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철학으로 칸트 읽기

안녕하세요, 『순수이성비판』과 초기 분석철학을 함께 다루는 세미나 홍보를 위해 글을 올립니다.
저는 칸트 철학에 대한 비개념주의적 해석으로 최근 석사논문을 마쳤고, 논문을 쓰는 과정에서 20세기 중반 이후 영미권 칸트 연구의 주요한 경향인 의미론적 독해에 흥미를 가지게 되어 Robert Hanna의 Kant and the Foundations of Analytic Philosophy (OUP, 2001)를 교재로 한 세미나를 열게 되었습니다.

서강올빼미에서도 이 책에 대한 언급을 지나가듯 본 적이 있는 것 같은데요(아마 분석철학의 역사에 대한 글이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이 책은 프레게부터 콰인에 이르는 시기의 분석철학자들이 각각 칸트를 어떻게 수용하고 또 비판했는지 재검토하며, 이런 검토를 거쳐 초월적 관념론에 대한 새로운 해석을 제시한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피인용수는 가장 유명한 칸트 연구서들(Guyer, Longueness 등이 1400여 회)만큼 높지는 않지만 그리 적지도 않습니다.(600여 회)

세미나를 진행하는 개인적인 목적은 우선 제1비판에 대한 의미론적 해석의 동향을 파악하는 것, 그리고 프레게, 러셀, 무어, 카르납, 콰인 등의 칸트 비판을 함께 살피며 분석철학 공부의 토대를 쌓는 것입니다. 칸트를 근대철학의 맥락 속에서 읽는 것도 물론 중요하지만, 이 방면은 번역서도 꽤 출간되어 있고 연구도 활발히 이루어지는 반면 분석적 칸트주의라 할 의미론적 독해는 공부할 기회가 많지 않아 직접 우물을 파게 되었습니다. 세미나는 제가 매주 반 챕터 정도를 요약 발제하는 식으로 12주동안 진행됩니다. 교재로 들어가기 전에 칸트의 혼란한 전문용어들에 대한 개괄이 먼저 있을 예정이니, 분석철학을 잘 아시는 분들이 들어오셔서 많은 도움을 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세미나 소개를 위해 쓴 짧은 글을 아래 붙입니다.

“철학자에는 두 종류가 있다. 철학사에 관심 있는 사람, 철학에 관심 있는 사람.” 콰인은 이런 말로 대륙철학과 분석철학 사이, 이전 시대의 철학과 현대 철학 사이의 대립을 공고히 한 바 있습니다. 대륙철학은 단지 지나간 역사에 파묻힌 훈고학일 뿐이며, 오늘날 유의미한 문제를 다루는 쪽은 분석철학이라는 것입니다. 그런데 우리는 과연 문제에 대한 역사적 이해 없이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요? 과거의 철학자들이 몰두한 질문은 현재의 질문과 결코 만날 수 없는 것일까요?

이에 답하기 위해, 이 세미나에서는 대륙철학과 분석철학 모두가 참조하는 드문 저작인 칸트의 『순수이성비판』을 살펴보려 합니다. 1781년 발간된 이 고전의 어떤 점이 서로 척을 지며 대립해 온 두 전통을 한자리에 모이게 한 것일까요? 이는 ‘선험적 종합판단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순수이성비판』의 인식론적 물음이 ‘객관적 의미란 어떻게 가능한가’라는 언어철학적 문제로 재정립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현대 분석철학의 해석을 따라 『순수이성비판』의 질문을 오늘날 철학의 주요한 주제 중 하나인 의미론의 문제, 즉 ‘언어가 어떻게 세계를 지시할 수 있는가’로 다시 읽습니다. 나아가 칸트가 제시한 답에 초기 분석철학이 가한 비판과 논박이 타당한 것인지 재검토해 봅니다. 이를 통해 근대 철학과 현대 철학, 대륙철학과 분석철학 간의 발전적 교차점을 모색합니다. 본 세미나는 칸트의 철학에 익숙하지 않은 분도 함께할 수 있도록 진행됩니다.

신청 링크도 함께 붙입니다. 주차별 상세 계획은 신청서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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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구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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