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몇 철학자들의 글쓰기 방식이 자유로워보일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언급하신 레비나스를 비롯하여 어떤 철학자들도 결코 학계를 벗어나 고립된 채 오로지 혼자서 철학하는 법을 터득하지는 않았습니다. 마치 성장기 전체를 사회 밖에서 고립된 채 보낸 사람이 혼자 언어를 터득한 일이 없듯이 말입니다.
다른 사람들의 텍스트 해석이나 철학적 입장을 맹목적으로 좇지 않고 독자적인 견해를 발전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은 십분 동의가 되지만, 그러한 독창성이 중요하다는 점은 학계에서 (적어도 현존하는 철학 연구자 공동체에서) 부정된 적이 없습니다. 대학 등의 학문 교육자들은, 그러한 독창성이 그간 축적되어 온 연구성과들을 성실히 파악하고 섭렵하고 비판하는 과정을 거침으로써 비로소 형성된다는 점을 주장할 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라는 점이 학문 공동체 내에 중요한 교훈으로 승인되고 있는 것입니다.
따라서 학문 공동체의 표준적인 텍스트 연구 방법을 배우려는 ditto님의 태도는
순응적인 태도가 아니라, 철학자라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훈련 과정을 성실히 이수하려는 훌륭한 학생의 태도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