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념에 대해

솔직히 말해 본문의 주제가 되는 '신념'이라는 개념이 딱히 철학적인 의미로 사용된 것 같아 보이지는 않습니다만, 비슷한 부류의 믿음과 관련될 수 있는 철학적 주제를 소개하려 합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는 추론 혹은 직관에 의해 (데카르트가 이 명제를 추론으로 생각했는지 아니면 직관으로 생각했는지는 해석상의 논쟁거리입니다) 정당화되는 참된 믿음입니다. 반면 거짓이고 정당화되지도 않지만 개인으로서는 믿을 수밖에 없는 믿음들이 있는데, 이를 비의지적(involuntary) 믿음이라고 합니다. 예컨대 어떤 아이가 부모를 일찍 여읜 정신적 충격으로 인해 부모님이 여전히 살아계신다고 믿게 된다면, 아이의 믿음은 거짓이고 정당화되지도 않지만 아이는 이 믿음을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믿을 수밖에 없습니다.

비의지적 믿음은 지식을 정의하는 데 필요한 정당화 개념을 분석하는 한 가지 방식인 의무론적 입장에 난점으로 작용합니다. 의무론적 분석(의 소극적 버전)에 의하면, 내 믿음이 정당화된다는 것은 내가 그 믿음을 믿지 말아야 할 의무를 지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우리의 의지와 상관없이 일어난 일에 대해서는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따라서 위 사례에서의 아이 역시 자신의 믿음을 믿지 말아야 할 의무를 지지 않습니다.

그런데 그렇다면 의무론적 분석에 따르면 아이의 믿음은 정당화되어야 하지만, 이러한 결론은 부조리합니다. 따라서 정당화 개념을 의무 개념에 의해 분석하는 의무론적 분석은 이와 관련해 난점에 맞닥뜨립니다.

자세한 설명은 다음을 참조하실 수 있습니다.

Ps. Oxford University Press의 A Very Short Introduction 시리즈에 Descartes도 포함되어 있네요. 서지정보는 다음과 같습니다.

Tom Sorell (2000). Descartes: A Very Short Introduction. Oxford University Press.

5개의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