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재론, 관념론, 현상학과 여러가지 고민들

  1. 제가 이해한 것이 맞는지 또 현대 최신 철학에서는 이 문제들이 어떻게 결론 지어지고 있는지 궁금해서 질문을 올립니다. 철학적으로 올바르지 못한 점 (제가 간단하게 표현한 글이 엄밀한 철학적 개념을 모두 함의하고 있을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이 있으면 날카롭게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실재론 : 우리가 인식하는 것과는 별개로, 실체라는 것은 독립적으로 존재한다.

  • 관념론 : 우리가 인식하는 것이 전부이다. 실체라는 대상을 논할 수 없다.

(실재론과 관념론을 이항대립적인 것으로 이해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제가 이해한 바로는,

실재론은 완전히 물리학적인 ? 접근이라고 생각됩니다. ‘실체’라는 객관적 대상이, 분명히 존재하고, 이는 탐구의 대상이 될 수 있다. 고 여기는 입장으로 이해했습니다.

관념론은 ’네가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세계가 전부이다.‘ 라고 주장하는 것으로 이해했습니다. 객관적인 실체라는 것은 논할 수 없고, 우리가 느끼는 그 모든 관념들이 전부이다. 라고 이해했습니다.

또 최근에 단 자하비가 쓴 ‘현상학 입문’ 이라는 책을 보았는데

  • 현상학 :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세계가 실체이다.
    ( 더 부연 설명하자면, 실체라는 것을 상정하는 자연적 태도를 유보하고, 관념도 도입하지 않는, 세계-내-존재로 이해되는 그 구조 자체이다.)

라고 이해되었습니다.

즉 관념론도 아니고 실재론도 아니지만, 둘의 특성을 띠고 있는 주장을 펼치는 것으로 보였습니다.

또 마지막으로

  • 칸트 : 내가 보고 듣고 느끼는 그 세계만을 알 수 있지만, 실체라는 것은 존재한다.

즉, 이 또한 관념론과 실재론 사이의 어느 지점의 주장을 하는 것으로 이해되었습니다.

혹시 철학적으로 명확히 정의된 개념이 있다면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또 틀린 표현이 있다면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이 주제와 관련해서 (즉, 실체란 우리가 알 수 없는 것인지, 마음 독립적인 세계에서 우리는 서로 닿을 수 없는 것인지, 모든게 상대적인 것인지, 세계는 객관적인 탐구 대상이 될 수 있는 것인지 등) 현대 최신 철학은 어떤 결론을 내고 있는지가 궁금합니다. 아니면 아직 여러가지 이론들이 곁가지를 치고 있는 것인가요 ?

  1. 제 개인적인 고민입니다만, 저는 철학보다 예술이나 종교에 관심이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떤 것에 대해 깊게 고민할 때, 무엇이 진리인가, 옳은 것인가? 를 알아내는 일이 그 자체로도 의미있지만, 그것보다 저는 ‘제 세계관에 변화를 일으킬 수 있는가 ?’ 가 더 중요한 것 같습니다.
    즉, 무엇이 진리이고 옳은 것인가 ? 를 고민하는 이유가 ‘이것이 세계관을 변화시키는 데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 인 경우가 많습니다. 그 자체로 의미있는, 예를 들어 정말 철학적 텍스트 해석이나 해독 그 자체를 중시하는 엄밀한 학문적인 분야와는 그 목적이 다른 것 같습니다. 물론 학문적인 것들을 대할 때 당연히 엄밀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런 성향을 가진 제가 관심있는 주제는,

신념체계는 어떻게 만드는가 ? 그 신념체계를 온전히 받아들이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하는가 ?

개성이란 존재하는가 ? 아니면 다 개진될 수 있는 것인가 ? 그냥 그렇게 태어난 사람들이 있는가 ?
(ex 동성애)

어떤 사람이 얼마나 예민한지는 내가 스스로 결정가능한 것인가 ? (모든 변수를 제어하면서 어떤 위기 상황에 스스로 내몲으로써)

우리는 과거를 잊었어도 과거는 우리를 잊지 않은 것인가 ? 우리의 상황에 대한 반응이나 선택에 과거가 영향을 줄 수 밖에 없나 ? 그냥 자유롭게 선택하는 사람도 있을 수 있는거 아닌가 ?

즉, 어떤 마음을 품음으로써 제 세계관의 변화, 내적인 변화, 에 대한 호기심이 많습니다.

그리고 예술가, 예술, 영화에 대한 관심이 많습니다. 자아탐구 ? 와 같은 ..

이와 관련한 분야가 있나요 ? 예술 철학을 보아야 할까요 ? 어떤 계보나 책 같은게 있다면 추천해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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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재론', '관념론' 같은 용어는 정확히 어떤 맥락에서 쓰이느냐에 따라 그 의미가 천차만별이라 단순히 본문에서 정리한 방식으로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예컨대

처럼 실재론을 물리학적인/물리주의적인 접근이라고 규정하는 일은 과학적 실재론에만 타당한 일일 수 있습니다. 이 용어들의 의미 및 다양한 사용 맥락에 대해서는 SEP를 참조하시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https://plato.stanford.edu/entries/realism/

https://plato.stanford.edu/entries/idealism/

칸트와 현상학에 대해

이라고 말씀하신 것은 아주 틀린 기술처럼은 보이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들 철학적 입장을 본문에서와 같은 식으로 단 한 문장으로 기술하면 왜곡과 오해가 발생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테면 단순히 본문에서처럼 기술하면 현상학과 칸트의 입장을 버클리 식 관념론이나 헤겔 식 관념론과 제대로 구별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제 생각에는 아무런 철학적 배경도 전제되어 있지 않은 진공상태에서 이런저런 개념들을 거론하며 질문을 던지는 것보다, 구체적이고 개별적인 철학적 주제들을 숙고하시는 데에서 시작해야 유의미한, 좋은 질문이 가능한 듯 보입니다. 예컨대 실재론과 관념론에 대한 칸트의 입장이 궁금하다면 『순수이성비판』 및 그와 관련된 문헌들을 탐독하고 그에 관련한 구체적인 질문 (예컨대 "순수이성비판에서 칸트가 초월적 관념론을 주장하면서 동시에 경험적 실재론을 받아들인다고 말하는데, 두 가지가 정확히 어떻게 양립 가능한지 모르겠습니다.")을 던지실 때 더 유의미하고 내실 있는 답변을 얻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Ps. '관념론', '실재론' 등을 나름대로 규정하기 위해 도입하신 '실체'라는 개념 역시 전문적인 용어이고 맥락마다 다른 의미를 갖습니다. 예컨대 '실체'는 아리스토텔레스 형이상학에서처럼 "첫째가는 의미에서 있는 것"이라는 뜻일 수도 있고, 아니면 칸트에서처럼 "시간 속에서 지속하는 것"의 의미를 지닐 수도 있습니다. 이 역시 구체적인 철학자들의 논의에 대한 언급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Pps. 서강올빼미의 질문자들께서는 검색 기능을 적극 활용해보시는 것을 추천합니다. 해당 분야를 전공하시는 전공자들께서 다음 예시처럼 좋은 글들을 많이 남겨두신 경우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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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변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 사실 글을 쓰면서도, 개념들이 제 느낌대로, 합의되지 않은 언어로 쓰이는 것 같아서 여러 주석을 최대한 달기는 했었습니다 .. 개념을 조금 더 명확히 탐독하고, 합의된 언어 내에서 구체적인 논의에 대해 질문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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