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른스트 투겐트하트, 정말 속 시원한 글을 쓰는 철학자다. 그의 논문 「현상학과 언어분석」은 '이름(name)', '대상(object)', '주관성(subjectivity)'을 중심으로 구성된 후설의 현상학적 의미론이 실패할 수밖에 없다고 비판하면서 '문장(sentence)', '규칙(rule)', '상호주관성(intersubnectivity)'을 강조하는 언어분석적 의미론을 옹호한다. 또한 철학적 해석학이 현상학보다는 언어분석과 동맹을 맺어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기도 하다. 투겐트하트는 다음과 같이 이야기한다.
"해석학은 언어분석과 현상학에 비해 주제면에서 더욱 포괄적이다. 그러나 방법면에서 해석학은, 현상학에 있는 자신의 기원에도 불구하고, 언어분석에 더 가깝다. 언어분석은 환원된 해석학(reduced hermeneutics), 1층위의 해석학(first-floor hermeneutics)이라고 간주될 수 있다."(Tugendhat, 2005: 49)
투겐트하트가 그려내는 해석학의 모습은 정확하게 내가 지향하는 해석학의 모습이기도 하다. 말하자면, 나는 철학적 해석학이 '현상학적 해석학(phenomenological hermeneutics)'에서 벗어나 '분석적 해석학(analytic hermeneutics)'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참고로, 투겐트하트는 본래 마르틴 하이데거 연구자로 커리어를 시작해서 상당한 명성을 얻었다가 이후에 분석철학자로 전향한 매우 독특한 인물이다. 그는 하이데거의 철학이 분석철학을 통해 그 본래 의의를 찾을 수 있다고 주장한 적도 있다.
"이러한 목표는 하이데거로부터 시작하여 언어-분석적 철학으로 인도된 나 자신의 성장에 대한 숙고이기도 하다. 나는 '존재'의 이해에 대한 하이데거의 물음이 오직 언어-분석적 철학의 틀 속에서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의미를 얻을 수 있다고 확신하게 되었다. 비록 이 강의들에는 하이데거에 대한 언급이 거의 없지만, 나는 내가 분석철학의 문제에 다가가는 구체적인 접근 방식에서 그에게 빚지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책은 그에게 헌정된다."(Tugendhat, 1982: x)
참고
Tugendhat, E., Traditional and Analytic Philosophy: Lectures on the Philosophy of Language, Cambridge University Press, 1982.
Tugendhat, E., "Phenomenology and Linguistic Analysis", P. McCormick and F. A. Elliston (trans.), Edmund Husserl: Critical Assessments of Leading Philosophers, Vol. 4, Bernet Rudolf, Welton Donn, Zavota Gina (eds.), Routledge, 2005, 49-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