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결혼 합법이 안 되는 이유는 뭘까?

이 점에 대해서도 제가 얘기할 게 있어요. 그렇지만 우선 @tl7009 님이 의도하신, 저 문장의 뜻을 알고 싶습니다.

(1)

사실 이 논의가 무엇을 다루려는 것인지 잘 모르겠습니다.

동성애인가요, 아니면 동성 결혼인가요, 아니면 동성 간 성교인가요, 아니면 항문 성교인가요?

나아가 이 주제를 어떤 측면에서 다루고 싶은지도 아리까리합니다. 대상이 도덕적으로 옳다/나쁘다? 아니면 사법적으로 허용해야한다/허용하지 말아야한다?

보면 논의들이 어느순간 이 다른 경계선들을 너무나도 쉽게 뭉개고 지나가고 있습니다.

(2)

또한

이 성병이, 항문 성교를 통해 감염되는 HIV/AIDS를 가리키는 것이라면, 이제는 과학의 발전으로 (돈만 있다면) 거의 완벽히 예방된다는 점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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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병 문제"는 동성끼리의 성행위가 성병에 더 취약하다는 것을 의도했어요!

@tl7009 님의 말씀을 "동성애자는 성행위로 말미암아 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이성애자보다 크다."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될까요?

네 맞습니다!

여기가 철학 포럼이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글이 동성애/동성결혼/성적 차이 등과 관련한 철학적인 주제를 다루고 있어야 유의미한 검토가 가능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이 글은 사회적인 이슈를 다루고 있을지언정 딱히 철학적인 논점을 건드리고 있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예컨대 성적 욕구에 대한 본문의 논의는 "성욕을 참기 힘들다"는 단순 경험적 사실로부터 "성욕"이라는 개념을 정의내리고 있고, 성병이나 성교육에 대한 이야기들도 그러한 주제들의 본성에 대한 철학적인 쟁점을 건드린다기보다는 해당 주제들에 대한 현실적인 방안들만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이런 사회문제에 대한 대한 글은 확실하게 철학적 쟁점을 잡고 이야기하지 않는다면, 단순한 사회평론으로 빠지기 쉽습니다. 그래서 본문에 대한 답글들도 철학적인 주제가 아니라 "이성 간의 관계에서보다 동성 간의 관계에서 성병이 더 발생하느냐 아니냐" 같은 경험적인 주제들에 대한 이야기로 빠지는 것 같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이 글로부터 철학적인 쟁점을 읽어내기에 어려운 실질적인 이유는, 해당 주제에 관련한 철학적 연구들에 대한 검토가 이 글에 드러나지 않기 때문입니다. 해당 주제들에 관한 철학적 연구들이 있을 텐데(제 관심 분야는 아닙니다만, 어쨌든 최근 영미권에서 활발히 연구되는 것 같습니다), 이 글에서는 딱히 그러한 연구들에 대한 참조와 평가를 하고 있지 않습니다. 예컨대 욕구에 대해 수많은 철학적 논의들이 쌓여 있고 그 중에서 당연히 성적 욕구에 대한 논의도 있는데(당장 SEP의 "Sex and Sexuality" 항목 첫 부분이 "Sexual Desire"이고, 이 개념에 대한 여러 학자들의 정의가 소개되어 있습니다), 본문에서는 그러한 철학적 논의들에 대한 언급을 찾아볼 수 없습니다. 해당 주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지는 않지만 밀접한 관련을 맺는 주제를 철학적으로 다루고 있는 글을 올빼미 내에서 찾아 첨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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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도했던 것은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의견이 주로, 1. 성병에 취약함 2. 동성애가 된다면 소아성애도 되야 한다. 정도인 것 같아서 성병에 취약한 것은 제가 생각했을 때, 성교육이 부족하기 때문이라 생각했고,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드러내기 거북해 한다는 부분이 크게 작용했기 때문인 듯하여, 성병에 취약하다는 것은 반대하는 의견으로 부족하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습니다. 2또한 마찬가지로 동성애와 소아성애를 같은 것으로 보는 시각에, 반대한다는 주장을 하고 싶었습니다. 최종적으로는 동성애는 피해를 주지 않는 개인의 자유이니, 존중해주는 것이 좋고, 사법적으로 허용해도 괜찮은 것 같다. 정도가 제가 하고 싶은 말이었던 것 같습니다.. ㅎ

@tl7009 님이 위 문장의 '성병 문제'를 "동성애자는 성행위로 말미암아 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이성애자보다 크다."라는 의미로 이해해도 된다고 말씀하셨으니, 위 문장을 다음과 같이 재서술할 수 있습니다.

동성 결혼을 반대하는 사람들이 자기 입장을 뒷받침하려고 내세우는 근거 중 하나는 동성애자가 성행위로 인해 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이성애자보다 크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성애자도 성행위로 인해 성병에 걸릴 수 있다.

제가 새로 작성한 두 문장을 읽어 보시면, 뒤의 문장이 앞의 문장에 나온 '근거'를 반박하지 못함을 알 수 있습니다. 그 '근거'와 뒤의 문장은 양립 가능합니다. 이는 제가 재서술을 잘못한 까닭이 아니라, @tl7009 님이 쓴 원래의 문장에 이미 논리적인 문제점이 있는 까닭입니다.

제가 이 댓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니, "동성애자는 성행위로 말미암아 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이성애자보다 크다."라는 주장의 진위를 따지려고 저나 @tl7009 님이 여러 자료를 찾기 전에, @tl7009 님이 원래의 글을 대폭 수정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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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생각하기에, 본문의 가장 큰 문제는 '합법화'와 '법제화'를 혼동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동성 결혼은 결코 불법이 아닙니다. 우리나라 법은 동성 결혼을 처벌하거나, 금지하거나, 비난하지 않습니다. 실제로, 동성 간 결혼식을 올리는 사례들도 꽤 있습니다. 단지, 동성 간 결혼을 보호하는 법적인 제도가 마련되어 있지 않을 뿐입니다. 동성 결혼 자체는 법에 어긋나지 않지만, 동성 결혼을 보호할 만한 법적 장치가 제도적으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 것입니다. 두 가지 차이를 잘 구분해 보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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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헤테로 섹슈얼리티가 normalcy로 당연히 전제되는 사회에서, homosexuality가 소아 성애랑 같은 범주로 논의될 수 있다는 것부터 놀랍습니다. 사회가 강제하는 정상성의 관념이 이렇게 폭력적일 수 있다는 데요. 정상 가족의 이념이 있듯이 '정상적' 섹슈얼리티가 강요되고, 그 외의 정체성 및 지향성은 교정되어야 할 대상으로 여겨지는 풍조부터 다시 질문해 봐야할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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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관련된 논의를 잘 알지도 못하고 관심 분야도 아니다 보니, 글의 내용에 대해서만 말씀드릴 수 있는 점 양해 바랍니다. 짧은 사견이나마 덧붙이려 합니다.

제가 알기로는 성병 전염의 절대 다수가 성관계에 의하며, 2023년 기사(에이즈 HIV 감염경로…‘동성끼리’ 성 접촉, 이성 간 감염 추월 | 서울신문) 등을 보면 동성 간 성관계에 의한 발병률이 더 높습니다. 이것이 '성교육'으로 낮출 수 있는 종류의 것인지는 잘 모르기 때문에, 침묵하겠습니다.

다만 사람들은, 동성 간 성병 발병률로 인해 '동성애'를 반대 (이 말이 성립할 수 있다면) 하지, '동성결혼'을 반대하는가, 이것은 다른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다음으로, 그렇기 때문에

이 부분은 제가 생각할 때 오도적입니다. '금지'와 '반대'는 분명하게 다르기 때문입니다.

또 약간씩, 동성애에 관한 말씀을 하시면서 소아성애로 digress하는 점이 없지 않아 보입니다. 저의 고질병이기도 한데요... 예를 들면 '소아성애는 성교육으로 ... 방지할 수 있을까?'의 문단은, 동성애라는 전체 흐름에 맞아 보이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까지 생각나는 한에서는 마지막으로,

이 정도의 단서를 둔다면, 반대할 사람은 격렬하게 동성애를 혐오하는 사람들 (반대를 위해 반대한다든가, 본인의 신념(에의 배치)이라든가) 외에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이 듭니다.

즉 앞에서 우호적이었던 것과는 달리, 동성 결혼 합법화에는 우호도가 덜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생각할 때 더 일관되게 마무리하신다면, 단서들을 유지하더라도 "동성결혼은 합법화될 필요가 있다" 같은, 더 단언적인 표현이 어울리지 않은가 합니다.

물론,

는 점에서, 글을 완전히 새로 쓰시는 등의 작업이 필요하시지 않을까 조심스레 생각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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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자료(글 수정 중)

세계 에이즈 전략 2021-2026

용어

  • 2030년까지 공중 보건 위협으로서의 에이즈를 끝낸다: 이 말은 "2030년까지 새 HIV 감염과 에이즈 관련 사망을 2010년 대비 90%만큼 줄인다"라는 뜻이다. (7쪽, 주석 3)
  • 핵심 인구[key population]: HIV에 노출되거나 HIV를 전염시킬 가능성이 더 큰 인구 집단. HIV에 성공적으로 대응하는 데 이들의 참여가 중요하다. 모든 나라에서, HIV에 감염된 사람들은 핵심 인구에 포함된다. 대부분의 환경에서, 남성과 성행위를 하는 남성[men who have sex with men, MSM], 트랜스젠더, 주사제 마약 사용자[people who inject drugs], 성 노동자[sex worker]와 그들의 고객은 HIV에 노출될 위험이 다른 인구 집단보다 더 크다. 그러나 각 나라는 역학적·사회적 맥락에 근거해서, 국내 확산과 대응에서 핵심적인 구실을 하는 특정 인구를 정의해야 한다. (8쪽, 주석 9)
  • 덧붙여 말하면, '남성과 성행위를 하는 남성'과 '남성 동성애자'는 등치 개념이 아닙니다. 두 개념은 내포도 외연도 일치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남성 이성애자가 다른 남성과의 성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도 있습니다. 그리고 남성 동성애자가 다른 남성과의 성적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 불평등[inequality]: 불평등은 평등의 결여 또는 불균형[imbalance]을 가리킨다. 본 전략에서의 '불평등'은, 다양한 환경에서 그리고 HIV에 감염되거나 HIV의 영향을 받은 많은 인구 가운데 경험되는, HIV 취약성과 서비스 활용·결과의 많은 불공평(inequity, 불평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부정의나 부당함)·격차·간극을 아우른다. (8쪽, 주석 10)

질병관리청 2022년 HIV/AIDS 관리 지침

'민간보조사업 안내'의 '동성애자 에이즈상담센터 운영사업'의 내용이 71쪽에 있습니다.

(목적) 감염 취약군인 남성 동성애자(MSM)와 성 전환자(MtoF)를 대상으로 에이즈 예방 홍보, 교육, 상담, 검진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에이즈 예방에 기여함
(대상) 남성 동성애자(MSM) 및 성 전환자(MtoF)
(일시) 연중
(장소) 서울(종로/이태원)・부산 iSHAP 센터 및 전국 게이바 밀집 지역
(내용)
- 에이즈 상담(전화・인터넷・방문)
- 전국 캠페인 실시 및 홍보물(콘돔・윤활 젤 등) 배포
- 에이즈 예방 동료 교육 실시
- 에이즈(신속 진단・자가 진단) 및 종합 성병 검진

그 밖의 자료

감사합니다. 제가 잘 몰라서 그러는데, 양립가능하다는 것이 전혀 반박이 될 수 없는지 알고 싶습니다.

'가능성이 더 크다'는 '이성애자도 성병에 걸리지만, 동성애자가 성병에 걸릴 가능성이 더 크다'라는, 이 문장을 이미 전제하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 단순 호기심입니다. 제가 너무 모른 상태로 글을 썼다는 생각도 들구요..:cry:

헉 감사합니다. 정말 많이 배웠어요!

감사해요! 저도 소아성애와 동성애를 같은 범주로 본다는 사실에 정말 깜짝 놀랐었습니다. 제안해주신 부분이 어쩐지 제가 이 글을 쓰기 시작했던 뿌리 생각이었던 것 같습니다. 댓글 달아주신 덕분에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 같아요 ㅎㅎ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러고 보니, 단어를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경우가 많은 것 같아요. 다음부터는 조금 더 적절한 단어를 사용하려는 노력을 해봐여겠어요.

또 동성애를 주장하며 소아성애를 disgree한다는 부분도 정말 그렇네요.. 사실 소아성애 전체를 지칭하기 보다, 소아성애 중 성범죄를 일으키는 사람들의 위험성을 생각하며 썼었는데, 이 부분도 좀 더 분명하게 글을 쓰려는 노력이 필요해 보이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일관성에 관한 지적도 감사합니다. 시간을 들여서 고쳐볼 생각이예요. ㅎㅎ

정말 감사합니다! 제가 단어를 혼용해서 글을 쓴 부분이 너무 많이 보이네요.. 이미 성병 관련된 부분도, 많이 해결이 되는 과정 중에 있다는 것도 덕분에 알게 되었네요..ㅎㅎ
좀 더 꼼꼼하게 생각하고, 글을 쓰는 버릇을 들일 필요가 있다는 걸 많이 배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댓글 남겨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지금 제가 너무 바빠서 시간이 없지만, '세계 에이즈 전략 2021-2026' 문서는 틈틈이 계속 요약하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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