이 뚫리면서 엄청난 쾌감을 느꼈는데
그 때 보다 더 꽁꽁막혀 있는 문장이 보이니

이 문장만 뚫어내면 정말 엄청난 내용이 뒤에 기다리고 있는 것 같은데!!
"이 문장만 뚫어내고 싶다.."라는 생각을 하루종일 하고 있습니다..

책을 '제대로 이해하며' 읽는 방법에 대해 궁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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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가장 좋은 것은 대학에서 전공 교수님께 강의를 듣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런 환경이 되지 않으신다면 입문서와 해설서의 도움을 받으면서 글을 읽으시는 것이 좋습니다. 어느 학문이든지 그렇겠지만, 철학은 오직 자신만의 힘으로 '독파'하기가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내용 자체가 어려워서라기보다는, 혼자 책을 읽어서는 논의의 맥락이나 쟁점을 너무나 오독하기 쉽기 때문입니다. 자신이 이해한 내용을 검증하기가 어렵다 보니, 혼자만의 세계에 빠지기가 쉬운 거죠. 이와 관련해서는 이미 서강올빼미에서 여러 전공자분들이 지적하셨습니다. 아래 글들과 댓글들을 읽어보시면 도움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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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

저도 YOUN 선생님의 조언이 적절하고 타당하다고 생각합니다. 어떤 영역이 되었든지 공부는 기본적으로 자신이 스스로 터득하고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런데 많은 철학서들은 그다지 친절하게 상세히 설명하고 있지 않아서 스스로 터득하고 이해하는 것이 아주 힘이 들고, 오독할 위험이 너무나 큽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문장을 보죠.

“나는 데이비드 흄의 경고가 오랫동안의 독단의 잠에 빠져있던 나를 깨우고 사변적 철학의 영역 내에서 나의 탐구에 전혀 다른 방향을 제시해주었다는 점을 거리낌 없이 인정한다"

칸트의 "Prolegomena zu einer jeden künftigen Metaphysik , die als Wissenschaft wird auftreten können"에 나오는 유명한 문장이죠. 이 문장을 이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데이비드 흄이 누구인지, 그의 철학적 입장은 전반적으로 어떤 것인지를 알고 있어야 할 겁니다. 또, 칸트가 이 글을 쓰기까지 가지고 있었던 문제의식은 무엇이었으며, 그가 흄의 저서를 읽기 전까지 가지고 있었던 독단의 잠과도 같은 견해는 무엇이었는지를 알아야 합니다. 그리하여 흄의 주장 중 칸트에게 영향을 미쳤던 구체적인 '경고'의 내용이 무엇이며, 이것이 칸트의 논리적 체계 등이 가지고 있었던 어떤 문제점들을 깨닫게 하였으며, 그 내용 자체는 얼마나 타당한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검토해 보아야 하겠죠. 나아가 칸트가 가지게 된 새로운 견해는 어떤 것이며 이후 칸트가 흄의 논리를 극복하는 방식은 어떠한지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이것이 철학사적 맥락에서 어떤 의미가 있는지도 따져보아야 하겠고요. 또한 필요하다면 이 구절에 대하여 그동안 수많은 학자들이 이해하고 해석한 논문 등을 통하여 형성된 견해들은 얼마나 타당한 것인지, 혹은 그릇된 면이 있는지도 알아야 할 것이고요.

따라서 이런 문장들보다 난해하고 복잡하며 깊은 철학적 맥락에 놓여있는 문장들로 가득한 철학서들을 혼자 이해하려면 엄청난 시간과 노력이 요구된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입니다. 또 그런 노력을 기울였다 하여도 자신이 이해한 것이 얼마나 타당할 것인지는 보장되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수많은 선학들의 도움을 받는 것은 결코 나쁜 일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뉴턴이 말한 것처럼 거인들의 어깨 위에 올라서서 더 멀리 보고, 더 멀리 나아갈 수 있는 것이죠.

참고로 하나만 더 지적하자면, 1. 텍스트 자체의 문의적 이해, 2. 텍스트의 맥락적, 문제사적 이해, 3. (1, 2를 바탕으로 한) 텍스트 내용 자체의 타당성 여부. 이 3가지를 잘 구분해서 생각을 정리하는 것이 필요한 경우가 많을 겁니다.

부디 일취월장 하시기를 기원합니다. 말씀 감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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값진 조언 감사합니다! 개인적인 가치관이 반영되어 글쓴이의 의견과 견해를 잘 못 해석하지 않도록 더더욱 노력하여 타당하게 읽어 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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